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구조조정 저지투쟁에 새로운 국면

“억누르면 폭발한다”…정부공세에 저지선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분노가 전면파업으로 터져나오면서 전력과 철도노조의 잇따른 파업철회로 움츠러들었던 구조조정 저지투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통신노조(위원장 이동걸)의 전면파업은 애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공공부문 뿐만아니라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자본에 기울어가던 힘관계를 반전시킬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내년 2월까지 4대부문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 아래 감원 중심의 구조조정 공세를 맹렬히 밀어부쳐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통신노조의 전면파업은 정부와 자본, 그리고 주류언론의 삼각공세에 저지선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공연맹 김철운 조직실장은 이와 관련해 “많은 공공부문 노조가 정부정책에 맞서 싸우는 상황에서 큰 노조에 대한 기대가 큰 건 사실”이라며 “한국노총 소속 노조들과 함께 공공연대를 꾸렸지만 실제 연대투쟁이 어려웠다. 더욱이 한통노조도 투쟁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주변의 대체적 전망이었는데 이번 파업은 이같은 우려를 한 순간에 씻어낸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했다. 김실장은 이와 함께 “이번 파업은 준비가 충분치 않았는데도, 집행부는 조합원의 분노와 동력을 믿고 과감하게 파업을 선언했으며, 그 믿음은 정확했다”며 “노조의 요구를 낮춰서 타결할 수도 있는 몇 번의 계기가 있었지만 조합원의 뜻을 받아 민주노조의 원칙을 지켰다는 점에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며, 노조가 건강하고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뒀다.

민주노총의 이근원 조직쟁의실장 또한 “한국통신노조는 한국전력과 철도 등 대부분의 대규모 사업장이 투쟁 없이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적인 파업투쟁으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한 선도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저항을 총파업투쟁으로 모아내 막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투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제명예퇴직(인력감축)과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완전민영화 반대 등을 내걸고 지난 12월18일 오전9시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 한국통신노조는 12월21일 오전 현재 나흘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과 집회를 벌이고 있는 노조의 투쟁에는 1만3천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하고 있으며, 파업농성에 합류하는 조합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파업 사흘째인 20일에는 노사가 가합의에 이르렀으나 기획예산처의 개입으로 최종합의는 이우러지지 못했다. 노조는 20일 새벽부터 정부쪽과 교섭을 벌이다 아침 8시께 △명예퇴직·희망퇴직 신청 현시점서 종료, 향후 노사합의 후 시행 △민영화 추진은 노사동수로 특별위원회 구성해 협의 △회사 분할·분사·구조조정은 ‘구조조정 특별위원회’에서 협의 시행, 114안내·선로유지보수·콜센터 통합 및 전화가설업무 분사화 시행중단 △인력풀제 전면 철회 등에 가합의하고 파업을 종료키로 했다. 그러나 가합의를 토대로 최종 합의문을 작성하던 중 회사쪽이 기획예산처의 반대를 이유로 구조조정과 관련 ‘노사협의’, ‘중단’ 등의 문구에 난색을 표명하는 바람에 교섭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이동걸위원장은 같은날 오후5시 기자회견을 통해 “기획예산처가 노사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함으로써 관치경영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비난하며 “정부의 압력에 의해 자율교섭이 번복된 상황에서 노조는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에 따라 이위원장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는 한편 투쟁수위를 더욱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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