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달린 지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1년/5월호 댄 쉴러*
1950년에서 1996년 사이 세계 광고지출은 7배 증가했는데 이는 세계경제보다 3분의 1 이상 빠른 속도였다. 또 심지어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와 미국의 경기 하강에도 광고산업은 계속 팽창하고 있다. 2001년 총수익은 약 49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2년 전의 4290억 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엄청난 경비를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이는 눈부신 거래이다.
신상품들의 컨베이어 벨트는 항상 세일즈 노력을 요구한다. 한 예로, (필립모리스 담배회사의 자회사인) 크래프트푸드사는 1999-2001년 동안 100개의 신상품(회사측은 이 신상품들이 자사 총 판매량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를 바랬다) 마케팅에 8억 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또 질레트사의 여성용 세날 면도기(‘비너스’) 도입은 연구개발과 제조 경비로 3억 달러, 29개 국가에서의 광고비용으로 1억 5천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새로운 대박(blockbuster) 의약품 생산을 위해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을 쏟아붓는 제약회사들은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처방 의약품을 광고할 수 없었다. 지난 해 금지조치가 철폐된 후 제약회사들은 21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한편 코카콜라는 디즈니 제국과 손을 잡고 디즈니 캐릭터들로 장식한 쥬스와 우유 및 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음료수 패키지를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마케팅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 프로젝트의 규모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지난해 코카콜라는 50년 간의 전세계 TV광고에 상응하는 시간을 미국 의회도서관에 기증했다. 이는 2만회 이상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난 50년 동안 매일 하나의 새로운 코카콜라 광고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세일즈 노력에는 극소수의 광고 에이전시 ‘거대그룹들’에 의한 상층부의 조정이 필요하다. 일련의 인수합병을 통해 한때 독립적이었던 십여 개의 에이전시들을 거느리는 다섯 개의 거대그룹-WPP(런던), 옴니콤(뉴욕), 인터퍼블릭(뉴욕), 아바스애드버타이징(프랑스), 퍼블리시스(프랑스)-이 만들어졌다. 도쿄의 덴츠사는 비슷한 규모지만 수익의 5%만을 해외에서 얻고 있다. 반면 다른 다섯 개 그룹들은 수익의 2분의 1 이상을 자국 시장 밖에서 얻는다. 업계지인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에 따르면, “오늘날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신들의 에이전시가 전세계적 포괄 범위와 완전히 통합된 통신 역량을 갖추길 요구한다. 이들 상점은 선택에 직면한다. 움츠러들 것인가 아니면 팔 것인가라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잡지, 텔레비전, 인터넷 등- 광범위한 판매처를 포괄하는 쪽으로 다변화했다. 그들이 광고주들에게 던지는 선전은 ‘통합 마케팅’을 통해 여러 각기 다른 미디어를 가로질러 응집력있는 세일즈 메시지로 시청자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래 조건을 다시 균형맞추기 위해 거대그룹들은 ‘미디어 구입’ 기능을 합리화하여 유리한 시세를 얻으려고 규모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미디어 시간과 공간을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거대그룹들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자신들의 연간 수익의 절반 가량을 상품광고의 디자인과 배치 이외의 서비스(선전, 직접 마케팅, 판촉, 컨설팅과 기업 브랜드화, 시장조사 등)로부터 얻는다. 인터퍼블릭은 코카콜라와 계약하여 이 회사의 주요 청량음료의 ‘핵심 브랜드’를 특징짓는 데 조력하고 있으며 또한 “전세계적 차원의 창의적 컨설턴트이자 아이디어 생산자로서 현지 마케팅에 통합될 수 있는 코카콜라 브랜드에 관한 메시지를 개발할 것이다.” 이러한 기업 정신은 기존 고객들과의 지속적인 ‘브랜드 관계’를 양성하려는 현재의 전략적 사고와 잘 들어맞는다. “상품과 사람들의 삶과의 관계, 그들이 우리 고객들의 상품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그리고 경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이들 상품의 적절성을 어떻게 최대한 소통시킬 것인가 등을 이해하는 게 우리의 일입니다.” 최고위 에이전시 간부인 앨런 로젠샤인의 말이다. 이를 완수하기 위해, “우리는 기획에서 중립적인 미디어가 되어야 하며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창의적으로 조정,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스폰서 시스템은 우리의 일상생활 영역에서 진지전을 벌인다.
광고 없는 언론 없다
광고산업은 이제 전세계를 지배하여 어떤 경제나 문화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또한 한때 독립적이었던 문화적 관습 영역 전체가 병합되거나 적어도 결합되고 있다. 광고산업은 상품 배치, 판촉, 광고 등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는 동시에 새롭고 풍부한 전략적 시장 정보 자원에 대한 착취를 배워나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20년대와 세계적으로는 1980년대 사이에 광고주와 그들의 밀사들은 공공서비스 방송 독점체를 광고로 재정을 조달하는 기업 시스템으로 대체하였다. 다음 단계는 광고주들이 원하는 모든 곳에서 광고할 수 있는 일반화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아르망 마틀라르가 지적하듯이, 10년 전만 해도 광고산업의 정책은 무지막지하게 간단했다. “광고 없는 언론 없다”가 그것이다.
