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또 인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요, 노동을 통해 자유를 확장해온 해방투쟁 과정이라 한다. 자연으로부터 제약당해 온 인간의 자유는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으로, 만물을 지배하는 인간으로 나가는 등, 자연과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넓어져왔다. 즉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 인간으로 우뚝 서는 과정이었다.

농민에게 덧씌워진 절망의 굴레

그러나 인간과 자연과의 대립이 언제부터인가 계급이라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대립으로 옮겨갔고, 인간 자유 확장의 대상이었던 자연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지배하는데 유효한 도구로 전락하였다. 현재 눈부신 발전을 이룬 과학기술이 노동자·민중의 착취 도구로 활용되고 있듯이.

물이 없어서 논에 묘를 못 심는다고 한다. 갈라진 논바닥을 바라보면서도 우리네 농민은 올 여름 홍수에 대비해서 뚝방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웃긴 이야기이다. 어디 이뿐인가? 이 땅에서 하는 농업은 도박이라 한다. 농업을 전업으로 삼고 있는 농민들은 강원도 카지노의 도박꾼과 다를 바 없이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주된 품목으로 삼아야 할 지를 고민하는 이 땅 농민네들, 농사를 다 짓고도 전량수매를 걱정하다가 전량 폐기할 수밖에 없는 이 땅의 농민들. 순진한 농민은 국가권력(정부)이 권장하는 품목을 농사지었다가 망하고, 좀 머리를 굴린 농민은 정부를 믿지 못하여 비권장 품목을 택했다가 농산물 수입개방과 농산물 과잉공급으로 망하고…

농민의 선택은 분명해졌다

결국 이 땅의 농민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호당 평균 2천만 원 이상의 빚(농가 부채)에 시달리는 농가가 전체 농가의 25%에 육박하고 있다.

농민의 상당수가 만년 채무자로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즉 정부의 잘못된 농정이 많은 농민들을 만성 채무자로 내몰고 있다. 이뿐인가. WTO체제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다 하면서 농축산물 개방이 확대되면서 농민들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김대중정권은 농민에게 경쟁력을 가지라고 얘기하지만 이는 분명한 기만이다. 외국산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가격에 훨씬 많은 양의 농산물을 살 수 있는 경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농산물만을 고집하는 소비자의 수가 점점 위축되어 갈 것임은 뻔한 이치다. 이 땅 농민은 한국 독점자본과 초국적 자본의 이윤축적을 위해 그 생존마저 철저히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 땅 농민들에게 선택은 분명한 듯 하다. 끝을 알 수 없는 도박판과 같은 한국농업의 현실에서 계속 한맺힌 삶을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자본이 지배하는 이 구조적 도박판을 깨고 당당하게 역사의 주인으로 나설 것인지. 자연환경에 의해 크게 의존받는 농업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자본의 광폭한 이윤논리에 의해 날로 황폐화되는 농촌 현실에서, 이제 농민들은 투쟁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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