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만금 사업 추진여부에 대한 결정을 5월말로 예정하고 있지만 정작 이 사업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어민들에게는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만금 일대 어민들이 이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지난 19일 군산 내초도와 부안 계화도 어민 1백여명은 부안 새만금 전시관 앞에 모여 ‘생존권 쟁취와 새만금 사업 중단을 위한 군산·부안 어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부안 계화도 계화리 청년회장 김한태 씨는 대회사에서 “어민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자 이렇게 집회를 갖게 됐다”고 말하고 “정부는 이 땅의 주인이며 이 사업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우리 어민들의 목소리에는 왜 귀 기울이지 않느냐”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씨는 또 “찬성하는 사람 있으면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순리일텐데 전북지역 언론은 한결같이 전북도민 모두가 다 찬성하는 것처럼 왜곡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역언론을 규탄했다.
내초도 이장 문영호 씨는 “하늘에서는 군산미군기지에서 날아온 전투기 때문에 하루종일 시끄럽고 마을 옆에는 쓰레기 매립장이 있어 내초도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동네인데도 우리들은 오직 갯벌하나 보고 여태껏 살아왔다”며 “우리에게 갯벌을 빼앗아 가는 건 우리 목숨을 빼앗아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씨는 “이제는 어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설사 이번에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결정하더라도 우리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새만금사업 즉각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 공동집행위원장 권태홍 씨는 “국가 개발사업들이 과거 군사독재정권과 같이 여전히 주민은 소외시키고 정치적 계산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면서 “어민들을 외면한 채 정부가 기어이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결정하면 그때는 반정부 투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시관부터 해창갯벌까지 ‘새만금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행진한 어민들은 돌아가서 더 많은 어민들을 조직할 것을 결의하며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 새만금 갯벌 어민들의 목소리 –
■ 이순덕(53·계화리 맨손어업)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나에겐 아이들이 넷이 있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 별다른 재주도 없는 내게 갯벌은 우리 다섯 식구를 여태껏 먹여 살려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오늘도 새벽 5시에 바다 갔다와서 3만원 벌고 왔습니다. 갯벌 나가면 돈이 있고 내 마음 갯벌에 묻으면 그걸로 즐거워집니다.
내겐 돈 천 원 예금한 통장하나 없습니다. 갯벌에 가면 자연통장이 있는데 무슨 통장이 필요하겠습니까. 갯벌이 있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 지금껏 통장은 필요 없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이 갯벌을 빼앗아가겠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기어이 새만금을 막아서 우리를 죽이겠다는 겁니까? 갯벌 막아 기껏 논 만든다는데 기름지기로 유명한 계화도 농지도 이제는 팔리지도 않습니다. 농사지어 빚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 목숨 지켜주는 금쪽같은 갯벌을 없애서 논을 만들겠다는데 누가 웃지 않겠습니까?
갯벌 막아 우리 다섯 식구 죽이고 우리 어민들 다 죽이고 도대체 누굴 살리겠다는 겁니까?
정말로 저 뚝이 다 막힌다면 우리 다섯 식구 데리고 청와대 가서 죽든지 살든지 결단을 낼 것입니다. 높은 양반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한 달만 이곳에 와서 살아보라고.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지 한 번 보라고.
■ 김한태(계화리 청년회장)
6박7일간 걸으면서(새만금 바닷길 걷기), 군산부터 부안까지 갯벌을 끼고 있는 바닷가 마을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 어민들이 어떻게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절절히 보고 느꼈습니다.
갯벌이 거의 죽은 어은리 같은 경우 이미 많은 어민들이 마을을 떠나거나 도시 막노동꾼으로 전락했습니다. 애석하게도 많은 어민들은 새만금이 막히고 나면 죽는 길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부가 하는 일이라 군소리 한 번 못하고 죽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지경인데 그 수많은 토론회에서 우리 어민들 목소리 한 번 내주지 않았습니다. 우릴 죽이려는 이 사업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정부는 우리에게 의견 한 번 묻지 않았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힘있는 사람이 국민이면 힘없는 사람도 국민이라고.
주간 인권신문 <평화와인권> 246호 기사
제공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사진제공: www.jeonlado.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