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처방에 끝없는 ‘악순환’
노동자 아무리 희생해도 ‘위기->구조조정’ 반복할 것
IMF 위기 이후 국가와 자본은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금융세계화)에 적극 편입해 들어갔으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IMF 구조조정협약을 통해 거의 모든 시장이 초국적 금융자본에게 개방되었고, 환율변동도 무제한 허용돼 외환투기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완전한 외환자유화의 길도 터놓았다. 때문에 외환유출 규제가 거의 사라질 2001년에는 ‘외화도피’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전망이다.
구조조정의 경우 공공부문에서는 98년부터 2000년 11월까지 12만 6천명(전체의 18%)의 인원이 감축됐고, 민영화대상 공기업 10곳 중 포철 등 4곳이 민영화됐으며, 61개 공기업자회사 중 지금까지 한국통신카드 등 18개 자회사가 민영화 또는 통폐합됐다. 금융부문의 경우 2000년 10월말까지 4백98개 금융기관이 정리되었고, 97년말 27만6천명을 헤아리던 금융노동자 중 98년 한해동안 6만8천명(24.8%)이 줄었다. 기업부문을 보면 97년 금융감독원 지정 30대 주채무 그룹 중 대우 등 14개 그룹이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의 상태에 있으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결과는 말 그대로 재앙이다. 우선 구조조정과정에서 1백10조 가량의 공적자금이 투여돼 부실의 부담을 국민일반이 떠안아야 했다. 그리고 IMF 직전 1~2백억불 규모이던 초국적자본은 현재 6~7백억불에 이르러 증권거래소 주식 약 30%를 장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50억불 정도만 일시에 빠져나가도 한국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대량해고 말고도 비정규직화, 노동강도 강화, 성과급제 확산, 퇴직금누진제 폐지, 복지제도 축소 등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공세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정부는 한미/한일 투자협정을 체결할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고,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의 재출범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초국적자본에게 무한대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반면 노동권을 희생시키고 한국경제의 대외종속과 불안정을 심화시킬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더욱 깊숙히 빨려들고 있는 것이다.
금융구조조정(은행합병, 금융지주회사 설립, 제2금융권 2단계 구조조정 등)과 기업구조조정(부실기업 처리, 빅딜기업 정상화 등)은 2000년말까지 끝낼 예정이었으나 채 완료되지 않았다. 공공부문은 2001년 2월까지 구조조정을 일단락하되 한국통신,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등 단계적 민영화 대상은 2002년까지 지분매각, 사업분할 매각 등을 지속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한 추가 공적자금 조성, 상시적 기업구조조정 시스템 마련,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도 추진할 예정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확보되는 노동시간 단축도 2001년 2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를 제물 삼아 추진하는 이같은 전략은 한국경제를 살릴 수는 있을까. 오늘의 경제상황 속에 그 답이 있다. IMF 위기 직후 진행된 세계화와 구조조정정책은 99년과 2000년 초에 초국적 금융자본의 극심한 투기활동을 조장했고, 크게 부풀려진 투기거품은 코스닥시장이 보여주듯 결국 붕괴해 한국경제를 제2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제2의 위기는 제2의 구조조정을 부를 것이다. 현대와 엘지가 대우의 뒤를 이을 것이고, 정보기술산업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자는 대량해고로 다시 고통을 받을 것이고, 공적자금 추가투입은 국가를 ‘파산지경’으로 몰아갈 것이다. 90년대 중반 WTO체제 성립과 OECD 가입을 계기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급속히 편입하면서 IMF 위기를 낳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4백억불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다시 받으면서도 이제는 팔아치울 공기업도 없는 아르헨티나는 남얘기가 아니다.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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