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우리가 화나면 더 무서워요”
목동전화국에서 ADSL 업무를 맡고 있는 한통계약직노조 조합원 정상덕씨(27)를 명동성당에서 만났다. 노조는 지난 12월13일부터 파업 중이다.
△노조에 가입한 이유는.
=월급 자체가 너무 적다. 그나마 월급명세서를 받은 건 올 7월이 처음이다. 연월차는 물론 상여금, 식대도 전혀 없이 85만원을 받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전화국 안에서 계약직들이 모임을 만들어 회사쪽 관리자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등 나름대로 대응을 모색하다가 노조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는 조합원들은 계약해지 안할테니 가만있으라고 엄포를 놓지만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전국적으로 1만명이 넘는 계약직 가운데 60% 이상을 자른다는데, 우리는 다 같이 가야 한다.
△투쟁과정에서 느낀 소감은.
=솔직히 홀가분하다. 그 전에는 전화국 관례에 묶여 살았다. 계약직은 작업복도 안주고, 민원이 들어와도 모두 계약직 탓으로 돌렸다. 노조 하면서 몰랐던 것을 알아나가고, 관례를 깨 나가면서 왜 진작 못했는지 안타깝다. 특히 노조 간부들은 우리 조합원들에게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신고필증 나오기 전, 회사는 날마다 자르겠다고 협박하고, 가족들한테 전화해 “저러면 경찰에 잡혀가니 설득하라”고 했다. 또 노조일 안하면 정직원으로 채용해주겠다며 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는 노조가 있다. 이제는 할 말은 하고 살 거다. 지난 14일 분당 본사 앞에서 위원장이 삭발하는데 처음으로 울었다. 우리는 울분이 너무 많이 쌓여온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들 전체가 똘똘 뭉쳐서 투쟁하니 힘이 난다.
△앞으로 더욱 힘들 수도 있는데.
=나는 12월31일자로 계약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주 본사 항의방문 갔을 때 지방조합원들도 많이 참가했다. 점점 참가하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 끝을 본다는 각오로 하고 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 제일 힘없는 우리가 일어나면 가장 무섭다는 걸 보여주겠다.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필수공익사업장인데도 처음으로 합법파업을 벌이고 있다. 일단 우리가 살자는 파업이다. 이것이 본보기가 돼 비정규직 없는 사회에서 자식을 키울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노조 가입을 했냐 안했냐, 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와 상관없이 우리는 다 똑같은 노동자다. 오늘 해가 져도 내일 다시 떠오른다. 우리가 끝까지 싸울테니, 더 열악한 사업장이라고 해도 희망을 갖고 함께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노조를 만들다보니 아직 미약하다. 많이 지켜봐주고 알려달라.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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