광고산업은 이 기준을 강요하려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고 규제가 여전히 있을 경우 그들은 저항한다. -담배 광고의 경우처럼- 물러서야 할 경우에는 신선한 목초지(가령 처방약 광고)를 찾는다. 광고주, 에이전시, 상업언론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산업에 대한 규제를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적 권리에 대한 파괴적인 공격으로 묘사하며, 신구를 막론하고 모든 문화적 표현의 통로를 장악하기 위해 소송, 시장 압력, 로비 등을 활용한다.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광고 지출이 확산되고 있다. 광고 지출이 북미와 유럽, 일본에 압도적으로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특히 1980년대 중반 이래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986년에서 96년 사이에 이 지역 각국은 놀라운 광고 성장을 보여주었다. 중국은 1,000% 이상, 인도네시아 600%, 말레이시아와 타이 300% 이상, 인도, 한국, 필리핀 등은 200% 이상이었다. 지난해 빈국인 베트남은 뒤늦게 해외 광고 에이전시들에게 시장을 개방하여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게 하였다. 몇몇 거대그룹들은 재빨리 현지화하였다.
그러나 세계자본주의의 중심부에서도 판매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의 텔레비전 광고 지출은 1999년 278억 달러에서 2004년에는 406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계 광고 지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텔레비전 광고의 과잉(‘잡동사니’)으로 마케팅 담당자들은 새로운 판촉 수단을 찾고 있다. 히트 프로그램인 “서바이버”(무명의 사람들의 삶을 24시간 방영하는 프로이다)의 9개 스폰서들은 14주 동안의 시리즈가 방송되는 동안 자사 상품을 판촉할 수 있었다. 또 뉴스앵커 바바라 월터스가 진행하는 한 여성 토크쇼는 생방송 도중에 캠벨사의 수프에 경의를 표했다. 캠벨사가 디즈니가 소유한 ABC방송에 알려지지 않은 액수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광고비를 지불해서 광고 시간을 예정된 방송시간의 중심부로 옮길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평이다.
모두 판매용
공공서비스 기관, 특히 교육기관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모토롤라는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 무선전화를 파는 방법을 배우려고 인류학자들을 고용했다. 캘리포니아의 고등학교 지구의 절반 이상이 프랜차이즈 체인점들이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패스트푸드(햄버거, 프렌치프라이, 피자 등)를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도 때때로 나이키나 디즈니랜드 같은 브랜드명의 상품을 예로 든다.
그러나 스폰서 시스템은 박물관 등 다른 영역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바티칸도서관은 새롭고 개선된 교황 은사의 판매라는 형태로 기업들이 지난해 주빌레 축하행사를 지원하도록 허용했다. 텔레콤 이탈리아는 행사장의 7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자사 로고가 찍힌 티셔츠와 모자, 우산을 착용하도록 하는 배타적 권리를 얻는 대가로 8천만 달러 어치의 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를 마지못해 지불했다. 미국 우정공사는 우편 트럭과 우편물함, 우선우편 봉투, 우체국 로비 등의 광고 공간을 팔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제는 우표만이 -아직- 판매용이 아니다.
스포츠는 또다른 주요한 병합 후보이다. 유럽 전역의 축구단들은 경기장 신축을 위한 기업 스폰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 관해 미국 자문단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 미국의 경우 현재 민간 자금을 받아 기업 브랜드를 이름으로 가진 경기장이 거의 100개에 달한다. 15년 전만 해도 기업이 관여하는 미국 운동경기는 4분의 1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85% 이상이다.
병합의 결과는 기괴한 명칭을 짓는 관행을 넘어선다. 정보의 질은 종종 스폰서 시스템의 이익을 위해 재가공된 형태로 체계적으로 저하된다. 이러한 현상은 전세계 광고 폭주기관차(global advertising jugg-
ernaut)의 핵심부인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한 유방암 사이트에서는 새로운 치료법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통해 이 사이트의 스폰서인 제네테크사가 만든 허셉톤 약에 관한 긴 설명을 대서특필했다. [미국의약협회저널]이 에이즈약 제조사 글락소웰컴이 운영비를 후원하는 에이즈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의약 저널인 [뉴잉글랜드의약저널]이 의약기업과 금전적으로 연결된 의사들이 약품 평가를 기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자신의 정책을 19차례나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작년에 어쩔 수 없이 사과했다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이다.
광고산업은 이미 또다른 활동무대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체계적이고 -종종 비밀리에 진행되는- 소비자 정보 수집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최신 문화 유행(음악, 의복 스타일, 대중적 표현)을 흡수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사용해 상업적 감시를 한다. 미디어 사용과 소비 습관에 관한 정보는 전략적 중요성을 획득했다. 아메리카 온라인(AOL)은 자사가 제공하는 잡지([타임], [포춘] 등)와 케이블 텔레비전(CNN), 그리고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이용하는 1억 3천만 명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광고를 통한 조작은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관계없이 이미 사회적 우선순위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스폰서 친화적인 패키지로 독자들을 몰아넣기 위해 신문들이 스타일, 경제, 스포츠 섹션들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방송사들이 광고주들에게 시청자를 몰아주려는-팔아주려는- 희망 속에서 항상 똑같은 시리즈물 형식에 의존하는 것만도 아니다. 또 잡지와 인터넷 사이트들이 스폰서의 요청에 따라 편집과 광고를 뒤섞거나 둘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문제만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컨텐트가 선호되는 특정 인구집단에게만 전달되고 다른 이들은 배제하도록 만들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일상생활의 모든 혈관이 세일즈 기계에 봉사하도록 만들어지는 게 문제인 것이다.
*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대학 교수로 {디지털 자본주의(Digital Capitalism, MIT Press, Boston, 2000)}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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