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민을 던져준 섹스워커들의 회의

많은 고민을 던져준 섹스워커들의 회의

임 최 수 연(서울여성노조 조합원)

어린 시절에 나는 영등포 유흥가의 뒷골목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뭇 언니의 품에서 재롱을 떨며 지냈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올려보면 그곳은 성산업의 중심부였고, 나에게 틈틈이 과자와 사탕을 사주며 함께 놀아주었던 그 언니들은 성매매 종사자였던 것이다. 이런 나의 성장의 기억들은 이번 회의를 참가하는데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해주었다.

6월 27일(수)부터 29일(금)까지 홍콩의 지탱(ZITENG, 섹스워커들을 지원하는 단체)에서 준비한 ‘아시아 성산업 이주 여성노동자들의 효과적인 네트워크 만들기’ 위한 국제회의에 다녀왔다. 이번 회의는 ‘섹스워커도 노동자다.’ 라는 모토 아래 섹스워커들의 고통, 섹스워커들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 당당하게 일할 권리 등 각국의 섹스워커 스스로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인신매매나 이주의 원인 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빈곤과 실업으로 인한 이주, 경찰과 포주와의 유착관계, 남성 고객에 의한 전인격적 착취에 관한 문제들은 계속해서 거론되었다. 실제적으로 그런 고리들을 끊어내지 못하고서는 합법화가 되더라도 독립적으로 일하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성매매 종사자들의 상황들은 어찌나 가혹한지 각 국가별로 보고서를 발표할 때마다 치받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발표하는 섹스워커들의 모습을 보며 참 용기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섹스서비스 이외엔 그 어떤 것으로도 자신의 생존권을 지킬 수 없는 현실, 그 모순된 구조 속에서 수많은 폭력에 맞서 목숨을 걸고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속에서 그들이 내지르는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힘찬 목소리에 나는 마음깊이 박수를 보냈다.

반면에 이번 회의는 여러 생각들이 겹쳐 무척 혼란스러움을 주기도 했다. 주최측과 참여한 대부분의 단체들은 합법화 투쟁을 결의하고 있었고, 성산업 노동을 존경받는 직업으로 만들겠다는 지탱(ZITENG)의 의지가 선명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의 여성에겐 성산업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일자리도 없는 상황, 그 속에서 최소한의 그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합법화를 외치는 섹스워커들의 주장 또한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여성이 그 자체로서 상품이 되고 마약과 무기와 함께 국제적으로 인신매매되는 현재의 구조 속에서 합법화는 성산업의 극대화와 갱단의 조직적 개입이 정당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그러나 이미 임금을 목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현실적인 노동자로서 그들의 인간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합법화의 논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포주와 경찰의 착취 구조 속에서 고통 당하는 그들에게 범죄자의 오명을 씌우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윤락행위 금지법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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