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만화가 좋다

김병수 (만화가)

처음 ‘만화동네’를 맡으면서 설정했던 방향은 만화가들의 일상을 편안하게 ‘생중계’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첫 회를 제외하고 지금까지는 본의 아니게 만화계의 현안에 집중하고야 말았다.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곧잘 표현하는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가장 처절하게(?) 현재 진행형으로 적용되는 곳 중의 하나가 우리 만화계이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가 아닌가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우리만화연대 사무국에서 일을 하게되면서 만화 정책분야에 자리하게 된 점도 본 코너의 ‘딴짓’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만화계가 하루라도 빨리 ‘평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 중에서 만화를 가장 읽지 않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다. 만화를 업으로 하는 자가 만화를 잘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나름대로 사유가 있다.

만화를 고르는 눈높이와 선택기준이 독자 시절에 비해 상당히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의 눈으로 영화를 보면 내용 외적인 부분에 신경이 가서 좀처럼 영화 자체에 빠져들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만화를 볼 때도 단순한 독자의 입장은 떠난다. 그래서 웬만큼 재미있지 않으면 읽다가 집어던져 버리기 일쑤다. 심지어 온갖 저주와 갖은 욕설로 작가와 출판사를 욕하고 비방하기까지 한다.

나의 경우, 다양한 경로로 이런 저런 만화를 접하게 되는데 직업 분류란에 만화가라고 표기하기 시작한 이래로 제대로 다 읽어 본 만화가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집었다가 팽개치는 빈도가 높은 목록이 만화 잡지류이다.

우리나라에는 주간지부터 월간지까지 다양한 종류의 만화잡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데 그 수준이라는 것이 참담할 지경이다. 얼마 전, 모 출판사에서 의욕적으로 새롭게 창간한 만화잡지가 있었는데 창간호는 반드시 사보는 ―의무감이 동반된― 버릇에 따라 샀다가 예의 그 욕지거리를 서슴지 않았다.

그림도 꽝이고, 내용도 꽝이고, 편집도 꽝이고, 제본도 꽝이고 단지 사은품만 ‘삐까’ 번쩍했던 것이다. 이렇게 만들고서 어떻게 독자들이 구입해주기를 기대하는지 그 천박한 발상이 애처로울 따름이었다. 언제까지 우리 만화잡지들은 일본만화잡지들을 어설프게 베끼며 살아가야 하는지 우울하고 또 우울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잡지의 판매율도 나만큼이나 우울하다고 한다.

우리가 매일매일 접하게 되는 스포츠신문의 연재만화들도 나를 실망시키는데는 일가견이 있다. 만화만 전문으로 한다는 만화잡지들도 그 모양인데 만화와 무관한 자들이 편집 데스크에 둘러앉아 옹기종기 만드는 스포츠신문이야 오죽하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섭외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작가가 한둘이 아니다. 내 개인적으로는 각 신문 별로 한 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작가를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최근 즐겨 읽고 있는 만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도 단숨에 읽은 작품이다. 미야자끼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출판만화)는 벼르고 별렀다가 정식판이 출간되면서 사모으기 시작했고 몇 주전부터 손댄 아키라오즈의 <명가의 술> 2부는 이희재의 간판스타 이후 모처럼 눈시울을 붉힌 작품이다.

전부 일본 작가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아니라 아쉽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편식을 일삼게 된 내 입맛을 이 작품들은 그나마 만족시켜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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