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당제 확산…성폭력 방지 규정 속속 마련
진보진영 여성권익 제도화 현황
‘여성할당제’로 대표되는 의사결정기구 참여를 비롯해 조직내에서 여성들의 권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 여성할당제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민주노동당이 최초. 민주노동당은 당헌에 “모든 선출직과 임명직에 여성당원 30% 이상을 할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대의원, 중앙위원, 전국집행위원 등 당내 모든 의사결정기구에 여성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이선희 여성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중앙당과 지부에서 여성할당제를 통해 대거 여성간부들이 배출됨으로써 ‘30%를 할당해도 채울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노동계 내에서도 여성조합원들이 ‘과소대표’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 여성조합원들을 위한 정책개발과 조직화를 위해 할당제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전체 조합원 가운데 23%가 여성조합원이나 대의원, 중앙위원 비율은 각각 6.2%, 6.9%대에 머물고 있다. 여성조합원이 19%를 차지하는 한국노총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전체임원 25명 중 여성임원은 한명도 없으며, 중앙위원은 1백32명중 2명(1.5%), 대의원 6백71명중 23명(3%)만이 여성이다. 여성조합원비율이 낮은 조직의 경우 의사결정구조에서 여성들은 거의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혜순 민주노총 여성부장은 “연맹에서 중앙 파견대의원과 중앙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단위노조 위원장이 우선적으로 선출되는 경향 때문”이라며 “단위노조에서도 여성간부는 흔히 여성국이나 총무국으로 배치되고 있어 여성간부들이 상급단체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기 힘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정영숙 여성국장은 “28개 산별연맹 가운데 6곳만이 여성국장이 상근하고 있어 연맹차원에서도 여성사업을 챙길 주체가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의사결정기구에 여성들의 참여를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은 최근 민주노총이 관련 규약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는 “임원, 중앙위원, 대의원에 대해 30% 할당제 실시”를 내용으로 한 규약개정안이 상정됐다. 하지만 임원선거로 인해 안건순서가 바뀌면서 차기 대의원대회로 안건 처리가 미뤄지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각 연맹과 지역본부의 여성간부들이 각 후보자들에게 여성할당제 규약개정에 대한 찬반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각 후보자들의 답변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며, 이같은 노력은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3명 모두가 할당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힘으로써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이같은 움직임은 산하 노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보험노조는 지난 2월초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2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규약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전교조는 오는 24일 대의원대회에 “임원, 중앙위원, 대의원의 최소 50%는 여성으로 선출한다”는 내용의 규약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 10일 열린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는 여성위원회가 올린 규약개정안을 원안 그대로 대의원대회에 상정키로 하고 첫 1년간은 경과기간으로서 30% 수준으로 할당하도록 하는 부칙을 첨가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의 경우 민주노총보다 빠른 99년 산별연맹 여성국장들을 중심으로 규약개정이 추진됐으나 규약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한국노총 여성국은 올해 단위노조와 산별연맹에 대한 여성간부 실태조사와 워크샵 등을 통해 여론을 모은뒤 내년 대의원대회에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다수 여성활동가들은 조직내에서 여성들의 이해와 의견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과정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성들의 조직활동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사업의 활성화, 이를 전담하는 기구(예를 들면 여성위원회)의 설치, 예산 및 인력 확보, 여성간부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일반 교육이나 연수에 여성비율을 증가시키는 것, 성희롱 예방 및 고충처리센터 설치, 남성중심의 조직운영방식과 환경을 여성친화적으로 바꾸는 것 등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여성노동관련 법규와 단체협약 등을 분석해 <여성친화적 작업환경을 위한 모델협약>을 펴낸 바 있는 서울여성노조의 정양희 위원장은 “기존 노조의 단체협약이나 양대 노총의 단협모델안이 여성노동자의 관점에서 볼 때 평등권과 모성보호를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다”며 “대부분의 경우 기존 단체협약들은 현행 여성노동관련법을 그대로 옮겨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98년 산하 노조들의 단체협약 실태를 파악한 결과, 산전산후휴가 조항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최저기준’인 60일로 규정하고 있는 곳이 8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진보진영내 성폭력문제가 공론화되자 이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내부 규정을 마련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곳도 늘고 있다. 민주노동당, 청년진보당, 보건의료노조, 금속산업연맹은 성폭력 관련 내부 규정을 마련했다. 민주노총과 공공연맹, 금속산업연맹에서는 지난해부터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노총은 올해부터 중앙연수원이 실시하는 노조간부 교육 프로그램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2시간씩 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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