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세계 지도자들? 세계적 살인자들!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위로 굉음을 내뿜는 헬기들이 무수히 날아다녔다. 거리 곳곳에는 분주히 이동하는 구급차들, 구급차 앞에는 치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루었다. polizia(경찰)라 새겨진 푸른색 차들, carabineraie(전투경찰)이라 새겨진 검은색 차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넓다란 광장에서 헬기 소리를 위로 한 채 잠을 청했고, 빵과 물을 나누었다. 모든 상점의 문은 닫혀있었다. 그곳은 전장이었다.

길이 9㎞, 높이 4m의 콘크리트 방벽, 잘 닦인 도로를 차단하는 컨테이너 박스, 1천5백의 군병력, 8백의 해안경비 병력, 지대공미사일 부대를 비롯한 공중공격 대비병력 4백명, 2만명의 경찰병력이 주변을 겹겹이 둘러쌌다. 그 속에서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지도자들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전세계 민중을 적으로 맞이하였다. “지구 곳곳을 경제위기의 늪으로 몰아넣는 투기적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민중의 삶을 초토화하는 신자유주의 반대”. “각종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하는 부당한 외채 거부”. 초국적자본의 무한정한 이윤놀음 속에서 신음하는 민중의 이같은 요구에 그들은 답하였다.

“탕!탕!탕! 우리의 대안은 당신들에게 총을 겨누는 것뿐이오!”

“외채 되갚을 이유 없다”

정상회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다양한 그룹의 각국 활동가들은 해변에 설치된 천막들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연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남반구 중심의 외채탕감운동 네트워크인 ‘쥬빌리 사우스(Jubilee South)’가 개최한 포럼의 참석자들은, 스스로가 외채를 거부할 명분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하였다. 남반구 국가들은 이미 교육, 보건의료 등 민중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지출을 삭감하면서 외채이자를 갚았거니와, 천연자원과 부에 대한 식민지 수탈을 감안할 때 외채상환 요구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선진국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외채탕감의 조건으로 초국적 투기자본의 놀이터를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닌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빈곤감축’이란 허울 속에 진행해왔고, 이로써 제3세계에 대한 지배를 강화해왔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G8 지도자들은 “제3세계의 빈곤을 퇴치할 획기적인 방안에 합의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심각한 빈곤문제에 대해 그들이 내놓은 대안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가속화, 세계 무역질서에의 참여, 초국적자본의 투자확대 등이다. 그들은 또한 아프리카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에이즈와 말라리아, 결핵퇴치를 위해 연내에 13억 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며 만족을 나타냈다. 이는 그러나 에이즈를 실제로 퇴치하는데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그나마 이 기금은 전세계 에이즈 환자의 95%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민중은 철저히 외면한 채 ‘치료’가 아닌 ‘예방’이 용도라는 점이다. 결국 ‘빈곤국을 위한 세계화’는 기만일 뿐이고, 전 세계 민중의 삶을 더욱 철저히 짓밟고 세계 경제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게 될 ‘금융세계화’만이 대안이라고 되뇌고 있는 것이다.

대안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저지뿐

뿐만이 아니다. G8 정상들과 각국 정부는 전세계 민중의 끈질긴 투쟁을 ‘폭력으로 점철된 대안 없는 헤프닝’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들은 시위에 참가한 청년의 머리에 총을 쏘고, 맥없이 쓰러진 그의 몸을 지프차로 다시 뭉개버린 살인만행에 대하여 ‘비극’이란 짧은 언급과 함께 ‘죽어 마땅한 폭력세력’이라 매도하고 있다. “대다수 시위대는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폭력사태는 극소수 과격한 세력에 의해 이루어졌다”며.

저들은 초국적자본과 민중의 삶이 부딪치는 전장에서, ‘극악무도한 폭력세력’이 아닌 삶을 열망하는 전 세계 민중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다. 아르헨티나, 터키, 멕시코,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강타하는 세계적 외환위기의 가능성에 대하여 아무런 대안이 되지 못하면서, 전 세계 민중을 죽음으로 내몰고, 제3세계 착취질서를 강화할 뿐인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단결된 투쟁이 절실한 것은 이 때문이다.

류미경(투자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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