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곤경에 처한 프랑스 좌파
[주간녹색좌파] 3/21
파리―지난 90년대의 프랑스는 자본의 권력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량이 어떠한 것인
지를 보여주는 매우 소중한 본보기였고, 지난 12월 프랑스 소도시 니스의 투쟁으로 기업 지배
에 맞선 일련의 투쟁들에 하나의 사례를 더 덧붙이게 되었다. 3월 초 파리에서 [주간녹색좌파]
의 조나단 스트로스는 혁명적 공산주의 동맹(LCR, 이하 혁공동) 정치국원인 프랑소아 뒤발과
대화를 나눴다. 뒤발은 혁공동 기관지 [루즈(Rouge)]의 기자이기도 하다.
뒤발은 공산당과 녹색당이 협력하고 있는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의 사민주의 정부가 1997년
에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조스팽은 1995년 겨울, 공공부문 노동자들
이 대다수를 차지했던 ‘붉은 파업’이 끝난 지 18개월만에 집권하였습니다. 이 파업은 공공부문
노동자들, 특히 철도 노동자들의 의료혜택 및 퇴직에 따른 권리에 대한 ‘개악 정책’에 저항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업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으면서 퇴직에 따른 권리와 의료혜택 서비
스를 축소하려는 우파 정부의 정책에 진저리쳤던 유권자들은 1997년 선거에서 좌파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국민들은 좌파가 우파와는 다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좌파 정부도 시간을 좀 늦췄을 뿐, 좀더 부드러운 방식을 통해 우파의 정책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노동 운동, 좌파, 그리고 급진그룹이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주당
35시간 노동을 승인한 것뿐이라고 뒤발은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조차도 사실은, 조스팽 정부가 자본과 장단맞춰 춤추는 데에는 기꺼이
수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만족스러운 것이었음이 입증되었다.
35시간 노동 정책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고 뒤발은 말했다. “노동자들이 이전
보다 조금 덜 일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스스로 원할 때조차도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전과 비교해 봤을 때,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을 편성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기업주만큼도 결정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만족스러워 합니다… 그러나 노동 강도
는 더 강화됐습니다… 공장과 사무실에서 언제 일을 할지에 관한 결정은 고용주들이 하고 있습
니다.”
뒤발은 퇴직연령과 수당 액수 등 노사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실업수당 관련 내용들이 또다
른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들은 이미 장차 변화될 실업 수당에 관해 우
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5일 양대 노조가 기업주들에 의해 제출된 협상 가안
에 반대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국민들은 분노하는 한편, 두려워했습니다. 그 후
[친사회당 노조인] 민주노동동맹(CFDT)은 정부의 실업 정책에 관해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협
상 가안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부와 제휴하고 있는 민주노동동맹과 기업주들 간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뒷걸음치는 노동조합들
뒤발은 프랑스 양대 노조 중 하나인 민주노동동맹이 어떻게 그런 협상안에 찬성할 수 있는
지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프랑스에는 전국적인 규모의 노조가 모두 다섯 개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작은 노조 하나만으로도 협상타결이 가능하고 법적 지위를 갖습니다. 노동자들의 의사는
전혀 묻지 않은 채 말입니다.”
“최대 노조 중 하나이자, 다른 노조에 비해 공산주의적 경향이 남아있는 노동총동맹(CGT)
역시 아주 강하게는 아닐지라도 어떤 측면에서는 정부와 연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
난 2-3년 동안 양대 노조 사이에는 일종의 동맹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노동총동맹은 말로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동맹 관계가 깨지길 원치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행동은 벌
이지 않는 편입니다”라고 뒤발은 이어서 말했다.
제출된 연금 개혁안은 더 중요한 또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뒤발은 말했다. “사실 퇴직
연령에 이른 사람들의 대부분이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55%가 실업자이기 때문이죠. 40년
혹은 45년간이나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 연금 최대 수령액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
은 거의 없는 겁니다. 따라서 이것은 민간 퇴직보험을 도입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주들의 실질적인 목표라
고 볼 수 있습니다.”
니스에서의 대규모 노조 집회 또한 이들 노조가 이러한 개악안에 대해 반대로 돌아섰다는
신호가 아닐지도 모른다. 뒤발은 “사실 노조들은 기업 지배에 저항하는 운동에 그렇게 많이 관
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총동맹이나 좌파 성향의 소규모 노조들이 어느 정도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소속 조합원들의 개인적인 활동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뒤발은 투기적 자본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토빈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대규모 네트워크
를 언급하면서 “기업 지배에 저항하는 운동은 주로 금융거래 시민과세연합(ATTAC, 이하 아
탁) 같은 [사회운동] 연합체들이나 젊은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반세계화
프랑스 기업 지배 반대 운동의 주요 특질 중의 하나는 이 운동이 식량과 농업 부문에 각별
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뒤발은 말했다.
