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위기’는 계속된다

자본, 수익성 회복하려 정리해고·임금인하 압박할 듯

DJ 보수화 가속·정치권 반민중행태에 불만고조 예상

여러 모로 어수선한 가운데 2001년이 밝았다. 모두가 ‘새천년의 희망’을 얘기하며 기대에 부풀었지만 노동자에게 지난해의 끝은 ‘절망’이었다. 희망은 간 곳 없고 IMF 구제금융 체제의 아픈 상처가 도지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주5일근무제를 빙자한 노동조건 개악공세가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노동자는 다시 벼랑 끝에 내몰렸다. 그리고 새해가 밝은 지금도 노동자는 그 버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새해에는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까. 아니 생존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나마 부릴 수 있을까. 노동자 앞에 펼쳐진 2001년을 살펴본다. 편집자.

2001년에는 불황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IMF체제 하에서 1998년 3/4분기의 경기저점에서 회복국면으로 옮겨가서 24개월이 지난 2000년 3/4분기부터 이미 불황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한 가계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는 11월 현재 68.8로 10월의 77.5보다 크게 떨어졌다. 6개월 후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10월의 89.8에서 11월에 82.4로 떨어졌다. 11월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5%대로 하락했다.

증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연초의 1059.04에서 12월 26일 504.62로 52%나 폭락했고, 코스닥지수는 연초의 266에서 80% 이상 곤두박칠쳐 52.58로 마감되었다. 이로 인해 상실된 가치가 무려 240조원이나 된다. 1999년 국내총생산액 484조원의 절반에 달하는 액수로서 이것은 2001년의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불황이 심화됨에 따라 12월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7.1원이 떨어진 1261.1원에 거래됐다. 연말까지 1천3백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과 민간연구소들은 9-10월경에 2001년의 경제성장율을 5-6%로 전망하였지만 현재의 전망으로서는 그 이하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불황은 2001년말에 바닥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가 본격적으로 불황으로 전환하고 경착륙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한국경제의 불황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12월 22일에 2500선이 붕괴되어 2332.80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도 최근 회의에서 이제부터 불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경제의 경기변동에 크게 좌우되는 한국경제의 불황이 더욱 심화될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다 경기가 양극화되고 외국인투자의 지배력이 높아진 것도 IMF체제하에서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는 우량기업의 수익을 독점하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약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여 부실채권이 많아지는 기형적 구조가 확립되었다. 외국인투자가는 1999년에 11조원을 순매수했는데 그중 7조원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주식 매입에 투입했다. 우량기업의 수익이 경제전반에 퍼지지 못하고 외국인투자가에 의하여 독식됨으로써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취업자의 체감경기는 발표되는 지수 이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 경제정책이 신용경색을 가중시키고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는 것도 2001년의 불황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감독기준을 8%에서 최근에는 다시 10%로 올렸고 이로 인해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꺼리게 되었다. 그리고 차주의 미래상환 능력까지 고려하는 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을 애초에는 2001년말부터 완전히 적용하기로 했다가 2000년 7월 5일 재경부와 IMF간에 금융기관 건전성 강화를 명목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시기를 2000년말로 1년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이 때문에 경남은행 등이 11.3 기업집단 퇴출로 불거진 부실채권의 대손충당금을 2000년 내로 쌓다보니까 완전 감자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다 불황 심화에 따른 실업대책비나 농가부채 탕감 등 재정수요가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여당과 한나라당은 이번 국회에서 내년 예산을 애초 계획보다 1조원이나 감축하여 통과시켰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외국인투자가의 이익을 지켜주는 행태다.

이러한 불황 속에서 자본은 수익을 회복하기 위하여 임금인하, 정리해고 등으로 노동자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고 이것은 자본과 노동간의 계급간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불황 속에서 보수 여야당은 2002년의 지방자치 선거와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공방전을 강화할 것이다. 집권여당은 경제위기 심화와 정치파행의 책임을 둘러싸고 분열이 심화되어 동교동계 일부의 후퇴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김중권대표의 등장과 자민련과의 협력 강화움직임에서 이미 나타났듯이 보수세력과 더욱 밀착함으로써 정치적 위기를 회피하려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보수적인 본질로 인해 민생문제의 해결에 무능하고 김대중정부의 실정을 공격함으로써 반사적인 이익을 취하려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보수 여야당의 반민중적인 행태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은 깊어질 것이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불황과 정치적 과도기 속에서 노동자, 민중세력은 우선 정리해고 반대와 노동시간 단축 등 생존권수호 투쟁을 완강하게 전개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공세적 투쟁으로서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투쟁,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노동자 소유경영 참가 확대투쟁, 부유세 부과와 국방비 감축을 통한 소득재분배와 경기침체 완화 요구투쟁 등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민중대회위원회 등을 통해 노동자·농민·빈민 등 각 계층 민중들의 요구를 집중시키고 민주노동당으로 정치적 역량을 집결하여 이를 김대중정권 퇴진 투쟁과 한나라당 본질 폭로투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2001년은 미국의 불황 심화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크게 흔들릴 것이고, 이 속에서 한국의 노동자·민중세력은 자본주의의 야만을 벗어나는 해방의 투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장상환(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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