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분쟁에 대한 합리적 해결을 촉구한다!!!

노동분쟁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정부의 국제적 규범의 존중과 이성적 접근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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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동계의 연대파업투쟁을 무조건 불법으로 매도하고 공권력을 통해 구속자를 양산하는 것은 노.사.정관계에 불신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노사관계문화 정착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신중한 사법적 판단이 요하는 사안에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후진적 노동탄압을 되풀이하는 행위를 중단하야야 한다.

Ⅰ. 정부는 구속노동자 양산을 중단하라!

대한항공과 아세아나항공 파업이 종결되고 일부 병원의 파업이 지속되고있는 가운데 검찰과 경찰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간부들의 구속과 병원노조와 민주노총간부들에 대한 체포에 나서고있어, 진정국면에 들어가던 노동분쟁이 다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효성울산공장, 여천NCC 그리고 레미콘기사들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이미 노사관계가 노정대결로 변모하고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정부 들어 5월말까지 노동쟁의 관련 구속자가 551명에 달해 김영삼 정부 5년동안의 구속자 수(507명)를 이미 넘어섰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6월 들어서도 구속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간부 14명, 서울대·전북대 전남대병원노조 위원장 3명, 여천NCC노조 천중근 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이다.

이와 같은 조치는 우리 정부가 유엔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사회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유엔사회권위원회는 2001. 5. 11. 우리 정부에 대하여 “파업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관련기관에 과도한 재량이 부여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이 점에 있어서, 그 파업이 불법적인 것으로 보일지라도 파업행위를 범죄시하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전적으로 수용될 수 없는 것'”이며, “대량해고에 의해 유발된 최근의 노동 관련 시위에서 과도한 경찰력이 사용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러한 상황들의 종합적인 효과는 규약 제8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들의 명백한 부정”이라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위원회는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형사소추를 중지할 것”과 “공공질서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상의 공권력 사용을 자제할 것”을 한국정부에 촉구하였다.

이와 같이 국제사회가 우리 정부에 권고하듯이 파업노동자를 구속하는 것은 후진적 노사관행을 되풀이하는 것에 다름 없다. 6월 14일 현재 노사분규 발생건수가 전년의 110건에서 88건으로, 분규참가자수도 전년의 10만 7천 여명에서 2만 4천 여명으로, 노동손실일도 70만 여일에서 25만 여일로 대폭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서만 100여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다는 사실은 노동정책을 포기하고 노동자탄압으로 일관한 과거 군사정권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Ⅱ. 노동위원회는 행정지도 남발을 자제하라!

대검 공안부(박종렬 검사장)는 6월 12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성재 조종사노조 위원장, 하효열 부위원장 등 노조간부 14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와 별도로 이날 파업에 돌입한 이 위원장 등 노조집행부 간부 및 파업주동자 36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강서경찰서에 고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한항공 노조 파업은 “노사가 자주적 교섭을 더 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를 위반했기 때문에 조정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단정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검찰의 태도는 법해석의 오류는 물론 죄형법정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될 수 있다.

노동위원회의 조정제도는 판정제도와는 달리 ‘주장의 불일치’를 문자 그대로 ‘조정’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어떠한 사안을 ‘판단’ 하거나 ‘인정’하는 데 있지 않다. 따라서 노동위원회가 조정신청에 대하여 “노동쟁의가 아니라”거나,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조정의 거부’ 또는 ‘조정의 포기’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설사 신청내용이 “조정 또는 중재의 대상이 아니라고 인정할 경우”에도 “그 사유와 다른 해결방법”을 알려주어야 하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경우와 같이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대상이 아니라”고만 할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까지 법원은 이와 같은 행정부의 법해석·적용에 대하여 수 차례 경고한 바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춘천지법 1999. 10. 7. 선고 98노1147판결인 바, 춘천지법은 “조정전치를 쟁의행위의 정당성의 요건으로 파악하게 되면 이 사건과 같이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의 성실교섭의무위반으로 노사간의 실질적인 교섭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노동쟁의가 아니라고 결정하여 조정종결결정을 하거나 조정신청서를 반려하게 되면 조정은 성립할 수 없으며 결국 당사자는 조정전치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노동조합은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 노동조합의 쟁의권이 부당하게 침해된다”고 하고 “조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였다.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5235 판결에서도 “전국연맹의 조정신청서를 접수한 중앙노동위원회로서는 관할 노동위원회인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를 이송하여야 하고, 이 경우 그 조정신청은 처음부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것으로 보도록 되어 있으며, 노조법 제54조 제1항의 조정기간은 전국연맹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의 조정신청을 한 날로부터 기산되므로,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후 행해진 이 사건 쟁의행위가 노조법에 정한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고 하여 조정신청일로부터 10일이 경과하면 노동위원회의 조정결과와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거친 것으로 본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조정전치주의는 쟁의행위에 들어가기 전에 국가적 무료 서비스인 노동위원회의 조정이나 사적조정을 거쳐 당사자가 노동쟁의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도록 조력하는 제도이지 조정강제주의가 아니다. 왜냐하면 조정의 결과도 (강제중재를 제외하고는) 당사자 일방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결국 성립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가 조정의 책무를 방기하고 사태의 책임을 노조에게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를 악화의 원인이 되고있다. 더구나 노동위원회의 행정조치에 의해 범죄성립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Ⅲ. 필수공익사업을 확대 해석하여 강제중재를 남용 말라!

