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적인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허용 5년 유예’ 합의를

즉각 철회하라!!!

노사정위원회는 2월 9일 본회의를 열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허용’을 2006년 12월 31일까지 5년 연장하기로 전격 합의하였다. 보수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노동계 절반의 승리”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절반의 승리가 아니다.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막으면서 한국노총을 노사정위원회로 계속 끌어들이려는 정권의 의도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연장을 통해 조직의 생명줄을 연장하려는 한국노총의 기만적 합의에 불과할 뿐이다.

이에 노동자의 힘(준비모임)은 다음의 입장을 밝힌다.

1.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금지’ 조항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침해하는 대표적 악법으로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복수노조 금지조항’으로 인하여 그동안 회사가 만든 ‘유령노조’, ‘어용노조’ 때문에 얼마나 단결권과 투쟁권을 침해받아 왔는가. ‘전노협’과 ‘민주노총’ 또한 상급단체 복수노조 금지조항이 풀리기 전까지는 계속 불법(법외)노조로 남아 얼마나 많은 탄압을 받아 왔는가. 더욱이 지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최대 피해자인 ‘비정규직’들은 단위노조 복수노조 금지조항으로 인하여 단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철저히 박탈당한 채 힘겹게 투쟁하고 있다. 따라서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이 조항의 지속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1. 조직의 유지를 위해 반노동자적인 행태를 자행한 한국노총은 자신의 입장을 즉각 철회하라.

더욱 경악할 일은 ‘단위노조 복수노조 허용’ 5년 유예가 바로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부와 한국노총과의 전격 합의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으로 조직을 지탱해 온 한국노총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가져올 단위사업장 노조의 운영 위기를 막기 위해 반노동자적인 ‘복수노조 금지조항’ 유지에 합의해 주었다. 김대중 정권 역시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허용’ 문제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유예’와 맞바꾸기함으로써, 한국노총을 계속 기만적인 합의주의(노사정위원회)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노동자계급 전체의 이해와 대의를 위해 투쟁하지 않고, 자기조직의 유지에만 급급하면서 정권과 자본에 끊임없이 결탁해온 한국노총의 반노동자성과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과 투쟁을 제압함으로써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관철하려는 정권의 본질을 다시 한번 만천하에 폭로하고 있다.

1. ‘노사정 합의’라는 기만적인 외피를 통해 노동자의 단결권과 투쟁을 끊임없이 제약하고 교란시켜온 노사정위원회를 즉각 해체하라.

노사정위원회는 결코 노·사·정 간의 이해를 ‘공정’하게 조율하는 기관이 아니다.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허울 좋은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면서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그동안의 과정이 생생히 보여주듯이, 이 기관은 반노동자적인 구조조정을 사회적 합의의 외피를 쓰고 관철시키는 구조조정의 보완물로 기능했을 뿐이다. 그 결과 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한 현장조합원의 불신만을 양산시켰고, 투쟁을 교란시켰으며, 투쟁을 통한 쟁취보다는 궁색한 거래(교섭) 중심의 활동을 조장하는 압박용으로 기능하였다. 민주노총이 탈퇴한 이후에는 사회적 합의에 외면하는 집단이기주의로 민주노총을 압박하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허용’ 5년 유예 합의는 이런 노사정위원회의 본질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것이다.

1. 노조전임자 임금문제에 대한 노조운동의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이 주장해온 바대로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 역시 ‘전임자 임금문제’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에 있어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투쟁을 통해 쟁취한 성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자본가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는 형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임금인상투쟁을 통해 조합원(조합비)이 노조 전임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변화해 나갈 때, 전임자 임금문제와 복수노조 금지조항 철폐 중 양자를 택일하라는 정권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기우일 수 있겠지만, 정부의 보조금과 자본의 전임자 임금지급을 통해 자신의 생명줄을 연장해온 한국노총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밝힌다.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은 그 어떤 것과도 맞교환될 수 없는 노동자의 기본권리이다. 또 정부와 한국노총의 기만적·반노동자적인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계속 정부와 자본, 한국노총이 더러운 거래를 통해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막으려 한다면, 노동자들의 걷잡을 수 없는 투쟁에 직면할 것이다. 이 투쟁에 노동자의 힘(준비모임)도 함께 할 것이다.

2001. 2. 10

노동자의 힘(준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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