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후꼬꾸와 박순덕 비대위 명동성당서 계속되는 농성

한국후꼬꾸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과 명동성당 농성이 50여

일째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지난달 20일 한 차례의 교섭에

응했을 뿐, 현재까지 일절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측에서는 이미 윤동만 노조위원장과 이승환 편집부장이 30여 일,

이승진 문화부장이 2차로 20여 일간 단식투쟁을 벌인데 이어, 지난 6

일부터는 한광수 사무장이 3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의 태도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며, 노동자들과의 협상 보다는 오

히려 다가올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상임위원회 대책마련에 분주한 것으

로 전해지고 있다.

회사측의 무반응과 함께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후꼬꾸 노동자들의 심신

은 많이 지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따위 회사라면 차라리 망해버리

는 게 낫다”는 푸념마저 나오는 지경이며, 한광수 사무장도 “누가 하나

죽어야 해결되는 게 아니냐”며 힘겨움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

내 용역깡패의 철수와 부당노동행위의 시정이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농성자들의 확고한 신념이다. 그리고 다가

올 정기국회에서 한국후꼬꾸의 문제가 어느 정도 다뤄지게 될지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 농성자들의 계획이다.

8일 이들의 농성장으로 금호동 성당의 요셉아저씨라는 분이 찾아왔다.

그는 “고생하시는 것 같아 들려봤다”며 자그마한 비닐 봉지에 얼음과

자 몇 개를 담아왔다. “김치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며 멋적게 농성장을

둘러보던 그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곧 자리를 떳다. 단식중인 농성자

는 가져온 얼음과자를 사양할 수 밖에 없었지만, 요셉아저씨의 마음만

으로도 배가 한껏 부른 듯 했다.

일주일 뒤면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다. 이 기간동안에도 후꼬꾸 노동자

들은 추석을 반납한 채 명동의 농성장을 지키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가

을의 결실이 후꼬꾸 노동자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을지 전망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박순덕 씨 비대위 연일 항의시위

명동성당 한국후꼬꾸 농성장 아래로는 전국철거민연합 회원들이 한달

째 농성장을 차리고 있다. 7월 전농동 박순덕 씨의 사망을 계기로 시

작된 철거민들의 농성도 연일 강행군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대문구청,

청량리경찰서 등 관할관청은 물론, 전농동 철거담당업체였던 선경건설

본사에도 찾아가 연일 항의시위와 선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영안실에 마련된 ‘고 박순덕 열사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명동농성단의 요구사항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박순덕 씨 사망사건

의 방화책임자 처벌 △철거용역깡패 소탕 △강제철거 절대금지법 제정

△민중주거권 쟁취가 그것이다.

농성 관계자는 “연일 계속되는 항의시위 등으로 동대문구청 등에서 상

당한 압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철거관련 사건들

의 처리과정에 비춰보면 이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별로 없

다.

이미 검·경은 전농동 철거과정에서의 화재사건에 대해 철거민들의 방

화로 결론을 내린 상황이며, 이에 따라 구속된 전농동 주민 가운데 12

명에게 ‘방화치상·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거민들은 추석연휴인 13-17일 간 동안 귀성인파

가 몰리는 역 주변 등에서 집회와 선전활동을 계속할 방침이다.

1997년 9월 9일 화요일 인권하루소식 제9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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