“반세계화 운동의 지도자로 잘 알려진 인물 중 하나인 조제 보베”는 미요 지방의 읍내에 있
는 맥도날드 상점에 불도저를 밀고 들어가는 시위를 통해 유명해진 농민 활동가라고 뒤발은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식품의 질 등, 세계화와 농민들의 현실 사이의 연관관계에 대한 관심이 팽배
해 있습니다. 두 개의 주요 타겟이 세계 금융기구들과 거대 기업들이기 때문에, 기업이자 식품
공급자인 맥도날드가 주된 대상이 된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프랑스에서만 독특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라고 뒤발은 말했다.
뒤발은 혁공동의 “반세계화 운동에 대한 생각은 좀더 널리, 대규모적인 방식으로 이 운동을
건설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업의 세계화가 사회적, 민주적, 그리고 생태적
으로 중요한 것들에 대해 재앙을 가져오고 있어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있
을 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치 않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
해서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보호무역론을 폈던 공산당은 현재는 그 입장에서 많이 후퇴해서 점점 사민주의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시민운동(Citizens’ Movement)이라는 정당이 보호무역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
는데, 이 그룹은 7년 전 사회당에서 분리해 나온 소규모 정당으로 전 내무부 장관이 당 지도부를
맡아 알려진 정도입니다.”
“기업 지배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조직인 아탁 내에서도 이 [보호무역론] 사고가
존재하고 있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등의 신문을 포함해 운동 지도부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
다”라고 뒤발은 말했다. “그들은 기업의 세계화에 반대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사회적
인 이유들을 근거로 그것에 반대하고 있지만 그들은 확실한 보호무역주의만이 유일한 해법이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보호무역주의의 실체도 분명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들
은 모든 세계화 기구들에 대항하는 국가와 민족의 역할, 그리고 주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
리는 그 사회의 구성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말입니다”라고 뒤발은 말했다.
“우리는 이 두가지 방향으로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참한 사람들과 단결력을
높이면서 운동을 건설해나가는 것과 기업의 세계화는 자본주의이자 현대화된 자본주의이며, 따
라서 일정한 승리를 쟁취할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체제의 변화라는 우리의 정치적 이념을
방어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차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결론도 나오기 힘들 겁니다”라고 그는 덧붙였
다. “논쟁과 토론은 나중에 하자고도 할 수 있겠지만 바로 지금의 이 운동이야말로 사람들을
어떻게 조직하고, 이 체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우리가 중심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장입니다.
좌파 동맹
반세계화 운동에 대한 혁공동의 생각은 이 조직과 프랑스 내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
는 급진 조직인 노동자투쟁(LO)과의 주요한 차이를 보여준다. 양 조직은 1999년 유럽의회 선거에
서 연합하여 다섯 개의 의석을 얻는 성공적인 공동활동을 수행했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없애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우리에게 귀 기울인다면 우
리는 기업의 세계화에 반대하며 저항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체
제 내의 조절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할지라도 말입니다”라고 뒤발은 말했다.
“노동자투쟁은 이 운동이 개량주의자들의 운동이자 민족주의적 보호무역론자들의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동자투쟁과의 차이는 “큰 문제이자 우리의 최대 현안”이라고 뒤발은 말했다. “우리는 1999
년 유럽 의회 선거에서 노동자투쟁과 공동의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앞으로 있을 지자체 선거
에서도 연합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에는 두 가지의 주요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10% 이상의 득표
를 한 후보만이 진출할 수 있는 2차 선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비례대표제였던 유럽의회 선
거에서는 이것이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선거는 대부분 1, 2차 선거제를 통해 이루어
진다.
“우리는 유권자들이 [사민당-공산당-녹색당] 연합을 신뢰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기는 하
지만 또한 그들을 위해 투표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의 내용을 얘기하
고자 하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다른 정당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투쟁과 혁공동 사이의 두 번째 차이는 선거 연합에 있어 후보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노동자투쟁은 후보들이 노동자투쟁과 혁공동의 성원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
다. 우리는 노동자투쟁이나 혁공동, 어느 쪽과도 함께 하기를 원치 않지만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적당한 후보를 노동운동과 연합체들로부터 발굴할 수 있고 더 공개적인 방식 즉, 이들
이 후보자 선정에 있어서 무언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가질 수 있는 방식으
로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동자투쟁은 혁명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논쟁할 시간이 없
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노동자투쟁은 “독자적 선거 참여”의 길을 선택했다. 혁공동은 약 80개의 주요 시에서
후보를 낼 예정이고 그중 75%는 혁공동 당원이거나 ‘100% 좌파’라 불리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머지 25%는 대부분 공산당에서 분리해 나온 소규모 그룹들로 지역 정치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공산당의 위기가 점점 깊어지고 있지만, 공산당을 떠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로
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뒤발은 말했다. “그들은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실패로 보
고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큰 정당에 속해 있었고, 현재는 작은
정당에 참여할지를 선택하는 기로에 서있습니다.”
따라서 혁공동과 노동자투쟁 사이의 관계가 열쇠라고 뒤발은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사회주
의 동맹은 전국적 수준에서의 노동자투쟁과 혁공동 사이의 단결을 의미합니다. 다른 한편 새로
운 노조와 연합체들에 관여한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들은 정치적 공동활동을 위해
우리를 주목하고 있지만 노동자투쟁에는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다소 구
식일지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노동자투쟁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실질적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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