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에겐 구제금융, 여성에겐 고통전담

[50년이면 충분하다(www.50years.org)] 리사 맥고완

현재 ’50년이면 충분하다’ 네트워크는 국제통화기금(IMF) 확대를 위한 클린

턴 대통령의 180억 달러 지출 요청에 대해 의회가 반대표를 던질 것을 호소하

고 있다. IMF의 문제점 가운데 가장 핵심은 IMF가 전세계 80여개국에서 빈

민과 노동대중, 특히 여성의 사회, 경제적 권리를 경제개혁에 기계적으로 종속

시킨다는 점이다. 이러한 종속이 너무나도 뿌리깊게 박혀 있어 IMF가 장려하

는 발전 모델 자체의 일부분이 되었을 정도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하

나의 기구로서의 IMF와 그것이 추진하는 경제정책 모두를 변화시키는 게 필

요할 것이다. 또한 변화를 강제하려면 기금 지원을 억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

다. 젠더적 관점에서 본 IMF? 여성? 어떤 여성들인가?

IMF의 정책이 여성들의 임금으로부터 보건, 교육을 비롯한 모든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과 질, 여성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내용, 자기 노동력을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그들이 직면한 경제적 투쟁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선택권들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일상적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미치는 영향

은 대부분의 논의에서 무시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다. 전세계의 광대한 데이터들은 IMF가

부과한 긴축정책과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대다수 여성들에게서 그나마 한때 남

아있던 보건, 교육 혜택을 앗아갔음을 보여준다. IMF가 도입한 불경기, 민영

화, 정부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여성들의 공식부문 실업이 증가하였다. 한 예

로 중앙아시아 여성들은 국가소유 기업들이 민간부문에 매각됨으로써 대량실

업의 대상이 되었다. 여성환경개발기구(WEDO)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

면, 아르메니아, 러시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등의 여성 실업률은 평균 70%

이며 우크라이나에서는 80%를 상회한다. 또한 수출과 자유무역지구를 장려하

는 IMF 정책의 결과 여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착취공장

(sweatshop)들이 확산되고 있다.

토지와 노동력을 수출용 곡물 생산으로 전환시키는 유인책을 통해 여성들로

하여금 식량안보의 근간인 작은 토지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무보수 일꾼으

로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만드는 아프리카의 경우처럼, 가계에 소득과 생계

를 제공하는 식량 생산 등의 활동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남성들이 실업자

가 되거나 전통적인 소득 창출 역할로부터 밀려나면서 여성의 힘으로 유지되

는 가계의 비율은 계속 증가한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습격 이래 여성들은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고된 일을 해야만 했으며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부담

을 감내하고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에조차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IMF는 이러한 영향을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자

신의 형제 조직인 세계은행에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이 IMF의 틀에

박힌 방법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IMF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에게 얼마나 많

은 해를 미치든간에 자신의 경제적 처방을 바꿀 의사가 없음이 입증된 지금,

이러한 책임 바꾸기는 여성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거시경제: 침묵의 살인자

다음은 해외원조 수혜 조건으로 전세계 80개국 이상에 부과된 IMF의 표준

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이 젠더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관한 사례들이

다. IMF 차관의 상환 보장과 시장 개방, 수출 주도 개발 지원 등을 위해 고안

된 이러한 비슷한 정책들이 현재 좀더 산업화된 아시아 각국들에도 강요되고

있다. 수출 주도 성장이 바로 그것이다. IMF는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을 사용한다. 여기에는 수출 가격을 낮추기 위한 통화가치 절하와 수출

산업에 대한 보조금, 그리고 관세, 수량 제한 등의 무역 규제와 가격 통제의

철폐 등이 포함된다.

여성 농민들이 식량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아프리카에서는 수출용 곡물

생산으로 자원을 전환시키기 위해 고안된 정책들이 1980년대에 일인당 식량

생산을 매년 2% 가까이 줄어들게 만들었다. 이 시기 동안 식량 수입은 극적

으로 증가하였다. 케냐 여성들은 자기 집 바로 앞에서 담배를 재배하는데 이

걸 팔아서는 식품을 살 충분한 돈을 얻지 못하며, 우간다에서는 수출용 콩 생

산을 위한 정부의 유인책으로 인해 여성 농민들이 가족을 먹여살릴 곡식을 얻

지 못하고 있다. 자이레의 한 여성 농민은 식량에서 수출용 곡물 생산으로 토

지 사용을 전환시키려는 계획에 관해 언급하면서 아프리카 대륙 전역의 농촌

여성들의 현실에 관해 말해주었다. “먹을거리를 사기에도 충분한 돈을 가지지

못합니다”.

아시아의 여성들은 수출주도 성장으로 상이한 차원에 놓여져 있다. 여성들

은 수출 산업에서 노동자로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한편 그들 자신이 중요

한 수출품이 되어가고 있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의 경우 중동으로의 여성 이

주가 1979년의 8천 명에서 현재 1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필리핀에서는

1994년 현재 67만 5천 명의 등록 해외 노동자의 60%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 여성 이주자는 비참한 생활과 가혹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으

며 성적 학대와 폭력에 노출된 -가정부, 유흥업 및 관련 노동 등의- 서비스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민간 운송회사를 통해 필리핀으로 송환되는 시신(항

공사들에 따르면 수익성 좋은 신규 사업이라고 한다)의 수로 어림잡아 측정된

– 필리핀 이주자들의 사망률은 국내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게다가 이들은 이

주 노동자들에게 공통된 병-가족과 아이들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고립감, 인종

차별, 현지에서의 문화충격과 사회적 고립감, 본국 귀환시의 경제적 재편입 문

제 등-으로 고생한다. 미국에서 일하는 2천 8백 명의 필리핀 가정부 중 2천

명은 세계은행과 IMF 직원들이 고용하고 있다.

