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의 일대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김대중정권의 몸부림과 이에 맞서 내년 대선 승리를 노리는 한나라당의 한판 승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새로 세를 결집하려는 이른바 소장파와 동교동 구파의 갈등이 맞물리면서 오직 내년 대선을 목표로 정치판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1. 동교동 구파와 소장파의 일대 한판승!
충성서약으로 법무장관 사상 가장 짧은 임기를 지낸 안동수 전 법무부 장관 파동 이후 여권 내에서는 이 사건이 민심이반을 부추킬 것이라며 이대로 넘어 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러한 여론하에 여권의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소장파 의원들이 당 쇄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무장관 인사에 개입한 사람을 문책할 것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른바 “비공식 라인”의 퇴진과 앞으로 모든 인사를 공적 절차에 의해 투명하게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소장파의 요구는 단순히 법무부 장관 인사에 관한 문책만이 아니라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문제제기의 의미를 지닌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구파들은 인사의 최종결정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소장파의 건의가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재에 있어서 조기 레임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문제를 잠재우려고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소장파들은 현재 민심이반의 수위가 정권 재창출을 불가능하게 할 수 도 있다며 국민 신뢰의 회복 차원을 위해서라도 당정쇄신은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열흘 남짓 정국을 뒤흔들었던 초재선 의원의 공개적인 당정쇄신 요구는 김대중의 동교동계 손들어주기로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현재의 김대중정권이 있게 한 일등 공신인 가신그룹을 그냥 내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인한 결론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른바 소장파 의원들의 당 쇄신요구가 그들에게 전혀 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추미애의 비공개적인 선의 차단 요구와 인사 문책 추궁은 직접적으로 동교동 구파의 맏형인 권노갑 전 최고 위원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이로써 향후 정권의 향배가 갈리는 대선국면을 앞두고 이러한 파동의 근원지가 동교동 구파에 있음이 밝혀짐에 따라 운신의 폭이 좁아짐으로써 이들의 세를 위축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간 동교동계에 눌려 있는 소장파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파워집단을 형성하게 되었다. 또한 이들의 선두격인 정동영 민주당 최고 위원은 신 40대 기수론의 기치를 들고 새로운 대권후보로서의 가능성과 영향력을 높였다. 비록 당정쇄신론 그 자체가 당장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으나 소장파의 요구가 사실상 차기 대권과 당권을 둘러싼 동교동 구파와 소장파의 권력투쟁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볼 때는 소장파의 세 집결과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서의 급부상은 만만치 않은 성과로 하겠다.
2. 민주당, 권력다툼으로 얻은 것은?
그렇다면 민주당의 이번 권력다툼은 1년 9개월이 남은 김대중 정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실상 민주당내의 소장파의 반란은 현재 여, 야간 벌어지고 있는 당 색깔 분명히 하기의 일맥 하에서 민주당의 개혁과 쇄신으로서 이미지를 입증함에 따라 추락하는 민주당 지지율을 높여주는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했다.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30-40대와 차기 대선 승패의 분수령이 될 수도권 유권자들의 60%가 이번 민주당 소장파의 성명에 지지를 표하고 있으며 추락하던 김대중정권의 지지도가 4월에 비해 1.5%로 오르는 등 이번 파동은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결국 동교동 구파와 소장파 모두를 아우르고 있는 민주당의 최고 권력자인 김대중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쇄신요구에는 제동을 걺으로써 동교동계를 자기의 튼튼한 지지세력으로 확인하고 소장파의 요구는 민주당 자기 색깔 내기의 일환으로 이용함으로써 이후 정권 재창출의 밑거름으로 이용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3.당색깔 굳히기, 무엇을 노리는가?
97년 대선 당시 서민과 중상층의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자민련과 공동정권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점점 흐릿해졌다. 또한 98년 옷로비 사건을 기점으로 의약분업과 의보재정 파탄, 잇따른 환경정책 실패, 교육정책 혼선, 4. 26 재보선 참패 그리고 대우자동차폭력 탄압으로 인한 이무영경찰총장 자질 논쟁에 의해 김대중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가속도를 붙게 되었다. 따라서 다음정권 창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 팽배해짐으로서 민주당은 다시 자기색깔 내기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6월 국회에서 부패방지법, 돈세탁 방지법을 통과시키고, 번번히 무산되었던 국가보안법 개정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 하에서 추진되는 일인 것이다.
당의 자기색깔 분명히 하기는 비단 민주당만의 일은 아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가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당의 이념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잦은 영남권 방문과 전경련 옹호 발언을 통해서 지지세 집결에 힘쓰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앞으로 중산, 서민층 지원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들의 지지를 얻어나겠다는 방침을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당 차별화 움직임 속에서 한편으로 운동진영내부에서는 한나라당의 노골적인 보수반동화를 우려하면서 현재의 김대중정권 퇴진 분위기가 한나라당에게 반사 이익만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진영 내부의 특히 우파들의 우려는 바로 민주당의 당차별 전략을 통해서 운동진영 포섭을 통한 정권재창출을 시도하려는 김대중정권의 전술에 말려드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내년 대선을 보았을 때 보수 반동적인 한나라당보다 그래도 민주화 경력이 있는 김대중정권을 도와주는 편이 좀 더 낫지 않겠냐 주장은 97년 대선 당시 보수 진보 구도하에서 비판적 김대중지지가 진보세력의 전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던 논리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97년 김대중정권의 비판적 지지가 얻어온 것은 무엇인가? 결국 정리해고 법제화를 통한 노동자 민중의 대량해고와 구조조정 비용의 민중 전가를 통해서 총체적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파탄을 가져 온 것이 바로 김대중 정권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경계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자는 것은 바로 김대중 정권의 현대 당 색깔 전략에 휘말린 것에 다름 아니며, 이는 결국 노동자 민중 생존을 압살한 김대중정권의 재창출을 도와주는 격인 것이다.
4.여당이나 야당이나 그놈이 그놈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중상층과 서민의 정당을 선언하고 나선다 한들 3년여간의 노동자 민중생존을 뿌리부터 뒤흔들어 논 그간의 작태하며 대우차의 폭력 탄압과 6월 5일 벌어진 효성 노조의 무자비한 탄압에서 드러나듯이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 김대중정권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집권기간동안 구조조정을 통해서 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남한 자본주의를 공공히 하는데 힘써왔을 뿐이다. 한나라당 역시 정권을 재탈취하기 위해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자신들의 반사 이익으로 이어지게 하는데 급급할 뿐 본격적으로 자본가들 편을 들면서 시대착오적인 노골적인 반동 보수화를 꾀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색깔 논쟁은 결국 각각의 자본가들의 분파들이 자신들의 세를 대변하기 위한 작태에 불과하며 이를 민심잡기에 이용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상은 다르게 보일지 모르나 본질에 있어서 현재의 반민중적인 구조조정과 노동자 민중의 착취를 강화하는데 한목소리는 내는 데에 이편저편이 없는 한편일 뿐인 것이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 벌어진 일대 격돌도 대선에 있어서 각각의 자본 분파간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다툼이상 아니며 분파들의 경쟁과 그로 인한 단결 속에서 그들만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또한 여·야간의 색깔 논쟁 역시 대선 승리를 목표로 마찬가지 선상에서 벌어진 노동자 민중을 기만하는 일종의 해프닝인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