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는 ‘자유롭게 장시간 노동할 권리’를 원치 않는다
여성노동자는 ‘자유롭게 장시간 노동할 권리’를 원치 않는다
-여성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에 대한 규탄 성명서
6월 27일 여야 3당은 여성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기만적인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환경노동위에서 통과시켰다. 정치권은 이 개악안을 ‘모성보호법’이라 부르면서 여성노동자의 모성권에 큰 진전을 가져오는 법안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어제 통과된 법안의 실상을 보면 결코 모성보호법이라 부를 수 없음을,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는 악법에 불과함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여성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 위험 노동을 규제하던 근로기준법 조항들이 삭제되었다. 근로기준법 제68조(야업금지)는 삭제되고 임산부와 18세 미만자에 대한 보호조항으로 축소되었다. 그나마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덕분에 야간 근로시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이러한 단서가 사업장에선 무력할 것임은 너무나도 뻔하다. 야간, 휴일노동 뿐만 아니라 과도한 연장근로를 막아왔으며, 그나마 장시간노동을 시키는 사업주를 처벌할 근거가 되었던 근로기준법 제 69조(시간외 근로 규제) 또한 삭제되어 버렸다. 자본은 이제 밤낮 가릴 필요없이 여성 노동자에게 노동을 강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개악으로 인해 여성 노동자에 대한 변형근로가 자유로와졌다는 점이다. 여성 노동자는 이제 최장 주 68시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하며, 근기법이 준수되지 않는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보다 더 많은 노동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그 밖에 임신 또는 출산에 위험하지 않은 유해 위험 업무라면 여성 노동자에게 시킬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제 63조, 70조도 삭제 되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근로기분법 개악에 대해 여성노동자가 야간, 휴일에도 자유로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도대체 이 땅의 어느 여성 노동자가 밤낮없이, 휴일도 없이 ‘장시간 일할 권리’를 요구하였단 말인가. 아직도 장시간 노동과 차별적인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이번 근기법 개악은 재앙과 같은 사태이다.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이라도 받기 위해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여성 노동자의 현실일진대, 여성 노동자의 잔업 신청을 어찌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는 여성보호 조항, 다음에는 생리휴가. 계속되는 노동법 개악 시도 규탄한다.
모성권 관련 부분을 보더라도 이 법안이 모성권보호 보다는 노동기본권 후퇴를 목적으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존 모성보호 입법안 중 산후휴가 30일 연장과 육아휴직 수당만 남고 모두 제외되었다. 육아휴직 수당의 급여액과 지급기간을 시행령에 일임함으로써 결국 건강보험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수당이 현실화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모성권 관련 법안들조차 망신창이로 만들면서 여성노동자의 노동기본권만이 대폭 후퇴된 것이 소위 ‘모성보호법’이라는 것의 핵심이다. 게다가 환경노동위원회는 ‘생리휴가 처리 방안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노사정위에서 유급 생리휴가 폐지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하나 하나 낮춰가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시작으로 전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한 노동법 개악들 또한 준비되고 있다. 월차휴가 폐지, 퇴직금제 폐지, 구조조정 특별법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때문에 이번 개악은 여성노동자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문제이다.
여성 관련 근기법 개악안을 통과시킨 여야 3당은 노동자의 모성권, 건강권을 무시하고 노동유연화를 추구하는 세력임이 드러났다.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무시한 채, 노동기본권에 대한 정권과 자본의 계속된 공격을 무시한 채 근기법 개악에 동의한 여성노동법개정 연대회의는 현시기를 개혁입법국면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출산휴가 연장을 미끼로 한 여성 관련 근기법 개악을 반대한다!
여성보호조항 삭제없는 모성권 강화를 요구한다!
2001. 6. 27
파견용역 노동자 노동권 쟁취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민주노총 미조직특별위원회,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 노동자의 힘(준),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중의료연합, 비정규직노동자전국모임, 비정규직노동자지원연대, 사회진보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노동단체연합, 전국실업단체연대회의,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경기남동부학생투쟁연합, 행동과연대학생위원회, 전국학생연대회의, 21세기 진보학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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