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철저히, 탄압은 평등하게 ―정부의 이주노동자 집중단속 배경

조대환 /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2000년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쟁취에 대한 기대는 고용허가제라는 허풍 속에 사라져갔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기본적인 노동권도 인정하지 않는 연수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의 사업장 종속성을 강요하는 등, 대부분 기본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고용허가제의 반노동자적 본질을 알려내고 이주노동자 노동권의 완전 쟁취를 위한 투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고용허가제는 입법논의가 중단되었지만, 이는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 투쟁의 승리가 아니라, 기존의 연수제도에 이권을 갖고 있는 이권단체가 승리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중소업종의 인력난이 이야기되면서 연수생이 부족하다는 부분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추진했던 고용허가제가 기존의 연수생제도를 이름만 바꾸거나, 연수방식 혹은 연수기간을 늘리는 형태로 변형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말해준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집중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벌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과 추방은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항상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의 저임금구조, 고용의 절대적 유연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미등록 노동자가 등록 노동자보다 현격하게 많이 존재하는 왜곡된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고민에 쌓여 있었다.

결국 정부는 필요할 때는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묵인하면서 노동력을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엔 용도폐기하듯 추방하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등록 노동자를 대대적으로 줄이면서 연수제도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 정부와 자본의 연수생제도의 존속과 확대도, 미등록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과 추방도, 모두가 연관되어 있는 것이며, 노동자의 기본권을 통제하고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최근 이주노동자들에 단속과 강제추방은 과거의 단속이 민원인의 신고에 의한 검거와 주요 유흥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것과는 달리, 공단 및 주거지역, 전철역같은 교통중심지는 물론이고, 이주노동자들의 집까지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강제추방은 6월 18일부터 7월 17일까지인데, 단속이 시작된 이래 7월 초 현재까지 2000여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이 외국인 보호소나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고 국외로 추방되고 있다.

한번 내가 이주노동자라고 상상해 보자. 언제 잡혀 내쫓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면, 집에서 공장까지 왔다갔다하는 길이 평소보다 수십 배는 되는 듯한 공포에 쌓여 지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언제 집에까지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커튼까지 친 후 집에만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집에서 잠을 자다가, 밥먹다가 잡혀가는 일도 있다. 그야말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현재가 절대적 공포의 시간이다.

이런 정권과 자본의 이주노동자 추방정책은 한국노동자 죽이기와 다르지 않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노동자를 분열-분리 차별하는 정책을 통해 통제하던 정권과 자본은 노동자 죽이기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평등정책을 취하고 있다. 만일 이대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추방을 한국의 노동자들이 묵인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엄호막마저도 잃어버릴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일상에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자본가들의 억압과 착취를 알면서도 당당하게 투쟁하기 어려운 가장 커다란 이유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적 약점 때문이다.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은 지금 이 순간만이 아니라 항구적으로도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봉쇄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정부의 이주노동자 단속과 추방을 저지하는 투쟁을 전노동자의 투쟁으로 벌여내고 이주노동자 노동권의 완전 쟁취를 위해 투쟁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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