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 터울로 두 아들을 둔 이영미(35·서울시 풍납동)씨는 오는 4월4일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사업을 하는 남편은 한국에 남지만 올해 입학예정인 큰아이를 생각하면 영주권이 일찍 나온 게 다행이라 여긴다. 남편 역시 시간과 돈에 쫓겨 애들과 잘 지내지 못할 바에는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을 만나는 게 낫다며 이민에 적극적이었다.

이씨가 이민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 문제다. “귀를 막지 않는 한 이런저런 과잉교육에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이씨의 솔직한 심경고백이다. 큰아이 재문(7)이는 주변의 권유로 테스트를 거쳐 영재교육을 받아왔다. 일주일에 한번씩 영재교육원에 가고 나머지 날에는 유아스포츠단에서 수영, 무용 등을 배운다. 영재교육원이 석달 기준 17만원선, 유아스포츠단이 한달 10만원선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큰돈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영재교육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동안 학부모 대기실에서 대화를 듣다보면 마음이 항상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한 아이에게 심지어 100만원, 두 아이면 150만원이나 돈이 들어간다고 하소연하면서도 또다른 교육정보가 있으면 솔깃하게 귀를 기울이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고는 대체 이런 상황을 자신과 아이가 견뎌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졌다. 돈도 돈이지만, 설사 경쟁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아이가 과연 행복할지 의문이었다. “이민을 떠나는 케이스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거 같아요. 우선 아이에 대한 욕심 때문에 떠나는 케이스. 조기유학 열풍도 여기에 포함되죠. 그 다음은, 떠나야지만 아이가 행복하다고 보는 경우일 겁니다. 학벌위주, 학력위주의 경쟁사회에서 아이를 소신껏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이씨는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친구들을 방문해서 사는 모습을 본 뒤, 오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살인적인 사교육비에서 해방되고 나니 생활비 100만원에서 150만원이면 쾌적한 생활이 보장된다는 게 먼저 떠난 이들의 이야기였다. 게다가 유치원까지 공교육이 보장되고 지역사회 보육시스템이 발달돼 있어 아이들 취학 전에 서두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의 사연을 듣고 이웃 중 함께 따라나서겠다는 엄마들도 생겼다. 과잉교육 때문이 아니라 과잉교육을 피해서 떠나는 가족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보육전쟁의 포탄을 피하는 방법은 이 나라를 떠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이씨는 “어느 것이 꼭 정답일 수 없지만, 막연하게 불안해하기보다는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도리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캐나다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으로 이민을 떠난 사람은 1만5여명선. 99년에 비해 20%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에는 30% 이상 증가해 2만명가량이 이민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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