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노동자 정리해고에 대한 우리의 입장
— 사회 원로모임 ‘진보적 지성과 양심의 소리’
현정권은 재벌의 부패하고 전근대적이고 반민중적인 구조를 혁파하지 않
고 있다. 재벌이 오랜 정경유착에 의해 안일한 경영으로 현재 위기를 대
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재벌의 부실을 국민의 혈세를 동원
해서 부지시키지만 그들은 그것을 개인의 주머니속에 챙기고 있다. 재벌
의 부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켜 노동
자만 희생시키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하고 있다. 공공기업도 그 공공성
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적절한 감독하에 두도록 공기업을 민주화시키는
방안은 강구하지 않고 오직 민영화해서 그것도 해외자본의 입안에 아주
달콤하게 넣어 주고자 하는 방책만 강구하고 있다.
현재 뜨거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대우자동차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월 16일을 기점으로 대우자동차 사측은 노
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대우자동차 노
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는 단지 대우자동차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의 노동자 민중 모두의 문제이기에 이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 하기
위하여 여러 민주적인 노동조합과 단체, 정치조직이 공동투쟁본부를 만들
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이 투쟁을 지지하기 위한 선언운동도 전개
되고 있다.
우리 또한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이에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정리해고 공세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투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 먼저 현 상황의 책임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김대중정권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자 한다. 현재 대우자동차의 상황은 김대중정권이 해외매각을
위주로 하는 구조조정 정책이 실제로 실패하면서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
다.
최근 들어 김대중정권은 작년 10월 이후 행방을 감춘 김우중 전 대우그
룹회장의 회계조작만이 마치 대우재벌의 붕괴요인인 듯이 들먹이고 있는
동시에 대우재벌의 악랄한 부패에 마치 노동자의 책임도 있는 듯이 부각
시키고 있다. 이러한 여론공세는 좁게는 대우자동차의 구조조정이, 넓게
는 최근 진행된 구조조정의 결과가 경제의 위기 신호와 민중들의 생활상
의 고통으로 다가서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정권의 책임을 은폐하고 회피
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
○ 정권은 대우자동차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
합의 동의를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대중자동차의 노동조
합과 사측은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물론 이는 현 집행부
취임 직후부터 자본측이 강제한 ‘동의서’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흐름을 확
산시키려는 자본의 시도는 이후 금융부문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정리해고에 대한 합의는 지난 98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서 불합리하게
이루어졌지만 노동자 대중들은 이러한 합의 자체를 거부하였으며 노동현
장에서는 대중적 파업투쟁을 통해 정권과 자본의 정리해고 공세에 맞서
투쟁해 왔다. 자본은 이러한 현실에 부닥쳐서 단위사업장 수준에서 자본
의 구조조정을 노사간 합의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자본측이 노리는 것
은 정리해고의 인원과 더 중요하게는 그 합의를 강제하여 정당성을 확보
한다는 노림수에 있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간에 걸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노동자 대중들은 자본
과 정권이 주장하는 구조조정이 무엇인지를 체험하였다. 희망퇴직, 정리
해고를 당한 동료 노동자의 삶의 모습, 그 고통도 절감하고 있다.
○ 김대중 정권은 총체적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대우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공세를 가하고 있다. 의원임대라는 조잡한 방식을 통해 이른바 ‘신’
김대중-김종필 연대를 복원한 김대중 정권은 ‘강한 정부, 강한 여당’을
내세우며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연이은 부정부패와 미온적인
수사의 반복, 민중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쟁을 하는 썩은 정치판에서 외쳐
대는 강한 정부가 노동자 민중의 삶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없다. 오직 노동자만을 희생시키는 구조조정을 개혁인양 외치고
있을 뿐임을 모든 국민이 이제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2월말로 예정된 제2차 구조조정의 완료를 앞두고 노동운동에서는 공공,
금융 부문에서 다시 투쟁의 열기가 달구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완료를,
나아가 상시적 구조조정으로의 이행을 위해,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는
환상을 심으며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김대중 정권은 대우자
동차 노동자들을 그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공세는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며 이에 대
한 투쟁도 더욱 완강하고 끈기있게 전개될 것이다. 2월 16일의 정리해고
발표의 범위와 관계없이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공세는 더욱 강도 높게
지속될 것이며 임금, 노동강도 등에서 더욱 더 가혹하게 자행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세가 다 관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본과
정권의 환상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
고를 수용하지 않고 있고 전체 노동운동, 민중운동진영이 이를 지지하고
함께 하는 한 노동자 대중들의 투쟁동력은 복원될 것이며 이는 완강한 투
쟁으로 나타날 것이다.
○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위기를 계속 초래하여 노동자 민중에게 더 큰 투쟁의 조건을 만들어
주게 될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연초에 2월말에는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이후에도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서 하반기에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도
록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러한 전망
을 수긍하는 사람은 없고 오직 ‘김대중 대통령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을 위해 정권이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야만적인 구조조
정정책은 결코 위기의 극복이 아니다. 현재 여기저기 산개해서 싸우고있
는 노동자 민중들의 작은 투쟁들은 이제 큰 물줄기가 되어 나타날 것이
다. 우리 또한 이러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성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
다.
2001. 2. 15
진보적 지성과 양심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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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환(이대), 김진균(서울대), 국순옥(인하대), 김상기(경북대), 김수행
(서울대), 오세철(연세대), 홍근수(향린교회), 문정현(전주교구), 진관
(불교인권위), 김재열(성공회대), 서창호(목포대), 이종수(광주대), 홍성
현(수송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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