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장애인에게 사회감옥형을 구형하였는가!
박경석 / 노들장애인야간학교장
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1월 22일 오전 11시 15분경, 고재영(75세) 씨와 박소엽(72세, 지체장애 3급) 씨 노부부가 설연휴를 지내기 위해 순천에서 역귀성하였다. 노부부는 막내아들 집에서 머물다가 큰아들 네로 가기 위해 오이도역에 있는 장애인용 수직형 리프트를 타고 역사로 올라가고 있었다. 순간, 수직형 리프트 철심이 끊어지면서 5미터 정도 추락하였다. 고재영 씨는 두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박소엽 씨는 하혈을 하다가 인천 길병원에서 치료 도중 사망하였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1999년 6월 혜화역에서 리프트가 추락해 노들장애인 야학 학생이던 규식이가 전치2주의 부상을 입은 사건과 같은 해 10월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흥호가 천호역의 리프트가 부러져 추락할 뻔한 사고가 생각났다.
리프트의 위험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시설의 문제점들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못했다. 힘의 부족이 지금 또 다른 죽음을 낳고 만 것이다.
전체 장애인구 중에서 한달에 한 번도 외출하지 못하는 사람이 16.6%, 한달에 한 번 외출하는 사람이 17.3%, 2∼5회 외출하는 사람은 36.6%로, 전체 장애인의 70.5%가 한 달에 다섯 번도 외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렇게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외출하지 못하는 이유의 55.6%는 교통수단이나 편의시설 부족 때문이다. 건물, 도로, 교통 등 사회의 모든 활동구조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계획되고 건설된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재가장애인은 가족에 의지하거나, 자원봉사자의 도움만을 기대하면서 철저하게 사회와 격리되어 집안에서 생활할 수빡에 없는 것이다.
성년이 되어 자원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몇십 년만의 외출에 감동하는 장애인이 있다는 것은 그 장애인의 감동에 뿌듯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이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야만적인 격리를 집단적으로 구조화시키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사회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는 집단적 차별과 편견으로 장애인을 ‘창살없는 사회감옥’ 속에 수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구조화된 사회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지난했던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요구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시혜가 아니라 당당한 권리임을 제도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형식은 마련했으나 그것은 ‘횟칠한 무덤’ 같은 빈껍데기였을 뿐, 그 내용은 공식적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의 미비, 전시적인 행정과 무책임, 장애인의 요구가 배제되고 돈의 논리가 판치는 냄새나는 구더기 판이었다.
그것의 결과가 바로 오늘의 오이도역 장애인 수직형 리프트 추락·참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고의 근본원인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차별이다. 만악의 근원이었던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했던 요소들을 진정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리프트의 설치가 아니라, 아무리 중증 장애인일지라도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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