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자유가 완전 박탈될 위험에 처해 있다.
김도형 / 회원
―문제투성이 집시법마저 개악 움직임 일어
집회와 시위의 권리가 본격적으로 침탈당하고 있다. 경찰은 집시법의 독소조항을 악용하여 평화적인 집회·시위에 대한 강제해산과 연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월 3일 광화문에서 개최된 건설운송노조의 집회에 대하여 사전에 신고된 참가 인원인보다 실제 참가한 인원이 20명 정도 초과되었다는 이유로 4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해 갔다. 같은 날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는 예정된 집회 종료 시간보다 20여 분 초과하여 집회를 진행하였다는 이유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한 술 더 떠서 7월 10일 경주에서는 사복경찰이 시위대로 가장해 택시를 향해 돌을 던져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집회를 폭력집회로 조작하려다가 적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보다 앞서 6월 16일에 있었던 민중대회의 경우에는 시위 행진 중에 등장한 김대중 대통령을 풍자한 조형물이 사전에 신고된 시위 물품에 들어지지 않은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 집회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평화적으로 행진하는 시위대를 습격하여 폭력을 행사하였고, 이에 항의하던 민주노총 간부를 되려 경찰서장을 폭행하였다며 구속하였다.
4대문 안 집회인원을 5백명으로 제한
이처럼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공권력에 의해 유린하는 것만으도 모자라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주요 도심지에서의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개최하는 것 자체를 아예 못하도록 집회와 시위의 허용 범위를 대폭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서울의 경우에는 4대문 안 도심에서는 집회 참가 인원을 최대 500명으로 제한하고, 그 외의 지역은 최대 1,000명으로 참가 인원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구차하게 소요시간 지켜보고, 참가자 숫자 세어가며, 피곤하게 불법 따지지 말고, 처음부터 아예 집회를 개최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면 간편하게 해결되는 문제라는, ‘집회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전혀 안중에 없는 경찰 편의주의적 발상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현행 집시법은 옥외 집회 및 시위에 대하여 사전신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일몰 후 일출 전의 야간 집회 및 시위와 전국 19개의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는 교통소통을 명분으로 집회와 시위를 금지·제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옥외 집회 장소도 국회의사당, 법원, 헌법재판소, 외국의 외교기관이 위치한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등, 지나치게 제한을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종래의 구태를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집회 신고의 수리 과정에서 사실상 허가제와 마찬가지로 사전신고제를 운용하는 양상이어서, 그동안 집시법에 대한 위헌 논란은 끊이질 않아 왔다.
이와 같이 현행 집시법은 지나친 제한으로 말미암아 집회·시위의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인데도, 오히려 그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이처럼 버젓이 나오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바로 이러한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렇게 계속 나가다 보면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를 없애자고 하는 소리까지도 나오지 못한다는 법이 없을 것이다.
집회의 자유 완전 박탈 기도에 맞설 길은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처해졌음이 분명하다. 노동자·민중의 비판과 저항을 봉쇄하는 가장 손쉽고 유용한 방법으로 현 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칼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의 집시법 개악 음모를 저지하고 제대로 된 집시법 개정을 위해서 투쟁을 벌여나가는 데에 시급히 결집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인바, 김대중정권 퇴진투쟁은 집회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사수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맞물려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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