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2시, G8 정상회담이 열린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는 20만명이 참여한 반세계화 시위가 열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행렬 중간에 여덟 명의 시위대가 No Neoliberalism No MD(신자유주의 반대, 미사일방어계획 반대)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일렬로 나란히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한민족 유럽연대 소속의 시위대였다. WE WANT PEACE. STOP STAR WARS. YANKEE GO HOME.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우주전쟁을 중단하라.주한미군 철수하라.) 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작은 시위대를 유럽인들은 신기한 눈길로 바라봤다.
“우리는 유럽에 사는 한국인들입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한국 민중들에게 안겨준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알리고, 남북한 화해와 통일을 가로막는 미국 부시정부의 스타워즈 계획에 항의하기 위해서 시위에 나섰습니다.”
주변의 유럽 시위대들은 그제서야 한국인 시위대의 주장을 이해하고, We want peace. Stop Star wars. 라는 구호를 따라 외치기도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는 뜻을 모르지만, 박수를 치며 주먹을 높이 들고 연대를 표시했다. 한국인 시위대도 Resist Revolt F*CK Berlustconi, So so so solidarity 같은 구호를 따라 외치며 유럽 시위대와 함께 했다.
오후 3시경, 시위대 뒷편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뒤를 돌아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때, G8 정상회담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위대는 펄쩍 펄쩍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Libera Genova(제노바를 해방구로)라는 구호가 거리를 울려퍼지고, 시위대는 승리의 행진을 다시 시작했다.
독일, 네덜란드, 이태리에서 온 교민과 투자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 대표로 구성된 시위대는 시위를 마치고 벌어진 정리집회에서, 승리의 감격을 나눴고, 앞으로 유럽교민들과 한국의 운동단체들이 더 긴밀하게 활동하고, 세계 각 나라의 민중들과 함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화를 막고, 국제연대에 힘쓸 것을 다짐하고 시위를 마쳤다.
이날 저녁 G8 정상회담이 중단되었다는 뉴스는 거짓이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20만 시위대를 잠잠하게 만들기 위한 전술이었을까? 시위대의 거점이었던 만남의 광장 주변은 자동차가 불타고, 상가 건물들의 유리창이 깨진 채로 검게 그을려져 있었다. 국제행진이 있던 사이에,일부 시위대와 경찰들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것이다.
한때 신경제를 들먹거리며 자본주의 만세를 부르던 세계의 지배자들의 잔치는 더이상 발 붙일 곳을 잃은 듯하다. 이제 지배자들을 비웃듯 민중들의 아우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제노바에서
장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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