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간의 노상 단식농성을 마치며>

– 우리는 계속 얼음을 깨는 아침을 맞을 것이다 –

개혁에 대한 염원과 뜨거운 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13일이었다. 우리는 2000년 12월 28일에 시작한 노상 단식농성을 해가 바뀐 오늘 1월 9일로 접는다. 3대 개혁입법의 희망을 파묻을 수 없었기에 결행한 우리의 투쟁은 영하 20도의 추위와 20년만의 폭설을 뚫고 연말연시의 동면을 깨울 수 있었다. 침구에 맺힌 얼음을 깨는 것으로 시작한 하루하루는 수많은 시민들과 사회단체 동지들의 발길 속에서 데워졌고, 정치권에 짓이겨진 3대 개혁입법을 향한 의지는 새순을 틔울 수 있었다.

오늘 우리는 허기와 추위에 상한 우리의 몸뚱이보다 더 아픈 것은 국민의 심정임을 새삼 절감한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 대한 절망감은 더 이상 갈 데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적어도 이번 임시국회 안에 3개 개혁법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당론을 확정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되었고, 허울좋은 ‘위로방문’차 농성장을 찾은 여야 의원들은 ‘당론을 가져오기 전에는 올 생각 말라’는 단식자들의 반반을 수긍할 줄 몰랐다.

그러하기에 오늘 우리의 단식농성 정리는 새로운 싸움의 신호탄일 뿐이다. 개혁 ‘지체’가 아니라 개혁의 ‘시작’조차 구경 못한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총공세를 멈출 수 없다. 3대 개혁입법을 성취할 때까지 우리는 농성기간 중에 그랬듯이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깨는 결연한 아침을 계속 맞을 것이다. 결단을 모르는 김대중 대통령과 행동을 모르는 민주당을 치는 일에 우리 인권활동가 뿐 아니라 제 시민·사회단체들은 망치가 될 것이다. 또한 국가보안법의 개폐 논의마저 봉쇄하며 무분별한 반대만 일삼는 야당도 국민의 원망과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아울러 우리는 3대 개혁법안, 국가보안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법 중 어느 하나만 통과시키려는 그 어떤 의도도 단연코 거부한다. 일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 전향적인 태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나 우리는 경계를 늦출 수 없다. 결코 따로 취급될 수 없는 이들 3개 법안의 제정 및 폐지에 대해 어느 하나로 생색내려는 시도는 다른 사안을 사장시켜 결국 더 큰 해악을 끼치는 행위임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개혁입법에 대한 요구에 귀를 막고 정쟁의 식탁을 떠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이여, 똑똑히 들어라. 국민들의 허기는 그대들에 대한 분노로 뭉치고 있다. 그대들이 목구멍에 처박고 있는 거짓과 태만과 배반은 내장 속에서 썩어 들어가 결국 국민들의 수술 집도 내지 사형선고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의 요구>

– 여야는 소모적인 정쟁을 중지하고 3대 개혁입법 제정에 즉각 나서라!

– 김대중 대통령은 3대 개혁입법에 대한 결단을 내려라!

– 여야는 인권의 원칙에 입각하여 인권 2대 현안인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에 나서라!

– 여야는 부패방지법 등 개혁입법의 제정에 즉각 나서라!

– 법무부(검찰)는 인권단체를 우롱하지 말고, 개혁입법 논의에서 손을 떼라!

2001년 1월 9일

인권활동가 연합 단식농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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