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P사내하청노조] 김형기 위원장이 감옥에서 보내는글
■ 감옥에서 보내는 글, 동지들이 자랑스럽습니다.
INP사내하청 일당직, 계약직 노동자 여러분!
INP사내하청 노동조합 위원장 김형기입니다. 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파괴하기 위한 자본과 정권의 탄압으로 이 곳 울산구치소에 구속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저는 동지들의 염려로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INP노동자 여러분과 함께 현장에서 호흡하면서 투쟁하고 있지 못하는 것과 지역 투쟁에 연대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하루도 편하게 있을 수 없습니다.
INP사내하청, 일당직, 계약직 노동자 여러분!
비록 지금은 위원장인 제가 구속되어 실질적인 투쟁이 진행되고 있지 못하지만, 결코 우리의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증거는 지난 6월 30일부터 INP정문에서 진행되었던 고봉기업노동자들의 투쟁입니다.
현재 위원장인 제가 구속된 몸이라 정확한 상황은 잘 알 수 없지만, 고봉기업 40여명의 노동자들이 체불임금 관련해 INP정문에서 집회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고봉기업 사장은 40여명의 노동자 5월분 임금 6천 만원을 떼먹고 오리발을 내밀고, 원청인 INP중공은 ‘이미 고봉사장한테 기성을 지급했으니, 우리는 모른다’라고 남의 일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답니다.
INP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지난 4월 고봉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몇 몇 뜻 있는 노동자와 INP중공업과 고봉기업 사장을 상대로 체불임금에 관하여 노동사무소에 고소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INP사내하청, 일당직, 계약직노동자 여러분!
이제 INP중공업에서 비정규직 투쟁은 INP중공업 사측이 노상 떠들던 것처럼 ‘위원장 혼자하는 투쟁’이 아니라 현장이 함께하는 투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저들은 이 INP투쟁이 위원장이 혼자 “지 팔 지가 흔드는 것”으로 알고, 위원장만 구속시켜서 정리하면 투쟁이 끝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INP사내하청, 일당직, 계약직 노동자들은 그것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투쟁으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의 투쟁은 위원장이 혼자 하는 투쟁도 아니고, 위원장이 없어서 투쟁이 안 되는 것도 아닌 것이 판명됐습니다.
이제 우리의 투쟁은 제가 약속했던 것처럼,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역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원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투쟁하고 있는 INP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볼 때, 우리의 기나긴 투쟁이 현실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믿습니다. INP사내하청, 일당직, 계약직 노동자 여러분!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이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INP노동자 여러분! 저들이 아무리 위원장인 저를 동지들과 갈라놓으려 해도, 저는 다시 현장으로 동지들 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INP사내하청, 일당직, 계약직 노동자 여러분!
지금은 비가 많이 장마철입니다. 우리 INP 노동자는 대부분을 바깥에서 작업을 많이 합니다.
비가 올 때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바깥에서 작업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그것은 우천시 발생하기 쉬운 감전사고 때문입니다.
아무리 관리자들이 공기가 늦었다고 독촉을 해도, 비가 올 때는 바깥에서 작업을 하면 안됩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반 병신이 된,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우리의 몸뚱아리 하나만을 믿고, 거기에 생계를 맡기고 있는 우리 가족들이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비가 오면 당당하게 작업을 거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가 오면 출근을 하지 말라고들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냥 하루 노는 게 됩니다. 그런 게 당연하다고 말들 할지 모르지만,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비가 와서 일을 못할 때에는 회사는 당연히 노동자에게 명휴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월차도 못 챙기는 판에 뭔 명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명휴니, 월차, 주차 등은 노동법에 명확히 보장된 우리의 권리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INP사내하청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이고, 싸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INP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앞으로도 우리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지긋 지긋한 하청신세를 끝장낼 때까지 당당히 싸워나갈 것입니다.
INP사내하청, 일당직, 계약직 노동자 여러분!
‘질긴 놈이 이긴다’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쓰곤 합니다. 위원장인 제가 이곳 구치소에서 생각해 볼 때, 이 말처럼 우리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서 중요한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어느 회사의 해고자는 무려 20년이 넘게 회사 앞으로 출근투쟁을 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당연히 해고자의 승리로 끝났다고 합니다.
너무 무모하다고 말씀들 하시겠지만, 위원장인 저는 이 땅에서 하청이나 비정규직이란 말이 없어 질려면 그 보다 훨씬 길게 그리고 강력하게 투쟁하지 않으면 안되리라 봅니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포기하면 안됩니다.
위원장인 저 혼자 투쟁한다면 그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고봉기업 노동자들처럼 현장에서 당당히 저와 함께 싸워준다면 1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INP사내하청, 일당직, 계약직 노동자 여러분!
우리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천진난만하게 크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희도 이다음에 아빠처럼 하청이나 비정규직밖에 될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까?
아이들은 희망이고, 우리들이 관리자들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악착같이 일하는 이유입니다.
하청신세는 우리에서 끝장내야 합니다. 아니 우리도 직영처럼 당당히 살아봅시다.
집회에도 나가서 목 터져라 외쳐도 보고, 파업도 한번 해봅시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어깨 걸고 싸우는 길입니다.
INP사내하청 노동조합은 깃발을 내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원장인 저 역시 노동조합을 조합원을 결코 배신하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힘 잃지 마시고, 제 몫까지 열심히 싸워주십시오.
편지보낼 곳 : 울산광역시 남울산우체국 사서함 164호 (우:680-600) 46번 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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