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회의 총회 개최, 재창립선언문 발표
영화인회의 임시총회가 오늘 오후 5시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렸다. 대종상 영화제 파행을 계기로 집행부와 임원이 총사퇴한 이후 백의종군의 자세로 절치부심해 왔던 영화인회의는 오늘 총회를 통해 비로소 두 달 동안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한국영화의 내일을 위해 힘찬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
150명에 가까운 회원이 운집한 오늘 총회에서 영화인회의는 이춘연(씨네2000대표) 전임 이사장을 재신임했으며, 이현승 감독의 새로운 사무총장 취임을 승인했다. 이밖에도 정책위원회 위원장에 이창동 감독을 선임하는 등 기획위원회, 제작환경개선위원회, 조직발전위원회 등 상설·특별위원회 구성을 승인하고, 탄탄한 조직틀을 갖췄다.
오늘 총회에서 돋보이는 점은 ‘영화인회의 재창립 선언’이다.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영화인회의 회원들은 재창립의 각오로 이번 임시총회에 임한 듯 보인다. ‘제2기 영화인회의 출범에 부쳐’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선언문은 우리 영화계의 어제와 오늘, 내일에 대한 영화인회의의 평가와 과제가 담겨져 있다.
영화인회의는 한국영화의 외적 성장의 이면에는 많은 제도적·정책적 문제들이 미해결 상태로 얽혀 양적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압축적 현실인식에는 영화인회의가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제도적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내포돼 있다.
영화인회의는 영진위 정책사업 방향을 잡는 데 일조하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새로운 제도와 관행을 창출하는 포지티브한 성격의 실천보다는 네거티브한 실천에 머물렀음을 자기반성하고 있다. 또, 개혁적 영화진흥정책을 추구하는 데 있어 외부 기득권세력의 반발뿐만 아니라, 영화인회의 내부의 개혁원칙이 확고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인정하고 있다.
성과와 한계에 대한 이와 같은 자체평가는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종상 영화제 파행과 같은 사태가 일정 부분 확고한 내부 개혁원칙의 부재로 말미았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등급보류 조항 철폐, 통합전산망 구축, 영진위 기능 정상화, 불합리한 제작관행 척결 및 영화인 처우개선 등 다양한 현안들이 미해결 또는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는 이유를 외부 요인보다는 내부 요인에서 찾으면서 적극적으로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도 엿보이고 있다.
영화인회의는 이러한 조직적 성과와 한계가 신구갈등론 혹은 신구화합론 같은 밥그릇 싸움 차원으로 호도되고 있음을 경계하고, 다시 한번 영화계의 자기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신구갈등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영화계의 내부개혁의 발목을 잡는 소수 원로 영화인들의 반개혁적인 작태에 더 이상 동요하지 않을 것이며, 영진위와 문화부가 영화산업의 발전과 영상문화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도록 비판과 감시, 참여·협력과 함께 생산적인 대안제시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영화인회의는 △ 영화제작환경 및 근로조건 개선, 전문성 강화 △ 지역영상위원회의 전국적 확대와 중앙협의체로서의 전국영상위원회 설립 △ 영진위 활동 정상화 △ 통합시청각법 제정 및 관련 정책조정 △ 독립·단편영화 제작 및 기술지원 △ 공공미디어센터 설치법 제정 및 영상자료원의 국립시청각아카이브로의 확대개편으로 요약되는 인프라 구축 등을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중단기적 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영화인회의는 영협이 권위적 전횡을 일삼고 개혁을 발목잡음으로서 더 적극적인 영화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확대된 영화인회의’의 분과조직화를 통해 위원회와 분과조직이라는 이중구조적 조직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영화현장의 공정별, 직능적 요구를 반영하고, 영화제작환경 개선과 영화인 처우 개선 등을 위해 활동하는 제작환경개선위원회를 중심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영화인회의의 구상이다. 또,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 영화관련 법제의 개혁 등을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개혁적인 영화정책 추진에 제동을 거는 어떠한 세력에 대해서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늘 총회는 대종상 영화제를 계기로 불거진 영화인회의 조직혁신의 면모가 전체적으로 드러난 자리로서 그 의미가 있다. 급변하는 영상환경 속에서 영화인회의가 나아갈 길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뜻깊은 자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장 영화인들의 자성과 숙고의 산물인 영화인회의가 출범 2주년을 맞으며 진정한 한국영화의 도약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고군분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인회의가 앞으로 어떤 활동궤적을 그려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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