통화정책: “너무 많은 돈이 너무 적은 상품을 좇음”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야기된다고 가정하는 통화정책의 제사장인 IMF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양면 전략을 사용한다. 첫째는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돈을 빌리는 사

람들에게 신용이 너무 비싸게 만들어서 경제에서 유통되는 돈의 양을 감축시

킴으로써 “너무 많은 돈”의 문제를 경감시키기 위한 것이다.

외견상 중립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거시경제 정책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여

성들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고금리는 엄두도 못낼 만큼 신용을 비싸게 만듬으로써 생산과 가계의 비

상사태를 위해 필요한, 이미 희박한 여성들의 신용대출 접근권을 감소시킨다.

* 여성 노동자들이 고금리와 전반적인 경기 저하에 의해 가장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들에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그리고 공공부문 및 민간부문에서 남

성보다 여성을 우선 정리해고하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여성 노동자

들은 대규모 정리해고의 대상이 된다. 1998년만 보더라도 남한의 금융위기에

대해 IMF가 부과한 해법으로 인해 -여성 노동자가 많은 수를 차지하는- 5만

3천 개의 중소기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한과 타이 모두 여성이 정리

해고의 타겟이 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타이의 여성들의 벗 재단(Friends

of Women Foundation)이 최근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개월간 정

리해고된 미숙련 노동자의 80%가 여성이라고 한다.

두 번째 전략은 지출 전반을 삭감하는 것이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보조금을

비롯한 정부 프로그램을 삭감함을 통해, 간접적으로는 수입 비용을 증대시킴

으로써 지출을 삭감하는 통화가치 절하와 임금 억제 정책을 통해서 이루어진

다. 다시 말해 IMF는 지출을 삭감하기 위해 불황을 도입한다.

식량 보조금과 보건 예산의 정부 삭감은 인도와 짐바브웨 같은 나라들에서

건강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소요를 낳는 주된 원인이었다. IMF가 강요한 식량

보조금 철폐로 주요 도시들에서 폭동이 발발한 인도네시아는 최근의 사례이

다.

IMF가 강요한 저임금은 여성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여성 소득에

한층 하강 압력을 가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소득 저하로 인해 섬유 등 여성이 생산하는 대다수 상품에 대한 국내 수

요가 파괴되었으며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었다. 일자리에서 쫓겨난 여성들은

자신들과 가족 구성원들의 소득 상실을 보충하기 위해 대규모로 비공식부문으

로 밀려들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경쟁을 엄청나게 증대시켰으며 이 부문에서

여성의 임금을 한층 하락시켰다.

IMF의 정책들은 종종 서로 어긋나게 작동한다. 인플레이션 대책은 식량, 연

료, 비료 등의 생산 투입재의 수입가격을 상승시키는 통화가치 절하에 의해

직접적으로 상쇄된다. 이는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상품의

희소성을 증대시키고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한다. IMF가 상품과 서비스의

범주들로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분류하지 않음으로 인해 아이티 여성들이 직면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흔히 벌어진다. IMF는 이 나라의 인플레이션률을

60%에서 3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가혹한 정책을 정

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티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수입 식량과 의

약품 가격의 100-200% 인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자들로 하여금 경제 변화의 예봉에 자신을 정면으로

노출시키게 하기 위한 완곡어법에 다름아닌 ‘노동시장 유연화’에 관한 IMF의

고집은 여성 노동자들의 지위를 직, 간접적으로 잠식해왔다. 여성들은 정리해

고의 타겟이 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년, 수십년 간의

투쟁과 노동조합 조직화의 결과물인 임금 인상이나 작업장 내 지위에서 얻었

던 성과들조차 경제위기라는 이름 아래 삭제되고 있다. 아울러 노동시장 탈규

제는 파트타임과 불안정 고용, 그리고 여성들이 가정에서 삯일을 하는 하청

계약의 엄청난 증가로 귀결되었다. 여성들이 장시간 노동에 지독한 저임금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규제가 부재하고 생활공간과 노동공간의 분리가 없어지면

서 여성과 그 가족들이 증대되는 건강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 권리를 잠식하는 IMF의 선택은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를 지원, 장려하는 것이다.

여성들에 대한 점진적 공격: IMF 정책의 누적적 영향

IMF의 정책은 전세계 수많은 여성들에게 궁핍과 불확실성, 결코 끝나지 않

는 생존권 투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폴란드에서 남아공, 필리핀에 이르기까

지 여러 나라들에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가져온 소득 저하와 경제적 압력 증

대로 인해 야기된 가족 내 좌절감과 스트레스 수준의 증가에 기인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가계들에서 상황이 너무나

도 심각해져서 어린이와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다중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육

체적 소모, 뼈에 사무치는 가난과 살아남기 위한 고뇌가 미치는 정신적 충격

등은 여성의 건강에 장기적으로 축적되고 손상을 가한다. 여성들의 삶의 질이

손상되고 있으며 그들의 생산 활동 능력과 가족의 생존을 보장하는 능력, 사

회의 생존력에 공헌하는 능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IMF의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광대하고 장기적이며 여성들의 삶의 모든 측

면에 미친다. 우리는 미국 의회와 클린턴 행정부에게 하나의 기구로서의 IMF

와 그 정책 모두를 신속하게 변화시킬 것을 촉구한다. 그들이 이를 행하지 않

을 경우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전세계 여성들에 대한 착취의 공모자로 낙인

찍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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