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직권조인’,치욕의 하루

모처럼 월정을 내고 국회에 가는 중이었다. 한나라당 W 의원실 보좌관과 최근 114분사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자료를 챙겨 10시 경 집을 나서 전철역을 향했다.

전철을 막 타려는 순간 정확히 10시 7분 경, 핸드폰이 진동으로 떨리면서 울려나오는 소리 “김선배 직권조인 됐다는데 확인되나요???” 정통부를 출입하는 후배기자의 목소리였다. 뭐? 뭐라고?? 직권조인!!!! 순간 눈앞이 깜깜하고 잠시 현기증이 왔다. 그럴리가….그럴수가….

나는 얼른 김미영국제국장에게 전화했다. “미영아, 직권조인했다는데 얼른 확인해 봐라” 전활받는 미영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뭐라고요???” 아니, 내 목소리가 더 떨렸나 보다. 다시 서울 지방본부 서동현에게 전화했다. 박철우동지와도 통화했다. ” 아니, 그럴리가 없어요…” 박동지도 떨리는 목소리가 역연했다. “그런 기미는 없었다. 소스가 어딘지 알아봐 줘요..”

나는 다시 후배 기자에게 전활했다. 어디서 들었냐고?? 근데 이상한 일이다. 기자의 대답은 “SK 텔레콤 정보팀에서 들었다. 홍보실에서는 확인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뭐라고 아니 어떻게 홍보실에서 확인이 안되는 정보를 경쟁업체에서 안다는 말인가???

10시 20분 경 이배근 전국제국장에게 전화가 왔다. “김선배 직권조인 확인되었어요.” “어떻게?””신명희 국장이 김호열이와 통활했대요.”…..아아,,

한국통신노조 사상 가장 치욕스런 날…이날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기록은 정말 갱신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노조를 하면서 지난 시절 나름대로 치욕과 좌절, 절망과 분노를,,, 일상적으로 느끼며 살아 왔다. 더이상 절망할 수 없는 순간이라고 여겼던 지난 두번의 위원장 선거 , 97년 이대원 파동, 99년 고려대 파업취소… 그러나 이제 어떤 더 큰 절망이 내 앞에 펼쳐질까?

‘직권조인’ 실로 민주노조에서 있을 수 없는 경악할 일이 내 눈 앞에 펼쳐졌는데…

W의원실에서 나는 W의원과 보좌관에게 114분사는 부당하다,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자료를 첨부해 역설했다. W의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노조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어찌 설득력만 있을까? 1,600명 감원이라는 목적 이외에 아무런 이유도 없는 114 분사화가아닌가. 조금만 따져봐도 알 수 있는 이 명백한 논리를 누가 외면하고 있는가?

그러나 김이 빠진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직권조인된 상황이라…그러나 이것만큼은 분명 강조했다. ” 강제진압의 기미가 있다. 절대로 강제해산 공권력 침탈 구사대 동원은 안된다.’ “진짜 모두 다 같이 죽기를 원한다면….침탈하라… 그러나 그 책임은 전적으로 회상와 정권에게 있을 것이다.”

W의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좌관과 한통 아무개 실장과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 ‘오늘 내일 사이에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 뭐라고 오늘 낼 사이엔 없어??? 그럼 모래와 글피는????

분당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처연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어려웠다. 전철의 바퀴는 분당으로 향하는데 솔직히 나는 가기가 싫었다. 가급적 멀고 먼 거리를 돌아갔으면…114 조합원들의 얼굴을 어떻게 볼까??? 아아 차라리 외면하고 싶다. 이 더러운 순간을 피해가고만 싶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내가 확인한 114 대오는 정말 추호의 동요도 없었다.

“어차피 예상한 일인데요 뭘??”

“이동걸이 뻔하잖아요?”

“우린 끝까지 갈 거예요.”

“…..”

그렇다, 조합원들은 의외로 차갑고 냉정했다. 누구보다 정확히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나는 안심도 되고 부끄럽기도 하고… 아아 그렇다. 이들을 해산시킬 수는 없다. 경찰도 구사대도…정권 그 자체도 결코 이 대오를 흐트릴 수는 없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자신 있어 보였다.

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번도 투쟁을 경험하지 못했던 저분들이 어쩜 저렇게 강해졌을까? 40일간이란 긴 시간을 저렇게 장엄하게 대오를 유지하는 힘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정권과 사측은 결코 이 힘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분사화의 절차의 부당성은 법원이 판결해 줬다. 분사화의 논리(고비용 저효율, 비핵심사업)가 터무니 없다는 것은 이미 언론도(한겨레 6월 8일자)도 보도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 마저 분사 논리에 문제 있다는 이의제기를 15일 상임위에서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도대체 왜???? 무엇때문에…무엇이 그렇게 급했나??? 법에서 조차 ‘충분한 협의’를 하라고 했는데…진정 저들은 ‘직권조인’이 갖는 의미를 알기는 아는 것일까??? 끝까지 사측이 조직해주고 보호해 주리라 믿고 있는가? 하하하하하하 뭐라고??? “후일 평가를 받겠다고???” 하하하하하하

저녁이 되면서 지방에서 동지들이 삼삼오오 올라 왔다. 다들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오늘밤부터 저분들을 지켜주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이 싸움 반드시 승리하는 날까지 서로 격려하고 서로 어깨 겯고 가기를 서로서로 다짐하면서.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와 함께

그렇게 분당의 토요일 밤은 지나갔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