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난 12월20일 프로야구 8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입을 맞춰 선수협의회 핵심 선수 6명을 느닷없이 내쫓고 이어 26일 직장폐쇄 협박까지 일삼아 ‘역시 한국의 재벌’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무노조경영을 신조로 여기고 노조의 ‘노’자만 들어도 핏대를 세우고, 파괴에 골몰하는 한국 재벌이 운영하는 야구단의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야구중단과 직장폐쇄 협박이라니, 이들은 이미 선수협의 사단법인 추진을 노조로 규정해 절대로 협상이란 없으며 오로지 명령만 있을 뿐이다. 선수들은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지시에 따르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식이다. 마치 ‘종놈들이 무슨 단체 따위를 작당해 주인에게 대드냐’는 투여서 더없이 봉건적이고 전근대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재벌과 자본가들이 민주노조에 대해 그래왔듯이 이들은 합의사항조차 뒤집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선수협에 대한 보복 금지는 지난 3월10일 문화관광부 중재 아래 선수협 대표쪽과 구단, KBO 3자가 맺은 합의사항 중 하나다. 당시 이들은 11월 선수협 정식발족, 제도개선위원회 구성도 합의했고, 이에 따라 선수협은 지난 11월25일 재가동 방침을 밝힌 뒤 정기총회를 열고 사단법인 등록을 결의했다. 이에 대한 구단과 KBO의 대답이 핵심선수 6명 방출에 직장폐쇄 으름장이다. 모든 합의는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게다가 사장단이 이번 사태를 공모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비밀회동까지 했다니 서슬퍼런 관계기관대책회의와 무엇이 다른가. 선수협 파괴를 위해 가입하지 않은 선수들을 별도 모임으로 엮어내다니 구사대와 비슷하다. 2진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6백만원에서 8백만원이 고작이다. 경기 중에 사망할 경우 선수들은 겨우 2천5백만원을 위로금이랍시고 받게 돼 있으며, 1급 장애일 경우 3천만원을 받게 돼 있다. 한마디로 사람취급도 안 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선수협이 12월26일부터 27일까지 연 워크샵 프로그램 중에는 ‘인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강연이 포함돼 있다. 선수들을 사람이 아닌 자신의 종으로 여기는 재벌에 대해 ‘사람이고 싶다’는 선수들의 절박한 호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근 불거진 사태와 관련해 KBO 홈페이지(http://www.koreabaseball.or.kr)에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홈페이지 게시판이 마비되는 사태에 이르렀고,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성명이 잇따르고 있으며 불매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8개 구단과 KBO는 아무리 지독한 재벌의 탄압이라도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분출을 막을 수 없었던 과거를 상기해야 할 것이다. 10년 투쟁 끝에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합법화를 이뤄냈으며, 현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교수까지 노조결성에 나서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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