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벌 회장의 죽음과 노동자

요 몇 일은 ‘조문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방송과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까지 조문단을 보낸다고 한다. 바로 한사람, 수 많은 산재노동자와 식칼테러, 노조탄압, 공권력 투입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씨의 죽음을 두고 벌어진 조문정국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죽은 이의 삶을 되새기고 추모하는 것은 가족과 지인들의 몫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조문정국은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시류에 따라 살았다’는 재벌의 행적을 시련으로 미화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재벌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정주영 개인의 시련이 아닌 노동자, 온 국민의 고통인 거다. 언론은 이 정도의 균형감 상실이 아쉽다.

다음은 현대자동차에서 강요되는 조문에 대한 현장노동자의 조문반대 글이다. ‘현장신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옮긴다.

강요되는 정주영 조문-결사반대

회사측은 3월21일 협조전(본사 인사팀장명의)에서 고 정주영회장의 조문과 관련하여 분향소 설치는 물론이고, “임직원은 검정계통의 정장을 착용하고 검은색’근조’리본 착용(생산공장은 근부복위에 리본착용)”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벌써부터 관리자를 통해서 검은 리본을 내려보내고있는 실정이다.

양봉수, 서영호열사, 현대그룹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노동자,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구속,수배,해고,징계의 탄압을 받았던 수백명의 현대 노동자, 두발 단속을 하고, 안전화로 쪼인트를 깠던 병영통제식 노무관리 하에서 장시간근로와 저임금으로 시달렸던 현대그룹 노동자에게 정주영은 누구인가?

우리는 착취와 억압의 사슬을 끊고, 노동해방, 평등사회 건설을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나 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수 없다”고 호언했던 정주영.

이제 그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의 죽음을 두고 전체 현대그룹 노동자들에게 강요되는 ‘조문’은 결코 용납될수 없다. 수백명의 산재사망 노동자, 양봉수, 서영호열사가 죽음을 당했을때 정주영의 하수인인 자본가들은 어떻게 대했는가?

회사측 협조전을 통해서 ‘근조’리본을 달게하고, 분향소 방문을 강요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서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러한 회사측의 강요행위가 실제 벌어진다면 노동조합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대응해야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정주영을 존경의 대상으로 추앙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의 조문은 철저히 개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