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와 야합한 사파티스타

[사회주의 웹사이트] 4/11 빌 밴

7년 전 치아파스 남부에서 200명의 사상자를 내며 정부군과 무장 대치를

벌이기 시작했던 사파티스타 게릴라 운동이 메히코 지배 계급의 정치적 도

구로 활용되기 딱 좋은 길로 접어 들었다.

지난 달 메히코 시티를 향해 시작되었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기나긴

행진’은 메히코내 천만 원주민들에게 공식적인 자치를 보장하도록 헌법을 개

정하려는 로비 운동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주었다.

칼 맑스가 썼듯이 역사는 비극과 희극의 시대를 반복한다. 모렐로스 남부의

에밀리오 사파타가 1915년 무토지 인디안 농민군의 최선두에 서서 수도로 입

성했을 때, 북부 농민군 지도자 판초 비야와 조우했다. 두 지도자는 궁전으로

걸어가 사진을 찍기 위해 대통령 좌에 잠시 멈춰 섰다. 그들은 손에 들어온 권

력을 앞에 두고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에 메히코의 새로운 부르주아지

가 단결하고 장차 제도혁명당(PRI)이라는 장기 집권 정당을 형성하게 될 상황

을 고스란히 남겨둔 채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사파타와

비야 모두가 암살 당했고 메히코 농민들에 대한 테러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

다.

지난 세기 영웅적 농민 지도자의 이름을 딴 사파티스타는 24명의 스키마스

크를 쓴 사람들을 태운 전세버스를 타고 동일한 경로를 따라 메히코 시티에

입성했다. 수도를 빠져나가거나 문 뒤에 숨어 숨죽이던 1915년과는 달리, 메

히코 지배 계급은 이전에 게릴라로 규정했던 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의사당으로 안내했고, 여기서 가장 반동적인 일부 대기업 정치인들이 연설을

통해 사파티스타 운동을 ‘역사적’이고 ‘긍정적인’ 것으로 평하기까지 했다.

파티스타와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메히코 시티로의 행진에 앞서, 국가를 전복

시키거나 기존의 사회질서를 혼란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

은 “급진세력이지 혁명세력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국민행동당(PAN) 당수인 빈센테 폭스 대통령은 사파티스타를 수도로 초

대하면서 안전한 이동을 보장하고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해 대선에서 워싱턴은 물론 메히코의 가장 유력한 지배분파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폭스는 구속자 석방 및 정글 요새에 인접한 일부 군부대 철수라는 사

파티스타의 두 가지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

폭스는 또한 1996년 사파티스타와 메히코 의회가 합의한 헌법 수정안의

통과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폭스가 속해 있는 국민행동당은 물론, 지난 해

대선에서 패하기 전까지 70년간이나 장기 집권을 해왔던 제도혁명당 또한

헌법 수정안의 내용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사파티스타는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이 발효되는

시기에 맞춰 무장 행동에 돌입함으로서, 나프타가 농민 생산으로 유지되어

왔던 농업 시장의 얼마 안되는 몫마저 더욱 파괴하게될 것이라고 경고했었

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은 외국 자본의 유입을 위해 잔존하는 장벽마저

허물고, 몇 안되는 국영 기업과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해체하는데 전념하고

있는 전 코카콜라 사장이자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우익적인 대통령과의 정치

적 동맹을 굳건히 하고 있다.

자신들의 투쟁을 ‘시민 사회’의 보호와 ‘참여 민주주의’에 기반한 탈계급적

인 운동으로 가져가고 있는 사파티스타는 정부에 합류한 이전의 좌파들처럼

제도혁명당의 패배가 메히코 대중의 승리라는 주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들은 초국적 자본주의가 폭스는 물론 그의 사회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있

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제도혁명당의 부패한 독재정치의 위기, 그리고 콰우테목 카르데나스가 당

수로 있는 부르주아 좌파 야당 민주혁명당(PRD)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면서

제도 정치는 우익쪽으로 이동했고, 사파티스타도 그들을 따라 변화하고 있

다.

프티부르주아 좌파들이 옹호해온 자치권에 대한 요구가 왜 이제 와서 폭

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일까?

사파티스타와 입법자들이 계획하고 있는 헌법 수정안은 원주민들이 “자유

로운 결정권, 다시 말하자면 메히코 주의 하나로 자치권을 갖는다”라고 규정

하고 있다.

이 헌법 수정안에 따른 자치권이란 “공존 및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 조

직에 관한 내부 규범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원주민

들에게 독립적인 사법기구를 포함하여 “내부 문제에 관한 규제와 해결에 있

어 자체적인 기준 체제를 적용시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메

히코 정부의 통제하에 남아 있는 지역들을 제외한 원주민 거주 영토에서의

자연자원과 토지 이용은 ‘집단적인 방식’으로 그들에게 양도될 것이다.

