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노동자 영상 사업단’희망’]

여성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10개 노동사회여성 단체 토론회열어

‘누구를 위한 여성근로기준법 개악인가’ ‘여성노동 유연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악”

서울여성노조, 파견철폐공대위, 청년진보당, 민주노동당 여성위, 장애여성 공감,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장애여성 공감, 인권운동사랑방, 민중복지연대, 전국학생협의회, 전국학생연대회의, 관악여성모임연대, 살맛나는세상등의 10개 단체들은 국회에서 통과된 모성보호법에 대한 판단을 “여성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심화시키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근로기준법 개악이라고 판단”하고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투쟁 해 왔다.

또한 10개 여성노동사회단체들은 “이번 법개악을 통해 김대중 정권은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를 위해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인 정권”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김대중정권의 무자비한 노동법 개악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여성노동자,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영세사업장의 여성노동자라는 점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2001년 11월 1일은 모성보호법이 시행된 날이 아니라 여성노동권이 나락으로 떨어진, 가장 억압받는 집단을 가장 먼저 배제하고 착취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야만성을 보여주는 날로 기억될 것”이라는 문제 의식 속에서 “이번 입법이 개악에 불과함을 밝히고, 여성노동권의 완전한 쟁취를 위해 올 하반기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을 해야함을 확인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7월 26일(목) 2시 연세대 구공대 지하강의실 A009호실에서 진행 되었다. 서울여성노조 위원장 정양희씨는 “11월 시행예정인 여성노동법 개악에 대한 입장”이라는 발제문을 통해서 ‘평등하게 과로사할 권리를 원하는가?’라는 내용의 발제를 하였다.

발제문의 내용은 ” 하향평준화가 평등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여성노동법 개정연대회의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펼쳤다. 정 위원장은 발제문에서 “노동법개악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노동자보호조항들은 신자유주의 유연화공세 속에서 거추장스러운 ‘규제’로 여겨지고 규제완화라는 이름이래 여성노동권은 박탈되어왔으며 여성보호조항도 마찬가지로 규제완화 이름으로 추진되어 왔고 거기에 덧붙여 평등에 위배되며 여성고용기회를 축소하는 걸림돌로 치부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규제는 정부와 자본의 입장에서 규제이고 걸림돌임에도 여기에 한국노총과 여성단체들이 결합한 연대회의가 그 입장에 동의하면서 모성보호강화를 명분으로 여성보호조항 삭제 안을 순조로이 통과시켰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민주노총 대학노조 김은주 여성위원장은 ‘여성근기법 개악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과 이후 투쟁방향’이란 주제의 토론문을 발제 하였는데 “민주노총이 지난 2000년 4월부터 시작한 여성관련노동법 개정 투쟁을 전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조로 삼았던 부분은 ‘노동조건 후퇴 없는 모성보호 강화’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법개정은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남기고, 근로기준법을 개악시키면서, 모성보호를 조금 진전시키는 수준으로 끝나버려 이후 투쟁의 과제를 남겨 놓고 있다”라고 하였다. 또한 “68조, 69조 개악은 생리휴가, 월차휴가 폐지 기도 등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관철시키는 과정이며 이미 노사정위원회에서조차 노동시간단축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여성노동자의 장시간노동을 유발하는 이 법의 완화를 모성보호 확대와 연계하여 서둘러 다룬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개정하고 하반기에 가서 남녀 모두의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전개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는 현실성이 없다. “라고 하였다. 이후 민주노총의 투쟁 방향애 대해서는 “민주노총은 아직 이후 투쟁방향에 대해 조직적으로 결정한 바는 없으나 8월 초에 법개정에 대한 평가회를 갖고, 그것을 토대로 투쟁방향을 세워 조직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가 이미 생리휴가폐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당장 하반기에 있을 노동시간단축 논의 과정에서 이를 관철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에 생리휴가폐지 저지투쟁을 적극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여성관련노동법 개정투쟁은 여성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으로 확대시켜 재개정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근로기준법 전반에 대한 재개정투쟁과의 연계선상에서 함께 진행하게될 것”이라 하였다. 또한 개악된 근기법 중 “63조(사용금지)와 70조(갱내근로 금지) 관련해서는 이후 시행령 개정시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시행령을 강화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는 부분 역시 민주노총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에서 조직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검토될 것이다. “

파견철폐공대위 김도형 변호사는 ‘노동법 개악 흐름에서 본 여성근로기준법 개악의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지적하였다. 김도형 변호사는 이번 노동법 개악은 ‘1987년 일본의 노동기준법 개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서 ‘여성노동 유연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악이다’라고 정의 내렸다.

