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 사고 생태학적 식생활}(호세 루첸베르거 외 지음, 홍명희 옮김, 생각의나무)·{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1, 2}(존 로빈스 지음, 손혜숙·이무열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밥상 위의 환경위기

깡뚜껑 <청년생태주의자 KEY>

인간은 먹어야 산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착취를

하는 자도 착취를 당하는 자도 밥상의 크기와 먹고 싶은 것이야 다르겠지만 일

단 먹어야 산다. 어쩌면 먹을 걱정 없이 먹고 살기 위해 투쟁하는 것일 수도 있

겠다는 생각이 잠시 든다.

내가 어릴 적에는 그저 엄마가 차려주는 대로 먹었다. 사실 그 밥상에는 내

영향력이 컸다. 김치와 된장찌개, 나물 몇 가지만 차려져 있으면 도대체 먹을게

없다고 투정하며 햄 사달라 TV에 나오는 신기한 먹을 거 사달라 졸랐기 때문이

다. 심지어 한 업체가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겨서 전국이 들끓었을 때조차도

우리 집 밥상엔 엄마가 끓여주지 않아서 내가 끓인 라면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하루에 한 개씩은 꼭 계란을 부쳐먹어야 먹은 것 같았다. 그때 당시

의 내 세계관이라면 어차피 한번 죽을 인생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고 죽자

주의였다. 그랬었는데 지금은 식성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상추쌈을 먹을 때는

구운 삼겹살을 넣지 않아도 맛있고 매일같이 먹던 계란요리는 이제 비린내가 느

껴질 정도다. 일주일에 한 번은 먹어줘야 직성이 풀리던 햄버거는 이제 생각도

안난다. 하루에 한 잔씩 꼭 마시던 우유도 더 이상 마시지 않는다.

이렇게 식성이 극단적으로 바뀌게 되기까지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지구

적 사고 생태학적 식생활}과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1, 2}는 나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주었다.

호세 루첸베르거와 존 로빈스는 좀 특이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호세 루첸베르거는 여러 비료회사의 세일즈맨이자 기술고문이었고 다국적 종

합화학기업인 바스프(BASF)에서 일했다. 농작물에 투여되는 각종 농약과 비료의

찬양자였을 그가 급진적으로 전향하여 브라질 최초의 시민단체를 창설하고 유기

농과 농업의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존 로빈스는 배스킨라빈스의 후계

자로 자란 사람이었다. 다국적기업의 엄청난 부와 명예, 보장된 미래를 거머쥘

수 있었지만 권리를 포기하고 지구구조대 인터내셔널(Earth Save International)

이란 단체를 만들어 그에 대항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호세 루첸베르거가 어

떤 계기로 전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존 로빈스의 경우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

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의 경우 소아마비의 원인을 이리저리 따져보던 중 먹

거리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육식과 유가공품을 먹는 것이 인체에 크게 악영향

을 끼친다는 것을 깨닫고 보장된 상속마저 거부했던 것이다.

두 책의 저자들은 자신들이 거주한 지역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분석한 면이 있

지만 그 분석은 결코 지역적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의 식생활은 세계화가 이야기되기 전부터 다국적기업에 의해 이미 세계화되

어 있는 상태였고 그것은 육식이 중심인 서구화된 식단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

들을 읽다보면 밥상은 더 이상 단순한 밥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우리 집 밥상

위에 나의 건강은 물론이요 지구환경의 위기가 걸려있는 것이다. 지구환경문제

가 또 어떠하냐면 한 두 가지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이다.

내가 로스구이 혹은 계란후라이를 먹는다고 하자. 오래 전부터 육류업자들이

나 낙농업자들은 그들의 엄청난 재력과 로비로 학교교육에 개입할 수 있었고 육

식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해 꼭 필요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동물성 단

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교육 기자재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하고 매체를 통해 광

고도 했다. 그리고 계란과 우유는 완전식품이고 콩은 그저 밭의 우유일 뿐이라

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수요가 많다면 공급이 부족하고 값이 비싸겠지만

지금은 식품 진열대에 넘쳐날 만큼 많이 있다. 넘쳐나도록 진열하기 위해서 그

만큼 많이 생산을 해야 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하여 넓은 사육장이 필요했다. 넓

은 사육장을 위해서는 많은 숲을 개간해야 했다. 한 조사는 한 개의 햄버거에

들어갈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숲 1.5평이 줄어든다고 한다. 넓은 우리에 가축

을 들여놓아야 하는데 공간을 남기지 않는 것이 더 많은 육류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빽빽히 채운 사육장 안에서 오로지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기 위한 가

축들이 자라고,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 성장호르몬이 투여된다. 질기

지 않고 부드러운 고기를 만들기 위해 송아지들은 움직일 수도 없고 철분을 섭

취해서도 안된다. 이 많은 가축들을 위해 엄청난 양의 사료가 소비된다. 소 한

마리가 먹는 식물의 양은 1년에 5000kg이다. 먹이를 생산하기 위해서 전 세계의

땅 25%를 경작지로 이용하고 있다. 1kg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0ℓ의

물을 소비해야 한다. 같은 양의 물로 100kg의 야채를 생산할 수가 있다는 걸 보

면 이는 엄청난 수치이다. 수자원 난이 예상되고 있지만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또한 사육장과 경작지를 위한 숲의 벌채로 많은

곳의 토양이 유실되고 사막화되고 있다. 숲과 경작지를 만드는 과정과 육류공장

에서 가축을 기르면서 발생하는 가스들은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키는 데 큰 역할

을 하고 있다. 육식위주의 식단은 채식위주의 식단보다 13배나 많은 이산화탄소

를 배출한다. 이 외에도 따지고 들어가자면 지구환경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일들

이 많이 있다. 선진국 몇 %의 사람들의 입맛을 위해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비

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미국에서 가축의 먹이인 사료를 인간

이 먹을 수 있는 풀로 바꾸면 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

다는 연구도 있다. 대규모 유통망을 이용해 육류를 비롯한 식품은 엄청난 에너

지를 소비하고 세계 곳곳을 이동하며 오염시키고 있다.

채식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의 밥상, 입맛을 위해 전세계적인 환경위기

가 일어나고 있고 육류는 다국적기업들 혹은 거대축산업자, 낙농업자들이 만들

어 놓은 대표적인 입맛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환경위기와 더불어 산업화된

먹거리는 고혈압, 당뇨병 등 현대병을 야기시키고 있다. 또한 요즘에 한창 논란

인 광우병, 구제역을 발생시켰다. 어떤 환경운동가는 현대의 가장 위험한 살상무

기는 ‘포크’라고 말한다. 아주 일상적인 나의 본성과 욕망까지도 세계화 속에 놓

여 있고 이제는 칠레산 포도, 호주산 쇠고기를 먹고 중국산 각종 야채들을 먹어

야한다는 것이다.

이 책들에서는 밀려오는 선진국형 식생활이 아니라 그 지역에 적합한, 생태계

와 건강이 고려된 생산 그리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근거리 유통망을 살릴 때 우

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대도시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유통경로를 생각했을 때 결코 싼 가격일 수 없는, 하지만 이상한 자본주의 시장

의 구조로 인해 값싸게 된 먹을거리에 아직은 손이 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

들을 읽은 후에 아직은 지구환경문제를 걱정하면서 그래도 싼 먹을거리를 구입

하지만 이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다국적기업, 세계화의 거대함과 힘에 화가 나

게 되었다. 유행처럼 신토불이라는 말이 사용되던 적이 있다. 농민의 경제를 걱

정하는 데서 더 나아가 지구적 사고로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지

역적, 생태학적 식생활을 지금부터라도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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