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음모야 음모!!!…유니폼

이건 음모야 음모!!! … 유니폼

김 혜 경(서울여성노조 조합원)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한번도 교복을 입어본 적이 없다. 중학교 입학할 때 없어져서, 졸업할 무렵 다시 부활되었기 때문이다. 부활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왜 부활되는지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를 들어가자 유니폼이 지급되었다. 몸에 딱 맞는 타이트한 스커트와 블라우스 조끼, 자켓을 갖춘 정장이었는데, 입으면 무지 답답했다. 스커트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도 자켓을 잘 입지 못하는 나는 결국, 자켓 대신 가디건을 위에 입고 다녔다. 그러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사(놈)에게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옷이 변변치 못했던 그 당시, 어쩌면 유니폼은 참 편리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질이 좋은 건 아니라서 블라우스도 어느 정도 지나자 회색으로 변해갔고, 치마 엉덩이 부분에는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여름이 되어 새로운 유니폼을 지급받아 처음 입고 나왔을 때, 남직원들이 일제히 내지르는 함성을 들었을 때의 당황함이 기억에 생생하다. 여름 유니폼을 입는 기간과 겨울 유니폼을 입는 기간을 두어 일종의 통제가 되었던 유니폼…

토요일에 집에 가져가서 빨아놓고는 월요일 출근할 때 그냥 나와서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하던 기억 – 출근부에 사인은 해야겠고, 그래서 생각해 낸 편법은 나보다 사이즈가 훨씬 컸던 친구의 옷을 빌려 입고 들어가 사인만 하고는 다시 나와서 휴게실에서 기다리는 필살기를 발휘하기도 했다. *^^*

또 유니폼으로 인해 꼭 필요한 공간이었던 탈의실이 여직원들만의 작은 해방구가 되기도 했다. 거기에 모여 앉아 – 비록 구석탱이 어두운 곳이었지만 – 친구랑 직장생활에서 겪은 여러 가지 어려움도 토로하고, 그게 너무 길어져서 급기야는 사무실 남직원이 다른 여직원을 동원해서 쳐들어오기까지 했던 일… 유니폼을 지하철에 놓고 내려 친구와 함께 유니폼 되찾기 오딧세이를 했던 일…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건 임신한 여직원들이 입었던 유니폼이다. 그걸 입기 위해서 임신한 여직원들은 직접 유니폼 회사에 연락해서 옷을 제작해야 했다.

근무시간 중에는 어디에 있든지 어느 회사 직원이라는 표가 나는 유니폼… 여직원들은 거리를 돌아다녀도 금방 표시가 나니까, 근무시간에 나가기가 조심스러워 진다. 게다가 평소에 바지만 입는 여성들도 유니폼 때문에 스타킹을 필수로 가지고 다녀야 하고, 그에 맞는 신발까지 따로 구비해야 했다.

한 번은 유니폼이 맘에 안 든다고 여직원회에서 항의를 했는데, 그러자 여직원들을 모델로 하여 전체 사원들 앞에서 유니폼 패션쇼를 벌여 투표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번거롭고 돈도 드는 유니폼을 왜 굳이 회사에서는 고집했던 것일까?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복지 시설을 확충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경영자들에게 여직원들의 유니폼은 지출되는 비용이긴 하지만 거기에 들이는 노력보다 더 큰 ‘어떤 걸’ 주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건재하지 않나 싶다.

그게 뭘까? 어디서든 표가 난다는 건 그만큼 통제하기 쉽다는 것이고, 경영자나 남직원들 입장에서는 통제받는 대상들이 ‘내 꺼’ 란 생각도 들게하지 않았을까? 교복을 입히는 게 소속감과 자신의 신분에 대한 자각을 강화시킨다는 이론으로 다시 교복이 부활했던 것처럼 유독 ‘여직원’들은 자신의 신분과 소속감을 그런 식으로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오오, 나는 이 대목에서 ‘음모론’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왜 여직원들에게만 유니폼을 입히나? 편리성 때문이라면 여직원들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 있는 남직원들은 왜 유니폼을 입혀달라고 시위를 벌이지 않는가 말이다. 결국 이건 ‘여직원들은 따로 통제해야 하는 대상’ 이라고 보는 시각과 ‘깔끔하고 여성스런(치마를 입은) 직장의 꽃’을 만들려고 하는 음모라고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이제 여성들이 시위를 벌일 차례다.

‘유니폼 만들 돈으로 불평등한 임금이나 보충해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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