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가져온 또 하나의 비극

이헌석 / 청년환경센터 대표

GreenReds@hotmail.net

국제문제로 비화된 ‘발칸 신드롬’

광우병 파동으로 신드롬(syndrome)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어버린 유럽에서 요즘 또 하나의 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94-95년 보스니아와 99년 코소보에서 평화유지활동을 하던 군인과 의료요원들이 가볍게는 불면, 두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심하게는 암과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발칸 신드롬’이다. 가장 피해가 심한 이탈리아의 경우, 현재까지 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현재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발칸 신드롬’에 대해 각국 정부는 일단 당시 전쟁에서 미군이 사용했던 열화우라늄탄을 지목하고 있다. 이미 NATO가 지난 5일 보스니아에서의 열화우라늄탄 사용을 정밀 조사하기로 했고, 9일에는 EU차원에서도 공식적인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이탈리아, 벨기에, 체코 등 당시 전쟁에 참가했던 유럽 각 나라 병사들에게서 증세가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 피해가 점점 늘어남에 따른 조치이다. 또한 UNEP(유엔환경계획)이 올해 3월 현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함에 따라 사실상 이 문제는 국가간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한편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한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달 미 국방성은 열화우라늄탄이 걸프전 참전병사들의 질병원인이 아니라는 기존 평가를 재확인한데 이어(걸프전 직후에도 발칸 신드롬과 유사한 ‘걸프전 신드롬’이 문제가 되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8일 열화우라늄탄이 ‘발칸 신드롬’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며,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핵무기에 준하는 위험성을 갖는 열화우라늄탄

하지만 열화우라늄탄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에 대한 보고는 너무나 많다. 발칸 신드롬이 확산되자, 이라크 정부는 걸프전 당시 열화우라늄 공격을 받은 남부 지역의 방사능 오염 수치가 다른 지역의 10배에 달한다는 발표를 했으며, 94년 나토의 유고 공습 당시 열화우라늄탄에 노출된 보스니아계 세르비아 마을 주민 약 400명이 암에 걸려 사망한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또한 미국, 영국, 프랑스의 공식 보고서에 열화우라늄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 실려 있었던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도 미군은 열화우라늄탄을 ‘방사성 무기(Radiological Weapon)’으로 분류하기를 거부하고 매우 경미한 양의 방사능만이 나온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열화우라늄탄이 자연 발화하면서 발생한 우라늄 산화물은 미세한 먼지의 형태로 흙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호흡기 등을 통해 인체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것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열화우라늄탄 발사 요원들에게는 ‘불타는 탱크에 다가갈 때는 자체호흡기, 방호복 등을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나, 적군이나 전쟁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열화우라늄탄은 이와 같이 사실상 ‘준’ 핵무기로서 위험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사용이 규제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지금의 발칸 신드롬은 걸프전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무시한 대가인 것이다.

열화우라늄탄이란 무엇인가?

우라늄 가운데에서 핵분열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은 U-235로 이것은 우라늄 원광가운데 0.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핵연료나 핵무기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U-235의 농도를 높게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 핵연료는 3-4%정도, 핵무기용은 90% 가까이 농축해야 한다. 따라서 우라늄 원광을 정제하는 가운데에서 많은 양의 폐기물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열화우라늄(Depleted Uranium)이다. 이것을 이용해 만드는 105-130mm 야포용 포탄, 항공기용 30mm 포탄, 기관총용 탄환을 통칭해서 열화우라늄탄이라고 부른다.

열화우라늄탄은 91년 걸프전에서 처음 사용되어 당시 이라크 전차 1200여 대를 파괴하는 전과를 거두었으며, 94-95년 보스니아에서 1만발 이상, 99년 코소보에서 3만발 이상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걸프전 이후에는 미군 병사들 사이에 ‘걸프전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그 유해성 논란이 된 바 있다. 열화우라늄탄은 충돌 시 자연 발화하면서 높은 열을 내는데, 이때 나오는 방사능과 우라늄 산화물이 간과 신장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에는 매향리에서 사용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으며, 현재 주한미군은 열화우라늄탄 보유에 대해서는 시인했으나, 그 사용여부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각 나라의 피해상황

이탈리아 : 8명 사망, 12명 발칸신드롬 증세

벨기에 : 5명 암 사망, 4명 암 또는 백혈병 진단

스페인 : 2명 암 사망, 7명 암 진단

네덜란드 : 2명 백혈병 사망

스위스 : 1명 백혈병 사망

포르투칼 : 1명 사망, 3명 발칸신드롬 증세

프랑스 : 4명 백혈병 진단

영국 : 1명 발칸 신드롬 증세

그리스 : 1명 백혈병 진단

체코 : 1명 사망

헝가리 : 1명 백혈병 사망

덴마크 : 1명 백혈병 진단

(각 나라별로 현재 피해자 계속 늘어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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