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진영의 대응은>
더 밀릴 곳 없고 자신감 회복…국면활용 정치투쟁 강화해야
올해와 마찬가지로 험난할 것으로 보이는 2001년 새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가로놓인 험로를 헤쳐나갈 노동진영의 힘은 어떨까. ‘수세적 방어국면은 지속되겠지만 노동대중의 투쟁동력과 의지가 상승하는 가운데 구조조정 저지, 생존권 사수를 내건 현장투쟁이 높은 수위로 펼쳐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민주노총 허영구부위원장은 “IMF 초기 1년 동안 노동자가 완전히 눌려있었다면 99~2000년 투쟁과정에서 노동대중은 관망하는 시기를 보냈다”며 “공격에 맞선 저항동력이라는 성격 때문에 개별사업장 차원으로 고립분산될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치열한 투쟁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시장 폭락으로 2백조원이 공중으로 날라갔고, 1백50조원의 공적자금이 고스란히 노동자·서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 상황에서 더 이상 총자본이 나눠줄 빵가루도, 노동자가 물러설 곳도 없어질 거라는 얘기다.
신언직 조직1국장은 “98~99년이 완전히 수세로 몰린 시기였다면 내년은 현장투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수세와 방어국면은 여전하더라도 방어의 수위와 강도는 높아질 것”이라며 “현장투쟁동력은 올해 이미 바닥을 쳤고 공세의 시점은 내년 후반기나 2002년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태연 기획국장 역시 “한국통신과 금융노동자들의 파업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노동대중이 자신감을 회복해가고 있어 올해 노동자대회와 같은 강력한 투쟁흐름이 내년에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주체역량이 대체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하는 데에는 노동대중이 ‘2~3년 고생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정권의 거짓말과 실패를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2002년 권력재편기를 앞두고 정권의 정국장악력이 눈에 보이게 떨어지는 반면 현장의 생존권투쟁은 더욱 완강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언직국장은 이와 관련해 “98~99년 현대자동차, 지하철투쟁은 전국적인 사안이었지만 개별사업장 투쟁에 머물렀던 반면 5월총파업, 한국통신파업 등 2000년 투쟁도 비슷했지만 민주노총이 집중하려 했다는 점이 다르다”며 “민주노총의 정치적 과제는 올해와 같이 개별분산된 투쟁을 어떻게 모아낼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연국장은 “지난해도 민주노총, 연맹의 조직적 투쟁역량은 별반 나아진 바가 없다”며 “조직적 지도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느냐, 못가느냐가 올해 투쟁의 열쇠”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1년 투쟁이 전면적인 총력투쟁이나 총파업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허부위원장은 “총자본은 노동자투쟁을 1년에 걸쳐 고립분산시킬 것”이라며 “완강한 투쟁을 벌여나가는 개별 구조조정사업장을 민주노총, 연맹, 지역본부가 지지엄호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국장은 “국지전을 전국싸움으로 만들어 나가는 가운데 노자대리전이나 일점돌파식 투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고 신국장은 “신자유주의, 김대중반대로 투쟁대상과 요구가 모아지고 있기 때문에 투쟁전선이 강도 높게 형성되겠지만 전국적 총파업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법개악저지투쟁, 5~6월 임단투, 한국전력·대우자동차 구조조정투쟁 등이 세부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김대중정부가 국면주도용으로 삼으려고 하는 북한 김정일 주석의 방남은 올해 6·15 남북정상회담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국장은 “올해 경제상황에 비춰 김정일 방남이 김대중정권의 주도권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동법개악문제는 하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고 현대와 엘지그룹의 위기에 따른 구조조정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국장은 “단협이 집중되는 내년에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민주노총이 쟁점화해야 한다”며 “경제위기 책임론에 사회적 평등을 내걸고 정면대응하는 등 신자유주의, 김대중정권에 대한 정치투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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