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투쟁의 새로운 역사 열리다

캐리어, 2년이상 파견근로자 74명 정규직 전환

지난 18일 (주)캐리어(대표이사 Tomas Davis) 민인식 부사장이 광주지방노동청 김동남 청장을 방문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로한 파견근로자 74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주)캐리어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 받아 온 이재훈 관리이사와 (주)청우 이석철 대표가 지난 12일 전격적으로 구속되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시중에 떠돌고 있는 이른바 ‘캐리어블랙리스트’로 인해 불리하게 형성된 여론 또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화, 총자본의 문제이다!

그간 (주)캐리어는 캐리어사내하청노동조합(위원장 이경성, 이하 캐리어 하청노조)의 에어컨 생산 핵심공정인 F1 조립룸 점거, 공장 앞 천막농성, 서울지사 앞의 집회 등으로 인한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청노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Tomas 대표이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 ‘총자본의 문제이기에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주)캐리어가 백기항복과도 다름없는 정규직화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구사대와 경찰병력을 동원한 폭력, 장기간 투쟁으로 인한 생활고와 조합원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하청노조의 깃발을 지키며 파업투쟁을 이어 온 노동자 계급의 힘에서 찾을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 정규직이 나서야 해결된다!

74명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는 한국노동자운동 역사상 최초로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캐리어 하청노조뿐만 아니라 한국통신계약직노조, 한라하청노조, INP중공업노조 등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싸워왔던 노동자들이 이루어 낸 소중한 성과다. 캐리어 하청노조 설립부터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에 나섰던 우리 당을 중심으로 한 민중운동이 이루어 낸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효과적인 연대투쟁이 가능했던 캐리어노동조합(위원장 이현석)이 자본의 논리에 굴복한 것은 하청노조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이었다. 노동자를 갈라놓기 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고용불안을 불러온다”는 자본의 선동이 정규직을 구사대로 만들었고, 노조 또한 자본과 한편이 되었다. 심지어 기아차노조 광주지부(지부장 조남일)는 얼마전 ‘캐리어하청노조는 우리에게 반면교사이다’라는 글을 통해 정규직노조를 정당화하고 있다.

싸움은 계속된다!

하청노조가 최초의 정규직화 쟁취라는 성과를 남겼음에도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캐리어 하청 노조 활동에 열성적이었던 30여 명이 정규직전환자 명단에서 누락되었고, 하청업체 관리자가 그 자리를 채웠다. 하청노조 장권기 부위원장은 “파견근로자를 정규직화했다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다부지게 결의하였다. 정규직 전환 해당자들도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규직으로 입사할 것이지만 문제가 완전해결 될 때까지 하청노조의 투쟁에 연대하고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칙을 지키는 투쟁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캐리어 하청노조를 통해 다시금 확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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