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결혼연령이 상승되면서 여성의 취업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 뒤 취학 전 아이를 둔 기간에는 취업률이 심하게 떨어져, 여성의 취업률은 전체적으로 M자형을 이루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0∼5살 아이를 둔 기혼여성의 취업률은 27.3%로 우리나라 기혼여성의 취업률 77.9%(2000년 통계청 기준)에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낮다. 그중에서도 0∼2살 아이를 둔 가구의 여성취업률은 20.5%로 3∼5살 아이를 둔 여성취업률 33.9%보다 훨씬 낮다. 0∼2살 영아보육에 대한 대비책이 사실상 없는 탓이다.

25살부터 29살 연령층의 주부 중 네명에 세명은 취업을 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보육 문제를 꼽았다. 첫째와 둘째아이의 나이차가 많이 나는 최근의 경향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는 손수진(29·서울시 연신내)씨는 “전문직 여성과 달리 단순사무직 여성들이 재취업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며 “힘들어도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싶은데 둘째를 낳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혼의 직장여성이 가장 많이 흔들릴 때는 손씨처럼 둘째를 낳을지 결정하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더이상 ‘기댈 언덕’이 없고, 아이 두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보육비는 웬만한 직장여성의 수입을 육박하기 때문이다.

전문직 여성이라고 해서 재취업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외국계기업에 다니다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뒀던 강선혜(33·경기도 일산)씨는 얼마 전 재취업을 고민하면서부터 이상한 증상이 생겼다. 가슴이 심하게 뛰고 울렁거려 잠을 깊이 잘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강씨는 첫째아이인 찬호(5)를 낳고 아이가 3살 때까지 친척한테 맡긴 채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나 동동거리며 일해도 아이 봐주는 대가로 한달에 50만원이 나가고, 피곤한 바람에 출퇴근 비용이나 기타 생활비까지 늘어나 이러다가는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친척집으로 직장으로 매일매일 시간에 쫓기며 사는 데 심한 회의가 들어 직장을 그만두었던 것이다. 강씨는 재취엄을 다시 생각하면서 몇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도와줄 사람이 없거나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서는 엄마가 혼자서 거의 전적으로 젖먹이한테 매달려야 하잖아요. 그러다보면 자꾸 사회와 격리되고….”

한국여성개발원 김태홍 박사가 300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아 문제가 노동생산성에 끼치는 영향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기업은 여성노동자가 많은 금융업, 유통업, 식음료제조업체로 규모가 큰 순서대로 골랐다. 설문조사 결과 남자의 경우 생산성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답변한 경우가 43.2%이고 낮아진 경우는 3.2%에 불과했으나 여자의 경우 생산성이 높아진 경우가 18.9%, 낮아진 경우는 35.2%라는 답변이 나왔다. 김 박사는 “일본 정부가 가족친화적 기업상을 제정한 것처럼, 아이가 있는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조절하거나 근무지를 바꿔주는 식으로 가족친화적 경영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그런 기업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높아지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여전히 아이있는 이들에게 불리하고 특히 여성들에게 보육책임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부부간에 가사와 육아분담도 현실적으로 되지 않고, 모든 것을 사적영역에서 해결하다보니 일하는 여성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24시간 보육, 탄력시간제 보육 등 다양하고 현실적인 정책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공적분담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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