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 결정이 남긴 것>
조직노동자가 이젠 ‘주변노동자’ 지원·조직
임금격차 줄이고 통합력 제고…민주노총 참여로 심의 제자리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1년 동안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2.6% 인상된 시급 2천1백원, 월급 47만4천6백원으로 결정되었다.(<노동과 세계> 157호) 12.6% 인상이면 작년에 이어 연달아 두자리수이고, 올해 평균 임금인상율 7.2%에 비해도 높은 편이어서 노동계는 대체로 이 결과를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최저임금결정을 단순히 그 인상율에 국한해서 살펴본다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은 민주노총이 참가해 사실상 처음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성과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심의에 참가하였지만 경찰의 호텔롯데 사회보험노조 침탈에 항의해 중도에 퇴장하였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 처음 결정에 참가하였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한국노총과 협의하여 최저임금 인상 최초요구안을 전체노동자 정액급여 50%로 제시했다. 이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목표와 함께 노동자 내부에서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두 노총의 정책을 명백히 한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를 이루려면 현행 최저임금에 비해 50%이상 일시에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이 목표를 3년에 걸쳐 달성하고 올해는 40%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수정제의했고, 실제 타결내용은 전체노동자 정액급여의 37% 수준이다. 이는 현재의 34%선에 비해 다소 개선된 내용이다. 또한 영향율(최저임금 적용을 받아 임금이 올라가는 노동자비율)이 현재의 2.1%에서 2.8%로 올라갔고, 이에 따라 상용직을 기준으로 한 수혜노동자수가 14만에서 20만으로 늘어났다.
심의과정에서 노동계는 위와 같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안을 제시하여 성실하게 교섭(심의)에 임한 반면 사용자쪽은 원안 3.5%인상(물가인상예상율이 4-5%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삭감안)에서 4.1% -> 5.7% -> 7.2% -> 10.5%로 수정안을 거듭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막판을 제외하고는 의미 있는 수정안이 아니었고, 오로지 경제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여 매우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대조되는 태도를 보인 결과 비교적 보수적인 공익위원이 막판에 5 : 3으로 노동자측 수정안에 찬성하여 전체적으로 12 : 11로 노동자측 수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서 노동자측이 이길 수 있던 것은 위와 같은 성실교섭과 함께 과거와 달리 최저임금결정에 대해 많은 부문, 단체에서 커다란 관심을 보인 덕택이다. 민주노총은 장애인단체 등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른 시간(오전 6시30분)에 피케팅을 했고, 경총앞 집회, 거리선전전, 최저임금 토론회를 열었다. 또한 한국노총, 비정규직공대위와 함께 거리선전전을 겸한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여론을 환기시켰다. 그리고 여성단체들은 청소용역업체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실태와 관련한 조사와 토론회,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거리선전전과 가두서명 활동을 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올해 최저임금이 상당 폭 올라가는데 기여했다. 참고로 말하면 이번을 포함해서 과거 13차에 걸친 최저임금인상에서 두자리수 인상은 다섯 번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최저임금 투쟁의 성과는 사실 두자리수 인상보다는 최저임금에 대해 민주노총 안팎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더 크다. 제도 도입 당시 최저임금이 미흡하나마 저임금 해소에 웬만큼 기여한 뒤 오랫동안 제 구실을 못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심의에 참가하면서 최저임금 투쟁이 제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투쟁은 단순히 임금을 얼마나 올리느냐는 투쟁이 아니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노동자 중에서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비정규, 여성,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지원하고 조직하기 위한 투쟁이다. 또한 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노동자내부의 통합력을 높여 가는 투쟁이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투쟁을 올 하반기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고소고발을 통한 사회여론 환기와 저임노동자 보호, 저임금 노동자 실태조사부터 시작한다. 물론 이 투쟁은 비정규, 여성, 장애인 노동자(노조, 단체)와 함께 한다.
유병홍/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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