병원노조 간부들에 대한 혐의는 이른바 ‘직권중재’ 대상인 ‘필수공익사업’에서 쟁의행위를 벌였다는 것이다.노조법 제71조 제2항은 필수공익사업을 정의하고 있고, 필수공익사업에 있어서는 “노동위원회위원장이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에 의하여 중재에 회부한다는 결정을 한 때” 강제중재를 행하며(법 제62조), 중재에 회부되면 “그 날로부터 15일간은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법 제63조)는 규정과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 제91조)는 규정에 의해 쟁의행위가 사실상 금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제중재에 대한 불복이 있다 해도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하며(법 제70조 제1항), 확정된 중재재정에 따르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 제92조)는 규정에 의해 단체교섭권마저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

일찍이 ILO는 우리 정부에 대하여 파업권의 제한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사업”(essential service in the strict sense of the term) 즉 “주민 전체의 생명, 개인의 안전 또는 보건에 대한 현저한 위협”(imminent threat to the life, personal safety or health of the whole or part of the population)이 있는 경우로 한정할 것을 거듭 주지시킨 바 있다. 우리 정부는 1996/1997년의 노동법 개정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대하여 개정법에서는 이 문제가 중재절차의 개선으로 덜 경직되게(less rigidly)운영될 것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그런데 법개정과 함께 오히려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 사업을 조폐사업과 석유공급사업에까지 확장시켰다. 파업의 제한·금지 규정과는 별개로 강제중재(Zwangsschlichtung)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문명제국 중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강제중재제도가 있는 한 단체행동권은 물론 단체교섭권의 행사까지 형해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헌법 제33조 제1항에 부합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필수공익사업의 해석에 있다. 법 제 71조 제2항에는 ①철도(도시철도 포함) ②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③병원사업 ④한국은행 ⑤통신사업이 열거되어 있으나, 이러한 사업이 곧바로 필수공익사업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필수공익사업의 요건으로서는 열거된 사업으로서 첫째,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둘째,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한다.

병원노조들의 파업에 있어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에 최소인력배치를 하면서 평화적 파업을 진행하는 경우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941개(서울에만 170개)의 병원이 있고, 2만여개의 의원이 개설되어있는 가운데 몇 개 병원에서의 파업으로 그 사업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몇 개의 병원을 필수공익사업으로 보아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하였다면 이는 현행 노조법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병원등에서의 파업에 있어서 직권중재회부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직권중재제도를 철폐하고 노사자율교섭과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할 것이다.

우리는 노동계에 대한 강경탄압에 나서고 있는 정부당국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력히 촉구한다

1. 정부는 현재의 노사관계문제를 사법적처리로만 끌고가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노동분쟁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국제적 규범을 존중하여 이성적으로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

2. 정부는 노동문제가 노사간 자율로 해결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이를 위하여 검·경찰의 불개입을 천명하고 더 이상의 경찰력투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3. 노동부, 노동위원회, 검찰을 동원한 불법파업규정을 중단하고, 구속된 노동자를 석방하고 수배조치를 해제하라.

4. 각급 노동위원회는 정부는 법이 위임한 바 없는 ‘행정지도’라는 처분 관행을 즉각 중단하고 본래의 책무인 조정업무를 성실히 다하라.

5. 검찰은 조정전치주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노동위원회의 조정포기·조정거부를 근로자의 범죄성립 요건으로 보는 관행을 시정하라.

6. 각급 노동위원회는 필수공익사업장의 요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직권중재 회부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라.

7. 정부와 국회는 위헌적이고 세계적 유례가 드문 강제중재제도를 규정한 현행 노조법의 무리한 집행을 중지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이를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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