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항하면 투입 않겠다” 협박…민주적 통제 절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천문학적 액수의 공적자금을 초국적자본에 갖다 바치는가 하면 채권단을 지렛대로 노동자를 협박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2000년 8월말까지 정부가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은 1백10조원이다. 여기에다 지난 12월1일 국회가 통과시켜 준 40조원 규모의 2차 공적자금을 합하면 모두 1백50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한 해 예산규모를 넘는 액수다.

정부는 부실채권 매입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고, 기업에 자금이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이 공적자금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적자금이 해외매각과 정리해고 위주의 구조조정정책과 맞물리면서 노동자를 옥죄는 굴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최근 공적자금 제공을 빌미로 노동자에게 생존권를 포기하고 탈법적인 정리해고를 강요하면서 노조의 항목을 받아내는 무기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대우자동차노조와 정부·채권단 사이에 벌어진 ‘구조조정 동의서’ 공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채권단은 처음엔 부도처리를 내세워, 그 다음에는 파산협박을 통해 노조의 동의서를 강요했다. 채권단은 지난해 말까지 모두 19조원을 대우자동차에 빌려줬다. 정부는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공적자금 없이는 채권단이나 대우자동차가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정부는 한술 더 떠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모든 기업의 노조에게서 구조조정 동의서를 받아내겠다’는 초법적이고 폭력적인 공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잘못된 빅딜·구조조정을 시정할 것을 요구해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차량공투위도 이같은 협박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노조와 면담하면서 “파업이 계속될 경우 정부는 지원을 끊을 수밖에 없으니 노조가 양보하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파업권마저 포기하라는 협박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또 있다. 국민혈세로 조성한 엄청난 자금을 아무런 대가없이 초국적자본에게 고스란히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살린 뒤 해외, 즉 다국적 자동차기업인 GM에 매각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1차 공적자금 가운데 약 15조원을 투입한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경우도 이 점에서 마찬가지다. 제일은행은 이미 뉴브리지 캐피털에 단돈 5천억원에 팔렸고, 서울은행은 도이치방크와 구조개선자문계약을 맺어 투입된 공적자금에 대해 어떤 통제력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노동법도 무시한 채 자본과 정부의 노동자죽이기에 동원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의 뒷돈, 국민세금으로 초국적자본만 배불리는 공적자금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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