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아있는 쟁점 어떻게 수렴·정리할까
순회토론회 모두 끝나…”전략위 보고서 처리문제는 조직이 판단”
노동운동의 중장기적 운동방향과 발전전략 수립을 내걸고 올해 1월 발족한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 활동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위원회는 그동안 내부토의를 통해 발전전략 초안을 마련한 뒤 지난 11월15일부터 전국 14개 지역을 돌며 대중적 토론회를 진행해왔다. 이어 지난 12월8일에는 이를 마무리하는 서울지역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성을 띤 토론회답게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나와 눈길을 끌었다. 단병호위원장은 초안의 처리문제와 관련해 “발전전략 보고서를 내는 게 전략위에 맡겨진 임무”라며 “처리문제는 중앙집행위를 필두로 조직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략위가 다양하게 제기된 이견을 어떻게 모아내고, 정리할지가 주목된다. 이날 토론내용을 주요쟁점별로 정리했다.
쟁점1/ 이념적 지향과 전략
‘평등사회’·이행전략에 여전히 이견
금속산업연맹 김희준 부위원장은 “분명한 지향이 없고, 다양한 의견을 모으다 보니 초안의 어떤 대목에서는 사회주의적이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사민주의적이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사무부총장은 “현단계 변혁의 성격과 임무는 밝히지 않은 채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대안사회만 명시한 것은 문제”라며 “무슨 주의라고 밝히는 것이 부담스럽다 하더라도, 궁극적 지향이 과연 ‘평등사회’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행전략과 관련해서도 “핵심은 권력이고, 이 문제부터 규명해야 하는데도 ‘소유의 사회화’ 등에만 국한해 논리를 편 것은 전형적인 경제주의적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의 힘(준비모임) 곽탁성 정책위원장도 이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폈다.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윤효원 편집실장은 “민주노총이 대중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꼭 무슨 주의라고 이념에 얽매일 필요는 필요는 없다”며 “내부에 다양한 이념이 존재하는 만큼 폭넓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행전략과 관련해서는 “지금이 이행국면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부분을 다루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전략위원인 조돈문교수(가톨릭대)는 “이행전략을 서술한 것은 장기적 전망을 갖고 사업하자는 뜻”이라며 “매년 사업계획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 소관이 아니며, 장기적 시각에서 지향점을 분명히 한다면 일상투쟁이나 수세적 국면에서 노조의 대응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2/ 정책·제도개선 방향
‘숙련지향 임금체계’에 회의·비판 집중
정책과 관련해서는 특히 ‘숙련지향적 임금체계’에 대한 비판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공공연맹 유병홍 정책실장은 “초안이 제시하는 숙련지향적 임금체계도 결국은 이윤창출을 위한 생산성 논리를 근거로 삼고 있는데, 과연 노동진영이 이런 임금체계를 채택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유실장은 이어 “임금정책의 기본은 생활임금 확보에 있는 만큼 연령별 필요비용을 추정해 생애임금곡선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탁성 정책위원장 역시 “숙련지향적 임금체계라는 것은 결국 직무직능급과 동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준 부위원장도 “이 숙련급은 결국 자본주의 체제내에 갇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윤효원실장은 “사회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숙련급에 대해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윤실장은 다른 정책과제와 관련해서도 다른 토론자들과 달리 “정책과 관련한 내용에 대체로 공감한다”며 “정리해고의 경우도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사태를 저지할 방책이 중요하며, ‘철폐’는 비현실적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략위원인 임영일교수(경남대)는 “숙련지향적 임금체계는 자본쪽이 주장하는 직무직능급에 대항하는 개념”이라며 “‘숙련’이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임교수는 “우리는 계속 동일노동동일임금과 생계비임금의 개념을 이야기해왔지만 다 깨졌다”며 “숙련지향적 임금체계는 오히려 생애생계비를 받아들인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병원노련 박노봉사무처장은 여러 가지 정책과제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제기로 눈길을 끌었다. 박처장은 ‘정보화시대에 대한 언급과 대응방안이 없다’, ‘사회복지는 교육과 의료가 핵심인데 대안과 준비가 부족하다’, ‘사회보험과 연금제도에 대해서도 노동자적 관점 정립을 위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는 등의 주장을 폈다.
쟁점/3 조직발전전망
산별조직체계·국고보조금 두고 논란
유병홍 정책실장은 ‘지역지부를 근간으로 한 산별노조를 재편방안’과 관련해 “민간기업의 경우 당연하나 공공부문이나 단체교섭의 측면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실장은 “지역 중심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할 게 아니라 교섭형식과 상대를 고려해 특성별, 업종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영일교수는 이와 관련해 “조직체계와 교섭단위가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교섭구조에 맞춰 조직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은 산별노조를 협소하게 보는 것이고, 산별노조가 지역조직을 골간으로 하는 것은 불변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병홍실장은 산별노조 조직전망에서 공무원부문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과거의 제조업 정규직 중심에서 산업구조가 변했다고 지적하며 “상업유통, 첨단산업, 인터넷산업 등 민간상업일반서비스 부문을 포괄할 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노봉사무처장은 “산별대표자회의를 강화해야 하고, 법률원 설립 등은 연맹과 논의해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처장은 또한 대정부교섭과 관련해 좀더 구체적인 전략이 나와 하고 산별교섭 법제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처장은 국고보조금과 관련해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경직된 사고”라며 “자주성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효원실장도 “세계 대부분의 노조가 모두 받는다”며 박처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에 비해 정성희부총장은 “자력갱생이 원칙을 훼손해선 안되고, 현재 보조금을 받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엄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원칙’쪽에 무게를 두었다.
한편 투쟁·교섭전략과 관련해 정부총장은 “투쟁을 기본축으로, 교섭을 보조축으로 결합시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조합원을 투쟁으로 끌어오는 끊임없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효원실장은 “산별체제에서 현장위원회제도는 매우 중요한데, 초안에서는 하자고만 했지 어떻게 선발, 훈련, 교육할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윤실장은 “현장위원회는 현장조직 운동과는 다르다”고 전제한 뒤 “산별체제와 공식노조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임영일교수는 이에 대해 “산별조직으로 전환할 때 첫 단계에서 사업장조직을 현장조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전망을 갖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현재 상근간부체계, 대의원체계, 비공식 현장조직체계로 3원화돼있는 조직체계를 통합하고, 작업장단위의 현장활동을 지역활동으로 통합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윤효원실장은 총연맹 직선제와 관련 “선거 자체가 간접민주주의인데, 직선제를 한다고 해서 집접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조합원과 대의원들이 각급 조직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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