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럼스펠드의 오류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등장하기에 앞서 도널드 럼스펠드 현 국방장관 은 2개의 주요 자문위원회를 주관했다. 그중 하나인 ‘미국 국가안보 우주관리 및 조직 평가위원회’가 지난 1월에 놀라운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미국이 조만간 ‘우주 진주만기습’, 말하자면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미국 위성들이 괴멸적인 기습을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미국 지도자들에게 ‘우월한 우주능력’을 개발해 국가의 취약성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익에 반하는 우주의 적대적 이용을 제거’하는 능력도 거기에 포함됐다. 그것을 위해서는 위성무기들(ASATS)의 개발·실험·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럼스펠드와 부시가 우주의 전략적 우위를 장악하는 일에 매진하게 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해질 것이다. 우주에 무기를 배치하려는 새운 국제적인 경쟁, 동맹관계의 긴장 고조,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 국내의 당파적 분열 심화, 핵비확산조약의 약화,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부시 행정부의 숙원사업의 하나인 미사일방어(엠디) 체제 개발의 난관 확대 등이 거기에 포함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비록 재래식무기나 핵무기, 또는 엠디 분야에서 미국에 효과적으로 대적할 수 없겠지만 미국 위성들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미국의 우위에 ‘비대칭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비대칭적 전쟁을 “상대의 약점을 집중공격함으로써 그 강점에 대처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만일 엠디 구상에 럼스펠드 보고서가 권하는대로 우주무기가 포함된다면 러시아와 중국은 공격적인 미국의 엠디 계획을 자신들의 핵 억제력을 무력화하고 자국 위성을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시도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럼스펠드 위원회는 미국은 우주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고 또 우주에 더욱 의존하게 됐기 때문에 우주전쟁에 대비한 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우주사령부는 2010년까지 약 2000기의 위성이 지구궤도에 올려질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현재의 약 600기보다 훨씬 많다. 이런 성장 가운데 많은 부분은 민간 및 상업분야, 특히 통신관련 분야와 연결될 것이다.
1996년 이후 상업적 우주사업 분야의 수입은 정부의 우주사업 지출 규모를 능가했으며 양자간의 이런 격차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미국 우주사령부는 2003년까지 위성위치측정시스템(GPS) 분야만 연간 160억달러 규모의 수입을 창출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주정책 전문가 제임스 오버그는 우주기술산업이 지난해에 1250억달러의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산한다.
2005년까지 전세계 원거리통신 분야 수입이 1조2천억달러에 이르고, 2010년까지 미국의 우주산업 투자 누적치는 현재의 미국 대유럽 투자총액에 필적하는 5천억~6천억달러에 너끈히 도달하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와 우주 자산 간의 연계가 밀접해짐에 따라 부시 행정부의 우주 전쟁 구상은 위성의존 상업분야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주요 위성의 상실이 초래할 수 있는 손실규모는 98년 5월의 갤럭시Ⅳ 위성실패를 통해 추량할 수 있다. 당시 그 컴퓨터 조종 위성이 고장났을 때 미국 무선호출수신기의 80%가 작동을 멈췄고 3700만명에 이르는 사용자들에게 영향이 파급됐다. 럼스펠드 위원회는 이 사건을 장래 우주에서의 미국 취약성을 알리는 하나의 전조로, 그리고 위원회의 권유를 수용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로 인용했다. 그러나 미국 위성과 미국 상업을 보호하는 최선책은 그런 우주전쟁을 선도하기보다는 그것이 시작되기 전에 피해가는 것이다.
우주무기 협정 체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여전히 많은 미해결 문제들이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주활동을 위한 ‘교통법규’를 확립하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 다행히 모델이 존재한다. 미국과 옛소련이 일련의 도발적인 해군함정 사고들이 발생한 뒤인 72년 협상을 거쳐 체결한 협정이 다른 나라 해군들에게도 널리 원용되고 있다. 협정은 잘 운용되고 있으며 우주에도 적용될 수 있다.
부시 행정부의 우주정책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두가지 길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 우선 우위 확보다. 이것은 우주와 지상에 다른 어떤 상대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나은 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대칭적 전쟁 위협 때문에 이노선은 달성하기도 어렵고 많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우주 상업과 미국의 국가안전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책은 먼저 우주무기와 우주무기 배치를 피하는 것이다.
홀로 남은 초대국 미국이 우위확보 전략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유연하고 안도감을 주는 말들로 표현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과 잠재적국들은 다르게 볼 것이다. 과도하게 제국을 팽창시키겠다는 오만으로 말이다. 따라서 그들은 그에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이다.
마이클 크레펀/미국 헨리스팀슨센터 명예소장
△ 이 글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2001년 5·6월호에 실린 `
로스트 인 스페이스: 잘못된 위성대응무기 정책’이라는 논문을 요약한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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