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투쟁기-1]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파업투쟁을 하면서>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종업원 소유제’ 현실대안 거부하는 정부에 분노

82년에 입사해 19년째 한국전력기술에 다니고 있지만 파업에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실은 그 동안 파업에 대해 썩 긍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민주노총이 연대파업에 들어간 6월12일 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뒤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경기 용인에 있는 회사를 떠나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함께 했다.

한전기술은 발전소 설계와 감리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 자회사다. 입사 때만해도 임금과 복지수준이 동종업종보다 우량으로 평가돼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또한 정부와 모기업 한전이 정책과 복지, 기술향상에 노력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만도 순이익만 3백70억을 낸 알짜 회사다.

그러나 IMF 직후 정부는 구조조정을 빌미로 화력발전 설계부문 매각에 주력하다 노조의 거센 반발로 가로막히자 이번에는 민영화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팔아 넘길 대상은 두산중공업이란 게 너무나 뻔한 상황이다. 두산은 맥주라면 모를까 발전소 설계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회사지만 미국계 다국적기업이자 발전설계설비 관련사인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으로 입찰의향서를 냈다. 정부는 지난 해 5월말 민간 대기업이 공기업을 인수할 경우 출자총액제한도 2년 동안 유예하기로 해 민영화의 모든 걸림돌을 제거해 놨다.

이에 민영화 저지투쟁을 펼치던 노조는 올해 3월께 ‘종업원 소유제’를 통한 민영화 수용이란 기가 막힌 제안을 내놨다. 이윤만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발전소 종합설계·감리를 맡을 경우 인원감축, 비정규직화를 꾀할 건 뻔하다. 그에 따른 고용불안으로 안정성과 책임감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강력한 항의와 함께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가 내놓은 종업원 소유제는 이는 미국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에서 도입해 회사를 살린 예가 있어 학계와 노동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한전기술의 주권은 액면가 1만원이다. 그런데 외부기관의 평가 결과 22만원으로 평가됐다. 우리는 액면가가 아니라 가치평가된 액수대로 주권을 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결국 외국자본과 재벌에 특혜를 주겠다는 것 아닌가.

IMF 이후 20년 넘게 재직한 선배들 가운데 명예퇴직, 한시퇴직 등 온갖 이름의 퇴직으로 4백명이 자리를 비웠다. 나도 내년이면 20년째 근무다. 솔직히 두렵다. 종업원 소유제를 쟁취해 앞으로도 열심히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함께 하는 차장급 동료들에게도 투쟁의 의미를 전달하고 한 마음 한 뜻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승리하고 싶다.

노희만/한국전력기술(배관설계기술처) 조합원

[파업투쟁기-2] 버릴 건 버려야 얻을 수 있다

버릴 건 버려야 얻을 수 있다

책임지지 않는 ‘쪽수’ 아무리 많아도 허수

우리는 여러 어려움과 고통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조합원을 의식화·조직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활동가들이 더 큰 전진을 위해 버려야 할 때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과감하게 깨뜨려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데도, 여러 이유로 망설이고 주저앉고 만다.

그러나 우리 노조는 버려야 할 때 버림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 냈다. 지난 99년 80일 파업에 불참한 7백여 조합원을 제명시켜, 참여하지 않으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했다. 그리고 회사가 노조를 지배·개입할 수 있는 발판을 없애 자주적인 노조 운영의 기틀을 확립했다.

이런 과정을 겪었기에 우리 노조는 지금까지 조직력을 유지·강화하며, 대우차노조 연대파업과 민주노총 6.12 연대파업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명됐던 조합원들이 비조합원의 서러움을 경험하며 노조의 필요성을 뼛속 깊이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과거의 행위를 반성하며 다시 노조로 돌아오고 있다.

흔히 ‘노동자는 쪽수’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실천하고, 책임지지 않는 쪽수는 아무리 많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3천8백여 조합원이 있을 때보다, 1천6백여 조합원이 있는 지금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더 많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노동자들을 진정한 노동자로 거듭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자본의 신경영전략에 맞서 동지회를 강화하고, 일상적인 현장활동과 투쟁을 배치하고 있다. 우리는 현장투쟁이 현장권력 쟁취의 가장 중요한 통로임을 알고 있다. 또 그럴 때에야 우리는 모든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임투를 승리할 수 있게 만드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김후영/삼호중공업노조 조합원

[파업투쟁기-3] 첫파업, 그러나 두려움은 없다

첫 파업, 그러나 두려움은 없다

노조·단협승계 약속

파업! 말로만 듣고 옆에서 보기만 했던 파업투쟁을 드디어 하게 되었다.

임금을 더 올려달라는 것도, 많은 것을 회사에 요구한 것도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우리의 생존권,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우리는 파업에 들어갔다. 모체인 우성그룹 부도의 여파로 지난 96년 호텔이 부도난 이후 우리 호텔리베라 노동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일해 왔다. 회사 살리기 운동의 하나로 주거래은행 통장개설, 1시간 일 더하기 운동에 원가절감을 위해 우리는 일회용까지도 최대한 재활용하며 최선을 다해왔다. 우리 힘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고, 우리 힘으로 법정관리 인가도 받아냈다. 그런 우리에게 회사를 인수한 신안그룹은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다.

신안그룹은 호텔을 인수하기 전에 우리에게 고용안정 보장과 노동조합 승계, 단체협약 승계 등을 합의서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저들은 합의사항 중 어느 한 가지도 지키지 않고 있으며, 2월에 새로 들어온 총지배인은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들어왔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우리 노동자들에겐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그러나 투쟁에 불을 지르는 말이기도 하다. 중식당을 없애더니 이젠 일식당을 임대하겠단다. 호텔 도어 데스크를 용역으로 내 준다고 한다. 호텔을 ‘여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얘기다.

우리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편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끔 고용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현재의 근로조건을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신안자본은 단협승계를 합의해 놓고도, 유효기간이 끝나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해오던 많은 것을 입맛대로 바꾸려 한다.

우리는 정말 많이 참아 왔다. 그리고 더는 침묵하지만은 않겠다고 호텔리베라 개관 이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파업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두려운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그것은 회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파업 이틀째 일정을 마친 지금,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다.

파업참여율 90%를 넘고 있는 우리들의 투쟁.

우리는 우리의 동지들을 믿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기필코 승리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권인숙/ 호텔리베라노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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