이 수정안은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원주민 문화 보존을 목표로 한 공

공 교육의 개발을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각기 다른 토착 원주민들에게

동등한 선거권을 부여하기 위해 선거구를 재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17년 메히코 혁명의 성과로 탄생한 메히코 헌법은 형식적으로는 노동자,

농민들이 자신들의 노동의 성과에 관해 광범위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 사회계약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런 명문화된 법률이

전체 국민의 반 이상을 가난으로 몰아넣고, 수많은 농민들을 땅에서 쫓아내

는 것은 물론, 값싼 노동을 찾아다니는 다국적 기업에 의해 형성된 마킬라도

라에서 노동자들이 뼈빠지는 노동착취를 막는데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

다.

사회 복지에 대한 헌법상의 보장이 메히코에서 지난 20년 이상에 걸쳐 나

타나고 있는 엄청난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를 저지하는 데에는 아무런 역할

도 하지 못했다.

메히코 원주민들에 대한 차별 종식을 약속하는 몇 장의 서류가 사회적 최

하층민이라는 그들의 지위를 바꿔낼 것이라 믿을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57개 원주민 부족의 ‘자치’ 선언이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억압을 종식시킬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반동적인 유토피아에 불과하다. 자본주의의 약탈적

사회체제는 여전히 작동중이며 그들의 냉혹한 경제 법칙들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국가 예산의 80%가 외채를 탕감하는데 소요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어떠

한 형태의 ‘자기결정권’이나 ‘자치’가 노동자 대중이 향유할 수 있겠는가? 헌

법상의 노동권이 메히코 노동자 계급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차별이 종식될 것이라는 약속은 메히코 토착민들의 후예들에게도

텅 빈 수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내부적으로 봤을 때, 자치에 관한 요구는 사회적 이해관계에 의해 획일화

되지 않고, 집단적으로 오랜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원주

민 거주 지역의 주민들이 외부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함의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메히코 원주민들은 사회적으로 결코 평등하지 않다.

사파티스타의 무장 투쟁은 시작하자마자 사실상 거의 끝이나버린 것과 마찬

가지이지만 치아파스와 다른 지역에서 피비린내 나는 대치는 계속되었고, 그

대부분은 카톨릭과 기독교 사이의 종교적 분쟁, 마을들 간의 토지 경쟁, 그

리고 다른 수많은 분쟁을 이용한 정부의 술책에 의해 촉발된 것이었다.

자치권이 확보된다면, 그리고 그 때, 원주민 지역에서의 사법 체제와 내부

치안 업무는 물론이거니와 ‘공존’과 ‘사회조직’의 규범은 누가 결정하게 될

것인가? 그것은 전체 민중이 아니라 메히코 정부와 동맹하여 통제권을 쥐고

있는 사회 특권층일 것이다. 그때의 원주민 자치권이란 사파티스타이건 원주

민 추장이건 간에 반대자에 대한 국가의 합법적 폭력이 가해질 수 있는 자

치 기구를 손에 쥐게 되었다는 의미일 뿐이며, 더욱이 이것은 새로운 억압

체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치

아파스와 다른 남부의 원주민 지역을 떠나 메히코 도심으로 일을 찾아 나서

거나 미국으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고 있다. 이들 새로운 노동자들이 직면하

고 있는 어마어마한 문제의 해법은 지역적 문화 자치권이 아니라 메히코 자

본주의와 세계 자본권력에 맞선 공동의 투쟁으로 노동자 계급이 단결하는

것이다. 사파티스타 운동과 그들의 요구는 그러한 투쟁이 불가능하다고 가정

하거나 현존하는 사회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

고 있다.

마르코스 부사령관, 즉 1984년 거의 주목받지 못한 게릴라 운동을 시작한

전직 교수이자 비원주민인 세바스티안 기옌은 메히코 원주민들 내에서보다

유럽과 북미의 프티부르주아 좌파 지식인들 사이에서 더 많은 지지를 획득

하고 있다. 그는 언론을 아주 능숙하게 다루면서 티셔츠와 포스터의 체 게바

라 이미지를 자신의 이미지로 빠르게 대치시키고 있다.