특히 “여성계 일각에서 모성보호 확대와 비용의 사회분담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는 이번 법개정에 담겨 있는 모성보호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산전후휴가기간이 30일 더 늘어나기는 했으나 늘어난 기간에 대해서는 완전한 유급휴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고용보험에서 극히 일부적으로 지급되는 육아휴직급여라는 것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또한 ” 자본과 정권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모성보호의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가 관철되는 것을 최소한의 선에서 저지해냈고 게다가 여성노동자의 용이한 착취를 제한하는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 조치까지 풀어버리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얻어냈으며, ‘모성보호법 즉각 실시냐? 시행 2년 유보냐?’ 라는 기만적이고 허구적인 논쟁의 결과는 모성보호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제반 제도들의 도입을 무기한 유보시켰고, 겉으로만 내세운 모성보호를 빌미로 노동자들을 더 쉽게 쓰고 더 쉽게 버리기 위한 노동유연화 방안을 법적으로 완성하는 노동법 개악을 여성노동 부분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었던 것이다.”라고 평가 했다. 특히 김변호사는 “정말 안타까운 것은 그 동안 노사화합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에게 한두 가지 내어주고 더 많은 양보를 강요하는 자본과 현 정권의 기만적인 태도가 이번 모성보호법 개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되었다” 며 “왜곡된 모성보호를 내세워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후퇴시킨 이번 근로기준법 개악은, 우리에게 올바른 모성권 강화와 건강하게 일할 여성노동자의 권리가 온전히 쟁취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금 새로이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며 하반기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 하였다.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를 위한 노동법 개정투쟁으로

발제자들의 발표 이후에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질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민주노총이 여성노동법개정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탈퇴하고 모성보호법안에 대한 상반된 주장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은주 대학노조 여성위원장은 “소수 연맹을 제외하곤 여성 담당자들이 다른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히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성 담당자들도 상황을 잘 몰랐다”고 하였다. 그런데 “4월부터 나온 연대회의의 입장이 ‘(여성보호조항 삭제가 포함되있음에도) 국회 환경노동위 안을 조속 통과시켜라’ 인 것을 보고 투쟁 기조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각 단위의 여성담당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덧붙여 김 위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연대의 원칙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어 연대회의가 처음부터 근로기준법 개악에 동의하는 입장이었는지, 아니면 민주당과의 입법 논의 과정에서 입장이 바뀐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여성노조 정양희 위원장은 “작년 7월부터 민주노총과 다른 단체들간에 이견이 있었는데 2001년 4월 경총과 연대회의간의 모성비용 논쟁이 벌어지면서 근로기준법 개악에 대한 논의는 아예 묻혀버렸다”고 하였다. 또한 서울여성노조가 연대회의에 참여하여 탈퇴할 때까지 근기법 개악 부분에 대한 어떠한 검토 요청이나 논의를 제안받은 적이 없었다고 하였다.

대학노조 김은주 위원장은 “8월 25일 발의된 한명숙 의원안에 이미 근로기준법 개악안이 있었음에도 그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근로기준법의 후퇴라는 심각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여성계, 노동계 내에 공론화된 논쟁이 있을 수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다.

파견철폐공대위의 김도형 변호사는 “연대회의의 논리는 결국 모성보호라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는 논리인데, 사실 모성보호조차 부분적으로만 보장되는 법안에 대해 일부가 누락돼서 안타깝다라고 환영하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라고 지적하였다. 산후휴가 30일 연장, 육아휴가 유급화 외에 청원안의 대부분이 삭제되고 이조차 고용보험에 가입한 39%정도의 사업장에 소속된, 피보험기간이 6개월 이상된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은 “여성노동운동은 90년대 초반부터 비정규직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파견법 반대투쟁, 탄력적 근로시간제 반대등의 선도적 투쟁을 했었는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치명적인 이런 개악에 동의하게 된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정양희 위원장은 “90년대 초반부터 신인사제도 도입과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났는데, 이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이었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여성노동운동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주요 화두로 등장했으나 김대중 정권 출범이후 정권의 개혁에 대한 과신 때문에 이렇게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또한 “연대회의 소속 단체들이 현재를 개혁국면으로 보고 있기에 끝까지 정권과의 협의를 통한 입법에 속박당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노동시간 단축과 생리휴가를 맞바꿀 순 없다.

이어서 하반기 여성노동권 쟁취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대학노조 김은주 위원장은 “몇 일 전부터 김대중 정권이 주5일 근무제 시행을 발표하고 있는데, 노동시간 단축과 생리휴가 폐지, 월차폐지가 세트로 논의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하였다. “노동시간 단축과 생리휴가, 월차는 전혀 별개의 문제임에도 노동법 개악은 항상 맞바꾸기 식으로 논의되는 것이 문제”라고 하였다. “노동시간 단축과 생리휴가 폐지의 교환을 ‘해볼만한 거래’로 인식케하는 이런 논의 구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하였다. 더욱이 “생리휴가가 사무직, 생산직, 전문직종 여성노동자들에게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나타나기 때문에 여성노동자 내부에서도 균열이 있기 쉬울 것이므로 더욱 어려운 투쟁일 것”이라고 하였다. 주 5일 근무 대신 생리휴가를 포기하라고 하면 흔들릴 여성노동자도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노총 내에서도 생리휴가 문제를 전체적인 노동유연화라는 맥락에서 보지 않고 주 5일 근무하면 하루짜리 생리휴가야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도형 변호사는 “법정근로시간 단축 투쟁은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노동자내의 분열을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하였다. “정규직 노동자가 토요일에 쉴 권리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일한 휴일인 생리휴가, 월차휴가를 폐지하는 것은 노동운동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실질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연장근로 제한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것이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를 위한 올바른 투쟁이 아닌가” 라고 제안하였다.

토론자들은 지금의 노동시간 단축논의가 일부 노동자들만을 위한,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이 노동유연화 저지 투쟁,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의 흐름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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