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안정 종합대책이 아닌, 노동자·민중 부담 증가책
김대중정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 재정위기 이후 두달여간의 고심(?) 끝에 5월 31일 ‘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조기정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종합대책은 정부에서 천명한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마련된 대책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고, 사회보험의 원칙마저 후퇴시키면서, 재정안정 효과는 의심스러운 미봉책이자 기만책일 뿐이다. 나아가 시장질서를 전면화시키려는 책동이다.
먼저, ‘국민부담 최소화’를 원칙으로 했다 하나, 종합대책은 철저하게 ‘노동자·민중의 부담 증대’를 가져오는 대책이다. 소액진료 본인부담 상한액을 현행 3천2백원에서 4천5백원으로 올림으로써 40.6%를 인상시켰고, 이는 보험료가 5.1% 인상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또한 외래 본인부담 30% 정률제를 2003년부터 도입하겠다고 하였다. 또 ‘급여 충실화’란 원칙으로 치석제거, 물리치료, 신경차단술 등에 적용되던 급여를 축소함으로써 연 1,567억원 정도의 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지우려 하고 있다. 보험약가의 참조가격제의 실시도 결국엔 약값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기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희귀난치병 환자의 본인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는 기만이다. 이들 환자들은 대부분 입원을 요하는 환자인데, 본인부담 경감은 외래에 국한되어 실시되니, 본인부담 경감은 허구이다.
둘째,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의료이용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자·민중의 건강과 의료서비스를 자본의 ‘이윤’을 위한 먹잇감으로 더욱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종합대책은 재정안정을 위하여 2006년까지 급여확대를 중지하고, 매년 9%의 보험료 인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뿐이다,
그리고 공공의료기관의 기능 확충을 위한 방안은 이전에도 계속 발표되었던 것으로 ‘재탕삼탕책’일 뿐이다. 더욱이 핵심은 기능 확충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확대’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기능확충을 위한 예산 확보방안도 없다. 또 지방공사의료원 등 국·공립병원을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원한다고 했으나, 지난 5월 중순 정부는 6개 지방공사의료원에 대해서 9월까지 민간위탁하고, 인력을 감축하라고 지시한 바가 있어 이도 믿을 수 없다.
셋째,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재정확보 방안마저 노동자·민중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부담 최소화를 위해 금년도 추가 보험료 인상은 없다고 발표하였으나, 2002년 이후에는 보험료 인상 이외에는 다른 수단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2002년 적자규모가 2001년과 동일하고 정부대책에 의한 효과가 정부의 예상대로 나타난다고 가정하더라도 내년에는 총 1조6,971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며, 이를 보험료로 충당한다면 약 20.5%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또 정부는 재정적자 부족분을 금융권 차입으로 보충한 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연 9%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를 메꾸겠단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총 30%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한다.
넷째, 나아가 노동자·민중의 기본권리마저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계획은 부당·허위청구 근절 및 진료비 투명화에 기여하는 효과는 거의 없이, 개인의 정보 유출 등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적 보험적용과 기업주의 부담 증가 없이 이루어지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가입 편입은 그만큼 노동자의 부담만을 증가시킬 뿐이다. 또 관리운영 효율화와 심사강화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건강보험공단 노동자에 대한 인력감축 및 건강보험 연구센터 설치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것이다.
위와 같이 현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은 건강보험 재정 지원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과 노동자·민중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신자유주의적 사회정책의 파탄에 따른 책임을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기려는 작태이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 파탄과 노동자·민중의 건강을 보장할 대책 마련에 무능한 현 정부는 더 이상 존재의 가치가 없다.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남이 마땅하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