마르코스가 내놓은 정치적 강령은 민족해방운동 뿐만 아니라 이전의 스탈

린주의자나 노조 관료들에게 기대를 걸어왔으나 지난 10년에 걸쳐 이 모든

정치세력의 붕괴로 인해 혼란 상태에 빠진 사회, 정치적 층위들에게 흠잡을

데 없는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 관료와 부르주아 민

족주의자들의 리더십이 붕괴함으로서 사회주의는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들은 사파티스타의 ‘인도주의’ 의제를 메히코가 아니라 전세계 모든

피억압자들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역사적으로 전례없는 프로그램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지난달 사파티스타가 메히코 시티에 도착하기까지의 그 기나긴 순례의 행

진에는 프랑스 전 영부인 다니엘 미테랑, 포르투갈 소설가이자 노벨상 수상

자인 호세 사라마고, 프랑스 사회학자 알렝 투렌과 이봉 르 보,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

메사츄세스 공과대학 언어학 교수이자 미국내에서 중산층 운동의 선두주

자인 노엄 촘스키는 자유주의자들과 이전의 급진주의자들에게 다른 운동과

국제적으로 연계하고 ‘현재의 역사를 변화시킬’ 능력이 마르코스와 기업에게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탈리아 의원이자 스탈린주의 재건공산당 지도자인 월터 드 세사리스는

사파티스타가 세계 좌파에게 부활의 힘을 주고, 그들로 하여금 공산주의 붕

괴로 인한 오열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이전의 전세계 스탈린주의자들 가운에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 동조자들, 그리고 급진적 교수 및 ‘좌파’ 연설가들은 쿠바의 피델 카스트

로,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그리고 옐살바도르의 FMLN이 한창 떠오를 때 ‘세

계 좌파를 부활시킬’ 전례없는 정치 운동으로 그들을 환호했었다. 그러나 카

스트로는 오래 전에 자신의 혁명적 주장들을 포기했고 -쿠바 대통령의 지원

을 받은- 중미 각국의 전선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콘트라스’ 및 암살단들과

타협했고, 그 운동의 지도자들은 국회의원으로, 경찰로, 기업인으로 탈바꿈했

다. 이제 게릴라주의에 대한 열망이 사파티스타를 투쟁의 모델로 하여 다시

타오르고 있다. 역사로부터 어떠한 교훈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메히코

우익 정부와 손잡고 자신의 조직을 ‘비정부기구’로 전락시킬 준비를 하고 있

는 마르코스를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7월에 있을 선진 8개국 기노아 정상 회담에 맞춰 추

진중에 있는 항의 시위에서 분명히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이 시위는 시

애틀, 워싱턴, 프라하 등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 IMF에 맞선 항의

시위와 유사한 ‘반세계화’ 프로그램의 연장 속에서 조직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국제적 지지를 끌어들이는 것은 분명하게도 한계적이고 결

국은 반동적인 사파티스타의 요구이다. 사파티스타의 문화, 인종적 자치 프

로그램은 세계적인 기동력을 가진 자본주의가 노동자계급에 강화하고 있는

착취에 대한 대응이 민족국가 단위로의 경제 권력 회기라고 바라보는 사람

들의 지향과 맞아떨어진다.

[네이션]은 사파티스타의 세계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썼다. “이렇게 해서

자치는 곧 메히코의 주력 수출상품이 될지도 모른다.” 기술과 수송의 혁명적

발달로 인한 생산의 세계화라는 특성에 관해 대응함

에 있어서 이들 가짜 좌파들은 ‘민족 주권’의 복권, 그리고 고립된 경제국가

들을 따라 새로운 범주를 형성하는 퇴보적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다.

그들 모두가 거부하고 있는 사실은 새롭고 진보적인 토대 위에서 사회를

재조직화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세력이 다름아닌 전세계 노동자계급이라는

점이다. 메히코와 그 밖의 국가에서 점증하는 세계적 경제 통합은 노동자 계

급의 규모와 물질적 힘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메히코 북부 국경을 따라 거대 산업 벨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한편,

농업이 지배적이었던 이 나라에서 농민들은 전체 국민의 3분 1도 안되게 줄

어 들고있으며 미국, 유럽, 동아시아의 산업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공장

에서 노동하기 위해 수많은 인구가 농촌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위기 -생활수준과 노동조건의

하락, 환경 오염, 정치적 탄압-는 자치라는 헌법상의 허상을 통해 해결될 수 없

으며 원주민이 직면하고 있는 토지수탈, 차별, 농촌 폭력이라는 역사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줄 수도 없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직 정치적 각성, 즉, 메히코 노동자 계급이 이윤 체제

를 폐절시키고, 국제적 사회주의라는 원칙하에 사회를 재조직화하는 투쟁을

통해 미국은 물론 세계 노동자들과 단결하는 반자본주의 운동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