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대법원 판결이 ‘원심파기’로 나자 대법원 1호 법정 로비에 나와 한숨을 쉬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 애초에 법에 기댈 것은 없었다. 그래도 속는셈 치고 희망을 가졌지만 …..

-삼미 특수강 고용승계 ‘원심파기’. “그렇지, 노동자가 언제는 법의 보호를 받은 적이 있던가?” “승리는 오로지 투쟁으로 얻어진다”

7월27일 1시 30분 삼미특수강 노동자들 100여명이 대법원 1호법정 로비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간간히 웃음도 띄고 있었고 그나마 고등법원 판결에서 이겼기 때문에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가지고 있었다. 설마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 날짜는 지난 99년 2월에 접수되었다. 그리고 판결 날짜가 나온것은 2001년 7월 중순이었었다. 무려 2년반 동안 일정조차 잡히지 않다가 지난 7월 중순에 갑자기 잡힌 것이었다. 많은 우려가 있었다. 왜 하필 요즘 같이 노동운동진영에 대한 총체적 탄압이 있을 때 2년이상 끌어 오던 일이 갑자기 날짜가 잡혀 통보를 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 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은 계급 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자본과 권력이 만들어 놓은 법적 테두리에서 싸워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또한 설마 이긴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이제까지 넘어온 만큼 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설령 고등법원의 승리가 있었다 할지라도 대법원에서의 완전한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 웠던 것이다.

판결이 나자, 방청 들어갔다 나온 노동자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허무와 허탈. 실망, 이런 단어로는 표현 할 수 없는 눈동자 였다. 밖에서 기다리던 동료들, 취재진 아무도 쉽게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 보지 못했다. 이미 그들의 눈동자가 말해 주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오면서 “졌다”라고 간략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제서야 진짜 현실이 되었다. 모두 1호법정 로비에서 담배를 물어 피며 망연자실 했다. 지난 1685일의 투쟁을 돌이켜 보는듯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설마 했는데…

잠시후 모두 법정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삼미 특수강 노동자들은 법정밖에서 또다시 담배만 피워 댔다. 그리고 잠시 모두 모여 “일단 창원으로 돌아가자” 고 하였다. 노동자들이 한곳으로 모이자 어느샌가 경찰병력이 나타났다. 이미 삼미 특수강에 대한 판결을 자본과 권력은 재판 전에 어떤 판결이 나올것인지 충분히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1685일동안 지겹도록 만났던 경찰을 보고 욕조차도 하지 않았다. 다만 버스를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야기 했다. “그렇지 우리 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 하지 말았어야 했어” 버스를 향해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속에는 비록 힘은 없어 보였지만 이미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새로운 투쟁을 고민하고 있었다. 판결이 어떻게 나든 끝까지 싸우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포철의 삼미인수는 영업상 인적. 물적 조직을 포괄적으로 이전 받는 영업양수. 양도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채무와 함께 고용을 승계할 의무도 없다”고 판결 했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재 자본과 노동의 힘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판결 내용 대로 실제로는 영업 양수 이더라도 계약서만 자산 매매로 쓰고 겉치례 취지 설명만 덧붙인다면 불법 대량 해고를 자행할 자유를 사용주에게 주는 것 밖에 않된다. 특히 기업의 인수 변동과정에서 사용주들이 법이 정한 최소한의 정리 해고 요건도 갖추지 않고 불법 탈법 정리 해고를 저지를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또 다른 재판 – 파업유도공작에 면죄부 준 서울지법[출처:민주노총]

지난 7월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최병덕)는 국가권력기관의 파업유도사건의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과 강희복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대한 선고재판에서 파업유도의 실체는 없었다며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백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요지에서 진형구피고가 강희복피고에게 직장폐쇄를 풀고 조속히 구조조정하라는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위계에 의한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노조법상의 제3자개입금지 위반만 인정된다며 이렇게 판결했다. 또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진형구피고의 발언은 취중에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과장되게 말했다는 피고의 주장이 인정되므로 파업유도의 실체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강희복 피고에 대해서는 공격적 직장폐쇄(98년 9월)로 공사업무를 방해했다는 기소내용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98년 8월)하도록 조기창통합을 실시했다는 기소내용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교섭을 해태하고 노사협의회 합의사항인 하계 휴양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과 노사협의회법을 적용해 벌금 3백만원을 선고했다.

결국 법원은 국가권력기관이 파업을 유도해 98년 온 나라를 뒤흔들고 검찰의 특별수사본부 수사, 국회 청문회, 그리고 사상초유의 특별검사제까지 도입해 기소된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판단해버린 것이다. 그 동안 밝혀진 공안합수부회의 자료, 대전지검이 대검으로 보낸 정보보고, 1안 2안 3안까지 대책을 마련해 작성한 대검의 내부문건, 기자들에게 진형구 피고가 밝힌 구체적인 발언은 물론 강희복 피고가 특별수사본부에서 구체적으로 실토한 파업유도의 실체를 부인한 것이다.

강희복 피고가 노동조합이 받아들일 수 없는 강경한 안을 내 교섭을 결렬시키고, 조속한 구조조정으로 전환하라는 진형구피고의 요구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사실, 또 진형구피고가 강희복피고에게 휴대전화까지 사줘가며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사실 등 명명백백한 파업유도 행위들을 재판부는 모조리 부인해버린 것이다.

당시 강희복이 강행한 조기 창 통폐합은 이미 국가적으로 커다란 경제적 손실과 보안상의 위험을 가져온다는 사실이 증명된 바 있다. 법원의 오늘 판결은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또 직장폐쇄에 맞서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피맺힌 투쟁을 벌였던 당시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에 대한 살인행위다. 이제는 잘못된 구조조정에 맞서 온 몸으로 항거한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이 도리어 법정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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