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대해 분노하고 투쟁할 줄 알게 되었다
―46일간의 114분사 철회 농성투쟁과 그 이후
이정아 / 한국통신 조합원
태어나서 처음으로 46일 동안 집을 나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스티로폴을 깔고 생활해 보았다. 스티로폴 위에서의 잠이 너무도 익숙해져 버려 투쟁을 접고 집으로 돌아와서 일주일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5월 3일 회사의 일방적인 114분사 발표에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우리는 한국통신 본사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하였다. 시작하는 날, 우리는 아무도 46일씩이나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본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악랄하고 더러웠다. 그래서 우리의 분노는 지속되었다.
분사를 인정하는 이동걸 집행부는 끊임없이 본사점거농성은 소모적이라며 합법적 휴가투쟁을 주장하였고, 우리는 분사철회를 위한 강도높은 투쟁을 요구하였다. 결국 6월 21일 이동걸집행부는 도망가버리고 우리의 114분사 철회투쟁은 한국통신 현장조직인 민주동지회 회원들이 중심이 된 직무대행 체제와 함께 시작되었다. 현장순회투쟁 등을 전개하며 계약직 노동조합과 현장에서 연대하고, 114업무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였다. 그러나 114분사 철회투쟁이 28일째 되던 5월 31일, 이동걸 위원장의 복귀선언과 함께 청경들과 구사대의 농성장 침탈이 시작되었다. 농성장 침탈로 농성장은 아수라장이 되면서 20명의 조합원이 병원에 실려갔다. 이동걸 위원장은 복귀선언을 하자 회사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폐쇄하였으며 단전단수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투쟁결의를 다져 6월 4일 국회투쟁을 전개하였고, 6월5일엔 ‘이사회의 114분사 날치기통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승소함으로써 파업대오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런데 6월 9일 이동걸 위원장은 직권조인을 하였다. 이동걸 위원장은 직권조인을 통해 114분사 및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확대를 막고 농성대오의 자연스러운 이탈을 유도하였다. 그러나 농성대오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공작적 노사관계 분쇄와 114분사 철회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로 새롭게 개편하여, 6월 11일부터 계약직 동지들과 함께 2박 3일의 일정으로 지역순회투쟁을 하면서 114계약직을 조직하였다.
6월 13일엔 한국통신 본사 앞에서 114계약직 동지 300여명과 함께 공동투쟁 결의문을 낭독하고 연대를 선언하였다. 이날 집회 이후 일부 114계약직 동지들이 조직되어 번호안내지부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6월 15일 오후, ‘분사철회는 힘들다’는 분위기 속에서 이동걸 위원장의 직권조인을 인정하고 내용을 보충하자는 식의 논의가 활발해져갔다. 결국 6월 16일 오후, 우리의 투쟁은 끝내 114분사 철회를 이끌어내지 못한 내용으로 사측과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46일간의 농성은 6월 17일 일단락되었다.
우리는 투쟁을 하면서 우리의 114분사 철회투쟁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했다. 114분사 철회투쟁은 이후 진행될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반대이며,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이며, 고용안정투쟁임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우리는 농성을 풀었지만 이동걸의 114분사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이동걸이 직권조인한 합의서가 휴지조각과 같다며 울부짖으며 승리할 때까지 투쟁하자고 결의했으나, 우리는 커다란 법적 테두리와 회사측의 대량해고, 징계 위협을 뛰어 넘지 못했다. 게다가 이동걸 위원장이 합의한 합의안에 몇가지를 추가하였으나 징계와 고소고발 최소화는 114조합원에 한정시킨 것이었다. 함께 투쟁한 동지들에 대해 그렇게 쉽게 배반하면서도 비내리는 호남선을 부르며 축제의 분위기 속에 해산을 하던 몇 개의 지부를 보면서, 몇몇의 조합원들은 상처를 받았다. 몇몇의 조합원들에게 안겨준 상처만큼 114계약직들은 현장에서 엄청나게 힘들어 하고 있다. 7월 1일 새로 설립되는 회사로 고용승계가 될 수 있을지, 노동조합 설립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은 정규직들의 투쟁이 남긴 상처이다.
그러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투쟁을 통해 단결된 힘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비록 반쪽짜리 합의서를 들고 우리의 투쟁을 접었지만, 우리는 자본에 대해 분노하고 투쟁할 줄 알게 되었다. 현장에서부터 투쟁하고 그리고 이제는 우리의 문제로 인식한 계약직 노조의 정규직화 투쟁에 대해 새롭게 연대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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