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임금요구안 살펴보니>

사회정치적 요구 덧붙여 임단투의 정치성 강화

민주노총이 확정한 2001년 임금인상 요구안는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가장 큰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최근 소득분배의 불평등으로 이들의 임금수준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에 따르면 99년 현재 상용노동자의 월통상임금은 99만7천6백50원인데 비해 임시·일용노동자는 상용직의 68.5%인 68만3천8백60원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다 상여금 등 부가급여까지 감안하면 임금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10인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1~4인 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은 63.8%였던 것이 99년에는 62.9%로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1998년 기준)

또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96년 48.8%에서 97년 47.2%, 98년 45.2%, 99년 43.1%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주진우 정책국장은 “특히 비정규직, 영세노동자가 IMF 이후 큰 폭의 임금하락을 겪었기 때문에 이들 노동자의 생활임금 쟁취, 동일노동 동일임금 확보를 가장 중요한 요구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는 그 수준이 너무 낮고 적용대상이 제한돼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계보장에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초기 최저임금액은 전체노동자 임금 평균의 40%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30%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저임금제도로 인해 최저임금 수준이상의 임금을 받게 되는 노동자의 비율도 초기 10%에서 최근 1~2%대로 떨어져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전체 평균임금 수준의 절반 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자층을 없애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제를 현실화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판단이다.

평화자동차운전전문학원노조 최도현 수석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비정규직이 50%를 넘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생활임금 보장을 첫 번째 요구로 내건 것은 바람직하다”며 “50%수준이라는 최저임금 인상수치도 결코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올해를 발판으로 계속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올해 총자본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는 임단협투쟁의 정치적 성격을 강화하는 한편 밀도있는 교육선전이 뒷받침될 경우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올해 내놓은 임금인상요구율은 12.7±2%다. 주진우 정책국장은 “노동자들은 상대적인 임금삭감을 겪었기 때문에 대폭적인 임금인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경제 등을 고려해 표준생계비의 73%에 그치는 최소한의 요구를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사회보장 확대와 조세개혁을 통한 사회적 임금의 보장을 함께 요구해 부족한 생계비를 보전한다는 전략이다. 요구안에 따르면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100으로 했을 때 하위 20% 소득계층은 97년 22.3%에서 2000년 19.2%로 떨어졌고, 20~40% 소득계층은 97년 36.6%에서 2000년 32.5%로 하락했다. 소득계층 사이의 불평등도 매우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예상되는 ‘경제성장율+물가상승율’은 대략 9%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 1970년대 이후 최대로 악화되고 있는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임금은 이보다 훨씬 높게 인상되어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판단이다. 기아자동차노조 이영근 정책기획실장은 “그동안 표준생계비 접근이 미흡했다고 보고 지난해 회사의 흑자분이 많이 났기 때문에 임금요구를 상향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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