<이런법 저런법> (10) 노동위원회의 사용자편향
‘뇌물수수’ 들통 계기로 제도보완 절실
“(회사쪽)노무사가 그날 식사할 때 식사대 하라고 30만원 줬더라고, 보니까”, “(심판)과장님 별도로 만났으니까 과장님한테도 얼마 했겠지 뭐, 그래 했다고 얘기하더라고 박노무사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심사관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 심사관은 전화통화 상대방이 회사쪽 관리자인 줄 착각하고 이같은 ‘비밀’을 털어놓은 것. 통화상대는 3개월 감봉처분을 받고 서울지노위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낸 노동자였는데, 이를 통해 심사관이 돈을 받고 심문과 판정과정에 개입해 회사쪽이 이길 수 없는 사건을 해결했음을 밝혀냈다.
이 심사관은 계속해 “근로자 편향적인 위원들이 있어 공익위원 세 명을 신경 좀 썼다”고 말해 사용자 편향적인 공익위원들로 사건을 배정했음을 실토했다. 이어 “근로자 손 들어줘야 할 상황에서 심사관 의견을 묻길래 나도 얘기하고, 심판과장도 얘기해서 잘 된 것이다. 안 그러면 어림없다”고 말해 판정회의에 개입해 판정결과가 공익위원들의 처음 의견과 달리 나오게 했음도 드러냈다. 그는 또한 “사용자위원도 근로자측 두둔하는 얘기를 했다”, “그게 확실히 감봉할 사안이 못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나아가 이런 비리가 심사관 개인 또는 지노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혔다. “중노위 가서도 신경(뇌물) 써야 한다. 지노위 정도면 될 것”, “이것은 그냥 어쩌다 한 번 하는 게 아니다”고 말해 이미 뿌리가 깊다는 것도 암시했다.
이 번 사건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얘기가 모두 사실임을 확인해 주었다. 노동위원회는 법원에 준하는 심판기능을 갖는 기관으로 공정성, 신뢰성, 전문성이 그 생명이다. 특히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게 될 때 누가 판정을 받아들이고 이를 따르겠는가.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먼저 노동부 산하기관으로 돼 있는 노동위원회를 독립기관으로 하고 심사관도 독자적으로 채용선발해야 한다. 물론 위원장, 상임위원 선임이 제대로 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둘째, 판정회의에 노사위원도 참관할 수 있게 해서 심문회의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셋째는 사건배정을 심사관 등이 좌우하지 못하게 현황을 공개하고 순차배정, 일정기간 내 추첨배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는 심사관의 불공정과 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처벌규정과 당사자의 징계요구권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 물론 이 번 사건에 관련된 심사관, 심판과장, 노무사, 회사, 담당 공익위원에 대해 징계와 엄격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나아가 학계와 실무진, 노동계가 오래 전부터 제기해온 구제명령의 실효성 확보 방안도 조속히 입법화해야 노동위원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권두섭/변호사·민주노총 법규차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