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주요8국(G8) 정상회의는 15만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대가 주연 구실을 한 행사가 돼버렸다. 20일 경찰의 발포로 시위대원 1명이 숨지자 캐나다와 독일·스페인·스웨덴 등에서는 동조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 마지막날인 22일 새벽 이탈리아 경찰은 시위 본부가 설치된 제노바의 한 학교 건물을 급습해 주최 쪽인 제노바사회포럼 관계자 등 10여명을 구금하고 컴퓨터 디스크 등을 압수했다.
전날 1천여명의 과격 시위대는 제노바사회포럼의 진행요원 배치 등 평화시위 유도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과 상점들을 파괴하며 경찰과 격렬히 충돌했다. 이들은 인간사슬을 만들어 합류를 막으려는 평화적 시위대의 행진 대열에 끼어든 뒤 회담장인 두칼레궁에서 1.5㎞ 떨어진 베르디 광장에 도달하자 대열을 이탈해 폭력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은행과 상점 등에 돌을 던지고 경찰에 화염병을 던졌으며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해, 백병전을 방불하게 하는 충돌이 빚어졌다. 이 시위로 은행 두 곳과 보험회사 등의 유리창이 깨지고 차량 4대가 불탔으며 200여명이 부상하고 수십여명이 체포됐다.
◇…이탈리아 경찰의 발포를 비난하는 시위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캐나다 토론토 주재 이탈리아 영사관과 프랑스 파리주재 이탈리아 대사관, 그리스 아테네소재 유럽연합 건물 앞에서는 수백~수천명이 항의시위를 벌이며 `G8은 살인자들’이란 구호를 외쳤다. 독일 베를린과 쾰른·함부르크 등에서도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환경운동가들이 항의시위를 벌여 적어도 13명이 체포됐으며 스페인과 스웨덴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이탈리아 검찰은 시위 도중 숨진 카를로 줄리아니에게 발포한 경찰 1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러시아는 2003년 주요8국 정상회의을 유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크렘린 행정실 차장은 제노바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회의에서 차기 회담 개최 신청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애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자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대표단 전체 규모도 내년부터 400명선으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 미국과 일본은 900명과 600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마리-조르주 뷔페 프랑스 체육장관은 폭력사태로 이번과 같은 정상회의의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에서 제노바가 봉쇄된 사실을 언급하며 “갈수록 대중과 격리돼가는 정상회의는 중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 이런 `참호’가 존재해서는 안된다”면서 “각국 정부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다양한 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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