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승계 말고는 다른 생각 없어요”
삼미특수강 ‘정리해고자’ 김규남씨
내년이면 5년째다. 복직의 그날을 위해 하루같이 싸워왔다. 삼미특수강노조 김규남(32)씨는 2001년 새해를 맞으면서도 ‘고용승계’말고 달리 생각해본 게 없다. 해고전에 일하던 공작파트 선반공으로 돌아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노조활동도 하는 게 김씨의 새해소망이다.
“노동법이 개악되기 전인 96년, 경총 등 총자본은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자산매매(P&A)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정리해고를 관철시켰다”고 설명하는 김씨는 “고용승계투쟁이 길어진 것도 경총, 전경련 등이 고용승계를 극구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사합의든, 법원판결이든 고용승계투쟁의 첫 사례인 삼미특수강투쟁에서 지면 안 된다는 게 수 억원짜리 변호사를 고용한 자본의 속셈이라는 얘기다.
김씨가 상경투쟁을 시작하는 날은 첫애 백일잔치날이었다. “처음에는 한달 정도 상경투쟁하면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6개월이 그냥 지나가더군요.” 김씨가 98년 노숙투쟁을 준비하는 가운데 둘째가 태어났다. 둘째 백일잔치 때 김씨는 노사정위 점거농성에 들어가 있었다. “아내와 홀어머니,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 김씨. 가족들의 고통은 너무나 컸다. 해고자 가운데는 가정불화로 이혼한 사람도 생겨났다. 또 건강검진을 해보니 1백40명 가운데 정상인 사람은 21명에 불과했다. 김씨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승리해야 가정과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며 “한국철도차량 동지들이 ‘삼특이 승리하면 우리도 승리한다’고 하는데 반드시 승리해 이 땅 노동자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1년6개월만에 경영진과 노조의 교섭일정이 28일로 잡혔다. 김씨는 “‘고용승계하라’는 고등법원까지의 판결을 번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고 대법원이 정부-자본의 눈치를 보고 있어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삼미특수강노조는 조합원의 나이도 많고 강성도 아니란다. “생활로 닥치다보니 투쟁속에서 오히려 조합원이 강해졌고 이 길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김씨에게 새해 소망을 한가지 더 물어봤다. “전체 노동대중 사이에 민주노총의 위상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이라며 “곧 위원장 선거가 있는데 누가 당선되든 빠른 시일 안에 조직을 정비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긴 투쟁과정에서 연대의 힘을 체험한 김씨의 말에 당당함이 묻어난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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